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획위 “사교육 잡는다”…교육전문가 “사교육 부추겨”
대학입시 개혁 가속도 붙는다
고3 성적만으로도 대학 간다
내신 9등급 상대평가→5등급 절대평가로 변경


최근 한나라계인 미래기획위원회(이하 미기위)에서 사교육 경감(더불어 공교육의 질적, 양적 확충)을 위한 7대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그 중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몇 가지 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입학사정관제 비중 증가.
2. 내신의 5등급 절대평가제 전환.
3. 수시는 내신+논술중심으로, 정시는 수능중심으로 선발하는 전형 권장.
4. 교원평가 제도화.
5. 방과후 학교 개선.
6. 인문사회계의 수학, 자연계의 영어 반영비중 축소.
7. 수능 탐구영역 응시 과목 수를 기존 4과목 응시, 2~3(때로 극소수는 4/1)과목 성적 제출에서 2과목 응시, 2과목 성적 제출로.
8. 1학년 내신을 반영하지 않는 방향으로. 즉 2-3학년 혹은 3학년 성적만 반영.
9. 학원 교습시간 밤 9~10시까지로 제한.
10. EBS 교육방송 지원 확대.

저는 이 대책이 '사교육 경감'이라는 목표에 제대로 부합할지, 아니 그 이전에 제대로 시행할 수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물론 지금까지의 생색내기성 정책들과는 달리 상당히 노력한 부분이 눈에 띕니다만(3, 4, 5, 10번은 저도 딱히 코멘트할 것이 없는 부분입니다. 3, 5번의 경우 그 '권장', '개선'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인지가 좀 모호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방향 설정이 상당히 빗나갔다는 느낌입니다.

제 경우는 07년 11월에 수능을 보고 그 이듬해 대학을 들어왔는데, 운 나쁘게도(?) 저희 연도에서만 유일하게 수능 점수 산정 때 9등급제를 적용한 적이 있었습니다. 원래 수능에서는 득점자의 상대 퍼센테이지에 따라서 편차에 따른 '표준점수'라는 것을 매겨서 평가 척도로 삼는데, 저희 때에만 이 표준점수라는 것이 비공개였고, 무조건 과목당 9등급(1등급 4%, 2등급 11%, 3등급 28%, ...)제로 잘라서 평가를 했던 거죠.

이러한 등급제의 문제점은 이 정도 설명만으로도 거의 자명하게 드러날 겁니다. 당시 언론에서 '수능 변별력 약화'라고 엄청나게 떠들어댔고, 서울대는 수능으로 3-5배수 정도를 뽑아서 2단계 논술-면접 전형에서는 수능을 아예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인서울 중위권 이상의 대학들은 모두 일제히 정시 논술고사를 실시했고(예컨대 그 바로 이전 해까지 내신+수능만으로 자연계를 선발했던 연고대의 경우도 정시 자연계 논술을 실시했습니다) 어느 단체에서는 소송 시비까지 갈 뻔했죠. 결국 이듬해에는 곧바로 등급제가 폐지되었습니다.

사교육을 막겠다고 섣불리 등급제를 실시해서 오히려 사교육 부문의 확대(논술 비중 증가에 의한)를 끌어왔던 겁니다. 더군다나, 수능이라는 기본적 경쟁 부문은 그 결과 처리 방식만 바뀌었을 뿐 시행 방식 자체는 동일하게 유지되었으니, 이쪽에서 사교육 감소 효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변별력이 약하더라도 부문 자체가 축소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어차피 상대평가이고 수능과 논술이 상호 선택사항이 아닌 이상, 수험생들은 여기서도 저기서도 잘 해내야 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이제 위 미기위 대책을 검토해 볼까요. 먼저 2, 8번에서 보이는 기조는 '내신 비중의 축소'입니다. 9등급제가 5등급제로 전환되는 것은 아직 뭐라 말할 수 없지만, 확실한 부분은 상대평가가 절대평가화되면서, 또 2-3학년 성적만 반영함으로써 대학들은 확실하게 내신을 불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9등급 상대평가제 도입 이전, 개별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원사격(?)하기 위해 내신 시험문제를 쉽게 내 버려서 '수'가 전체 학급의 과반수 이상에 주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던 것은 다들 기억하고 계실 테죠. 정말 미친 척하고 고교등급제라도 도입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더구나 2-3학년 성적만 반영한다면요. 그러니, 상대적으로 수시 전형에서 (안 그래도 상위권 응시생의 내신 상향평준화 때문에 비대했던) 논술 비중이 더 커질 것은 당연하고, 그에 따라 논술 부문의 사교육은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상대적으로 내신을 위한 사교육 시장이 작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는 분명한 역효과입니다.

6번 대책의 경우, 원론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 대책은 두 가지 효과를 갖습니다. 중상위권 이상 학생들의 경우, 경쟁부문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므로(어차피 다 공부해야 할 터이니) 이 학생들이 이용하는 사교육 시장은 변동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반면, 중위권 이하의 학생들의 경우 '과목 포기'라는 선택이 존재하게 되므로 이들이 이용하는 사교육 시장은 일부 축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과목 포기에 의한 사교육 축소 효과가, 남은 과목들에 집중되는 경쟁 과열에 의한 사교육 확대 효과를 뒤엎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즉, 유사한 정도의 변별력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축소된 한 쪽의 경쟁을 다른 쪽으로 돌려야 하는데, 이것이 여러 기형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사교육 문제를 떠나서 생각해 보아도, 바로 중위권 학생들의 질적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이건 그다지 좋지 못한 정책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기존 입시에서도 대학별로 과목 차등을 얼마간 두는 정도의 정책은 이미 시행되고 있습니다. (아예 반영하지 않게 한다든가 하는 건 다른 문제이겠지만요)

