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담을 먼저 짧게 쓰자면...몇년 전 얘기지만,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는 아니었던 고등학교 후배 한명이 어느 날 "선배님, 저 고등학교 후배 누구누구 입니다, 여쭤볼게 있어요"라면서 연락해왔습니다. 후배가 하는 연락은 언제나 반갑기 때문에 그 후배가 누군지 몰랐지만 기분좋게 연락받고 이런저런 질문에 답도 해주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또다른 후배로부터 저에게 연락했던 후배가 게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 전까지 저도 머리와 말로는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 혐오, 배제와 같은 것은 쿨하지 못한 것을 넘어선 아주 잘못된 행태라고 생각해왔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하게 제 주변 누군가가 동성애자라니까 당황스러웠습니다. 그 사실을 알기 전까지 그 후배에게 살갑게 대했었는데, 그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생각과 행동이 따로 논 것이지요. 결국 지금은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저 경험 이후에 제가 무슨 동성애 혐오론자가 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동성애를 정신병같은 질병으로 생각하지도 않고, 동성애자를 굳이 차별하자는 사람들의 생각도 반대합니다, 아니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런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왜냐면 저는 동성애자가 아니고, 제 친한 동성,이성친구들중에 아직까지 '커밍아웃'한 친구들도 없고, 가족들도 마찬가지여서 '남의 문제'이기 때문이죠(아직까지는). 제 지인들중에 누군가가 커밍아웃을 하면 당황스럽긴 하겠지만, 이미 비슷한 경험도 있어서 아주 큰 충격을 받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무슨 종교적 신념이 있거나 하지도 않기 때문에 제 지인이 만약에 동성애자라도 인간관계를 굳이 끊거나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의 이런 생각과는 별개로, 우리 사회가 동성애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는 따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자유는 제도 속의 자유다, 자유는 곧 제도이다 라는 극단적인 제도주의자의 생각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찌됐든 우리가 살고있는 이 사회는 법과 제도적인 질서로 운용됩니다. 법과 제도의 기원이 인간 개인들의 사회계약으로부터 발생했다는 식의 근원적인 논의 따위는 여기서 하지 않도록 하고 이야기를 계속 해보면(저런 논의는 현실 속의 법과 제도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정도의 의미 이상을 이제는 가지기 어렵다고 생각하기에), 개인들의 자유, 권리는 법과 제도적인 질서 속에서 '현실적'으로 보장됩니다. 즉 자유권과 같은 기본권이 천부인권이라지만, 이 사회 속에서 그런 말이 실질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기보다는, 자유권과 같은 기본권을 보장해주는 법과 제도가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다는 뜻입니다. "왜 자유권이 보장되어야 하는가? 천부인권이기 때문이다. 천부인권이 뭔가? 음..그건" 철학적, 정치철학적, 법철학적으로는 아직까지 어느정도 의미가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 저런 것을 암만 연구해봐야 현실 속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여러 기본권 침해 문제들을 해결하는데에는 별 쓸모가 없어보입니다.


따라서 현실 속에 존재하는 우리의 법과 제도를 살펴보면, 명백히 우리의 법과 제도는 '이성애'를 전제하고 있습니다. 당장 헌법부터 그렇지요. 혼인과 가족생활을 우리 헌법은 헌법적으로 보장,보호합니다. 그런데 혼인과 가족생활을 우리 헌법은 '남과 여'의 결합을 전제하고 보호합니다. 게다가 우리 헌법은 혼인과 가족생활을 '종부세'를 위헌판결할 정도로 보호하는데에 이릅니다(물론 헌재의 결정이지만). 종부세를 위헌판결 내릴 때에 사용된 '혼인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 논리는 그밖의 다른 '세금'관련 판례에서 이미 여러번 사용된 것을 보면, 우리 헌법이 '혼인과 가족생활'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아실 수 있을겁니다.

