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진영의 절실한 과제는 연대가 아니라 정체성 확립입니다. 연대에 성공해서 당장에 집권해도 정체성 문제가 해결 안되면 분열할수 밖에 없죠. 그럴바엔차라리 각자 도생하며 정체성을 확립하고 발전하는게 장기적으로 낫습니다.

정치 집단이 정체성을 확립하고 발전한다는 얘기는 간단합니다. 대중에 먹힐수 있는 아젠다를 개발하고 홍보하는 것이지요. 즉, 사회당이
사회주의 이념을 자체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발전이 아니라 퇴보입니다. 한국 좌파들은 어째 발전이 아니라 퇴보하는, 아니 최소한 정체하는 경우가 많은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경제 체제론에 대한 입장이 업데이트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아직도 사회주의에 집착하는 경향이 많
습니다. 아니면 현실에서 구현된바 없는 반동적이고 몽상적인 탈성장론에서 허우적 대고 있죠. 젊은 좌파들중에서는 후자가 많고, 정당 정파 중에서는 전자가 많습니다. 레디앙이나 민노당, 진보신당 게시판 가보세요. 하품만 나옵니다.


그런데 사회주의를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탈성장론은 일종의 '부작위론'이라 적극적으로 주장할 부분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미시적 노동의제에 강박적으로 집착하거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싸잡아 까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일종의 정치적 유예라고 할
수 있죠. 한국 좌파들이 미숙해 보이는 이유는 87년 이후 거의 25년 동안 유예기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은 유예기간을 보내
는 정치적 미숙아에게 표를 줄만큼 한가하지 않죠.


노동 의제가 노동자들의 협소한 임금문제로 축소되어버린것도 좌파 진영의 탓이 큽니다. 국민 전체에게 먹히는 새로운 진보 아젠다의 개
발에는 게을리 하면서노동 문제에만 페티시 적으로 집착하보니 그만큼 노동 현안 역시 사회여론의 발전과 괴리를 빚고 화석화가 되었기 때문이죠. 말이야 바른 말이지, 노동운동이 8비트 컴퓨터 쓰던 80년대 중반이랑, 아이폰 쓰는 지금이랑, 레토릭이나 문화의 측면에서 변한게 없다는게 말이 됩니까. 국민들이 노동자보다 조중동에 반응하는 이유는 조중동이 노동운동보다는 세련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건 전교조도 마찬가지지요.


진보 좌파가 살려면, 탈성장론에 허우적 대는 패션좌파, 차베스와 쿠바에 허우적대는 당권 좌파 싹 몰아내야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