7번 대책의 경우는 직접적으로 경쟁 부문을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일견, 사교육이 정말 감소할 것처럼 보입니다. 일부 학생들의 경우에는 이 대책이 먹힐 지도 모릅니다.(하지만 위에서 논했던 것과 같이 다른 경쟁부문의 비대화로 인해 이 감소 효과는 제한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정책은, 역으로 공교육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큽니다. 고등학생들은 그렇지 않아도 수능을 치르지 않는 과목은 시험 기간에만 설렁설렁 공부하고, 그 강의 시간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엎드려 자거나 다른 수능공부를 하는 데에 전념하고 있지요. 이 상황에서 수능 반영 과목 수마저 줄여버리면 공교육의 고사는 가속화될 겁니다. 차라리 기존의 수능을 좀더 쉽게 내고, 일 년에 두세 번 보는 식으로 해서 중위권 이하에게 일차적인 부담을 덜게 하고 나서 중상위권 이상의 학생들만 따로 모아서 (2차 수능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추가적인 부담을 지우는 방식이 합리적일 겁니다. 이렇게 되면 공교육 쪽에서의 손실을 줄이면서 중위권 이하 학생들에 대한 사교육 시장은 축소되겠지요.

9번 대책은 정말 학원에 며칠간 업무 금지 등과 같이 강력한 제재조치를 동반해서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면 상당히 비현실적인 정책입니다. 현재도 비슷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곳이 있는데, 이때의 제재조치는 주로 '벌금'입니다. 그렇지만 학원 입장에서 볼 때는 그 약간의 벌금보다 밤에 몇 시간 추가 운영해서 얻는 수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그냥 벌금을 내고 운영을 지속하게 됩니다. 압사하는 것은 그만큼의 수익성을 갖지 못한 중소 학원들인데, 이들이 전체 사교육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 안 될 뿐더러 이런 학원들이 망하면 여기에 남아 있던 사교육 수용 인구는 제재를 견딜 수 있는 대형 학원들로 이동해서 이들을 오히려 키워주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1번 입학사정관제의 경우 가장 논란이 많은 부분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한두 번 시범 시행을 거치고 나서 판단하는 것이 좋을 것 같긴 한데.. 전반적으로 저는 찬성 쪽에 가깝습니다. 다만, 이것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다른 경쟁부문의 적절한 축소와 동반하여 그 빈자리를 메우는 식으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기저기서 발빠르게 '입학사정관제 대비' 명목의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고 있으므로, 이 사교육 증가 효과가 다른 부문에서의 감소 효과로 상쇄되어야 하겠지요.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면 그대로 부문 증가에 따른 사교육 시장의 증대만 불러올 뿐입니다.

덧: 사교육의 증감 자체와는 크게 연관이 없겠지만(어쩌면 오히려 늘어날 공산이..) 현재의 자연계/인문계 학생에게 각각 수리 가, 나형을 보게 하는 체제보다는, 미기위가 제시한 대로 자연계/인문사회계/상경계로 세분해서 각각 수리 가, 나, 다형(다형은 미적분 포함)을 보게 하는 제도가 교육적 측면에서 더 나은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찬성이죠. 굳이 일괄적으로 사학과 같은 데 갈 애들에게까지 미적분, 복소수 등을 공부하느라 과중한 부담을 지울 필요는 없겠죠.

-----(이하 추가부분. 원 글은 보존을 위해 원문 그대로 남겨둡니다.)

“수능시험 횟수 확대, 내신 상대평가 폐지”

첫 글인데 팩트 확인도 제대로 안 하고 무턱대고 글만 써댔던 것 같습니다. 중요한 한 가지 빠진 내용이 있었군요. '수능시험 횟수 확대'라는 것.. 이 부분이 빠져서(위 뉴스 기사들은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긁어온 것인데, 얄궂게도 이 부분만 제가 캐치를 못 했군요;;) 몇몇 분들을 오도했던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대체로 반대하지 않습니다. 제가 위에서 언급한 대로까지의 복합적 방안은 아니더라도. 현재 시행되는 수능 체제가 더 이상 원점수만 산출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죠. 물론 현행의 과목별 '표준점수+등급'제가 난이도가 완전히 다른 두 시험의 비교에 있어서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학생들이 느끼는 점수 분포의 정당성이 표준점수에 100% 반영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더 나은 통계적 도구를 만들면 만들었지, 복수의 시험을 동시에 비교하기 위한 방법은 단지 기술적 문제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어떤 식으로 수능 시험을 출제해도 반발하는 학생들은 항존할 것입니다. 수능이란 건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는 제로섬이기 때문에, 돋보기를 잘 끼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손익이 거의 동일해 보입니다. 즉, 항의하는 피해 학생들의 수 역시 거의 동일해 보입니다. 따라서 시험 내적인 개혁보다는 제도적인 개혁이 확실히 (선악을 떠나서) 효과는 크게 됩니다. 저는 94년의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면, 그래서 학생들에게 그 여러 번의 수능이 거의 동등해질 수 있다면(혹은 적어도 그러한 이미지라도 형성해준다면), 수능 다수회 시행으로 인해 학생들의 부담은(시험 하나에 거는 부담이 1/n으로 줄어들므로) 줄어든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나아가, 공, 사교육 부문에서 전술적 변화는 유발할지라도 전략적 변화는 유발하지 않아(수용자층 자체가 질적, 양적 변동이 없으니) 이 부문에서의 타격은 있더라도 경미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Sicut erat in principio, et nunc, et semper,
et in saecula saecul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