즉 우리 법,제도적 질서는 사회의 최소구성단위를 혼인과 가족을 굉장히 중요하게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바로 이 혼인과 가족은 '양성'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당연히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법제도적으로는 남자와 여자, 여자와 남자간의 결합만을 염두할뿐, 그 이외의 다른 결합방식은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동성애가 개인의 취향문제인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동성애가 개인의 취향문제라고 하더라도, 그 취향이라는게 단순히 좋아하는 영화취향, 커피취향과 같은 수준이 아닌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인간 개인의 존엄성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아니 어쩌면 인간 존엄의 핵심중의 하나라고도 할 수 있는 성적 자기 결정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동성애를 개인의 취향문제로 보고 어떤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킹 페티쉬, 큰 가슴을 좋아하는 취향, 몸짱 근육을 좋아하는 취향같은 것과 동성애가 같은 범주에 있지는 않다는 말입니다.

결국 동성애를 인간 존엄의 문제, 자유권적인 기본권의 문제로 놓고 논의를 해야하는데, 그러자면 필연적으로 그와 관련된 법과 제도를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법질서, 제도적 질서는 철저하게 동성애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동성애를 차별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아예 동성애라는 것 자체를 염두한 질서가 아니란 뜻입니다.


그렇다면 이게 잘못된 것일까요? 우리 헌법질서, 법질서, 제도가 동성애를 제도적 질서 안으로 포용하지 않은 것이 과연 잘못된 것일까요? 사실 저는 여기에 대해서 명쾌하게 "그건 잘못된 것이다"라고 주장하지 못하겠습니다.

전통적인 가족질서가 변화되고, 전통적인 인간상이 변화되는 것은 자연스럽고, 그에 맞춰서 법과 제도가 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렇지만, 인류 역사 이래 혼인과 가족질서는 남과 여의 결합 이외의 것을 상정한 적이 없습니다. 일부일처제, 일부다처제 등의 자잘한(?) 변화는 있어왔지만 말입니다.


물론 "동성애와 혼인, 가족을 왜 함께 논의하나?동성애자들이 다 결혼하냐?"라고 물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여기서 말하려 하는 것은 그런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동성애가 기본권의 문제라면 필연적으로 법제도적인 논의도 해야 하는데, 양성간의 결합을 전제하는 우리 법제도가 동성애를 특정해서 굳이 받아들여야 할 필요까지 있을까하는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동성애자라는 것을 이유만으로 고용 등에서 차별을 하지 못하게 하는 정도의 차별금지법안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기는 합니다. 게이가 아니면 성공한 사람을 보기 드물다는 해외의 패션업계를 보면, 역으로 스트레이트들을 차별하지 말자는 주장도 조크로 나올수도 있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안까지는 어떻게 논의가 가능할 것 같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동성애자들의 혼인'을 법제도적으로까지 인정해야 할까요? 이성애자들간의 혼인에 대해서는 법제도가 보호하는데, 동성애자들의 결혼은 혼인으로서 보호받지도 못하고, 각종 법이 혼인에 대해 베푸는 혜택도 받지 못하는 것도 어찌보면 명백한 '차별'인데...이것도 우리 사회가 인정해야 할까요?


이런 것에 대해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면 구닥다리같고 젊은 생각이 아닌 것 같고, 꼴통보수같고, 아니면 '개독교 빠순이, 빠돌이'같이 비추어질 수도 있지만, 음...사실 전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앞서 말했듯이 전 동성애자를 혐오하지도 않고, 동성애를 딱히 반대하지도 않고 찬성하지도 않고,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ps)추가로, 동성애자들의 성직금지같은 문제는 종교계가 알아서 처리할 문제같습니다. 모든 사회집단에게 동일한 정도의 민주주의, 기본권 보장을 강요하는건 옳지 않죠.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모든 사기업에서 민주화운동해버리는 사람들마냥 "동성애자 교황 인정해라"는 식으로까지 주장하는거면 그건 땡깡같습니다...여성도 종중 구성원이 당연히 된다고 하는 것처럼 사회변화에 따라 다 달라질 수 있지만, 여성 종중원문제는 이미 우리 법제도가 보장하는 양성평등을 점진적으로 전 사회부문에까지 확장하는 차원의 문제고, 전자의 문제는...그런건 아니니까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