철학적 개념중에 테크네와 에피스테메라는게 있습니다. 테크네는 실제적인 기능, 말로 표현할수 없는 실무지식을 뜻하고, 에피스테메는 언어로 표현하기 용이한 지식을 뜻하죠. 우리말로는 암묵지와 형식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코블렌츠님이 이공계통에서 이론과 실무의 차이점을 말씀하셨는데, 사회과학 분야는 훨씬 심합니다. 이공계통에서는 이론의 바탕위에 공학의 응용이 가능하지만 사회과학은 그렇지도 못하죠. 이론과 실무 사이에 일종의 지적 동맥경화증이 걸린게 사회과학 분야의 현실입니다.

이런 경향이 심한게 행정학이나 경영학등 실용 사회과학입니다. 실용 학문이면 현장에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죠. 현장은 실무 노하우와 기술적 지식을 중심으로 테크니컬 하게 돌아가는 반면에 강단에서는 실무와 관련 없는 주제들을 가지고 현학적 담론에 치중합니다. 암묵지와 형식지의 양극화지요.

수도관 동파, 정수장, 등기부 등본과 같은 기술적 주제보다는 행정 현상론이나 예산론 같은 주제가 논문으로 꾸미기 용이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중요한 주제들은 논문화 되지 않고 대신에 논문화 하기 용이한 논쟁적 담론이나 간접부분이 집중적으로 다루어지지요. 아마 행정학 박사를 데려다 놔도 실무 능력이나 잠재력은 공무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논쟁적 담론이나 간접부분에서만 훈련 받았기 때문에 실무능력의 수준은 일반인과 같은 거죠.

물론 학문은 다 영역이 있기 마련입니다. 행정 현상이나 간접부분도 연구가 필요하죠. 하지만 실용 사회과학은 원래 현장에 부응하기 위해 탄생한 관리 과학이라는데 문제점이 있습니다. 관리 과학은 실제로 해당 분야의 실무가와 전문가를 배양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행정학이 독일의 관방학에서 출발한데서 알수 있죠. 학문의 원래 목적대로라면 학생들을 직접 행정 실무 분야의 인턴으로 투입해 현장 교육시키는데 촛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암묵지와 형식지의 괴리가 너무 큽니다. 암묵지는 형식지화 되지 않고 형식지는 암묵지에 관심도 없죠. 대학은 교육 훈련에 무관심 하지만 기업에서는 과도하게 현장의 논리가 요구됩니다. 대학때까지는 조선시대 선비같은 폐쇄적, 일방통행적인 지적 환경에 몰아넣었다가 사회에 진출하면 갑자기 실무능력과 감각을 강요하죠. 이런 사회에서는 아주 고지식해서 시키는대로 다 하는 사람이나, 기회주의적이고 약삭빠른 사람이 살아남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사회 어느 분야던 위로 갈수록 맹목적인 테크니션과 이리떼같은 정치가들이 많은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