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공론장에서는 정부 여당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우위를 점하기 마련입니다. 언론이나 미디어의 속성 자체가 현재의 권력
을 감시하고 저항하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필연적으로 존재할수 밖에 없는 반정부의 여론을 어떻게 효과적
으로 요리하느냐가 정부 여당의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반정부 여론에 대한 가장 촌스럽고 어리석은 대응은, 정의감을 갖고 저항하는 것입니다. 이점에 있어서 노무현 정부는 완전히
낙제점이었죠. 정의감을 갖다 보면 소망적 사고, 즉 우리가 옳으니 우리가 승리한다는식의 망상에 빠지게 됩니다. 이명박 정
부는 여론에 저항하지만 정의감은 없다는 면에서 노무현 정부보다 훨씬 낫습니다. 이명박의 경우 자기 확신이 있을뿐 정의감
은 없고, 한나라당과 청와대 참모진의 경우 철저하게 이해득실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전략을 가지고 여론을 요리할 자세가
되어있죠. 전두환과 싸우는 심정으로 조중동과 한나라당에 대항했던 노무현 정부보다는 훨씬 발달된 정무감입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에서 그어진 정치적 전선은 무엇일까요? 일단, 이명박이라는 일 개인을 놓고 그어진 전선이 있습니다.
이게 친박/친이라고 할수 있겠죠. 이 전선은 이념과는 거의 상관이 없습니다. 현재 여기에는 친박, 자유선진당 뿐만 아니라
순전히 이명박의 무식한 정치가 싫어서 참여한 보수층도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중앙대 이상돈 교수를 들수 있죠. 이 사람
들은 이명박이 물러나는 즉시 아마 원래의 포지션으로 돌아와 진보, 개혁진영과의 싸움에 열중할 겁니다. 따라서 이들을 같은
편으로 생각했다가는 엄청난 뒤통수를 맞겠죠.



이명박 정부는 이명박 개인에 대한 경멸에 대해 별 대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상당히 지혜로운 처신이라고 할수 있죠.
원래 대통령은 욕먹는 자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노무현에 대한 비판에 사사건건이 대응하며 곡소리를 냈던 친노 보다는 쥐새
끼라는 비난에도 숨죽이는 이명박 정부가 훨씬 전략적입니다. 보수는 도덕감보다는 이익에 반응하기 때문에 이명박이 욕먹
어서 분하다는 감정보다는 대통령 비난에 반응할 필요 없다는 실리에 충실한거죠.


또 하나의 전선으로는 보수/진보 전선이 있습니다. 이건 어느 정부던 그어질수 밖에 없는 선이죠. 노무현 시절 보수 여론이
득세했던 것처럼 이명박 정부에서는 진보 여론이 득세하는 면이 있습니다. 당장에 뉴라이트는 공론장에서 거의 존재가 사라
져 버렸죠. 뉴라이트가 얘기를 하면 전부 정부 나팔수로밖에 각인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시절 시민단체의 말빨이
먹히지 않은것과 같은 이치죠.


정무 실력은 여기서 나옵니다. 존재할수 밖에 없는 이념적 반격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해당 정부의 정치적 성공을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상술하다시피 노무현 정부는 "우리가 옳기 때문에 이긴다'는 소망적 사고에 사로잡혀 전략적 고려없이
야당과 조중동의 공세에 정면으로 충돌했고 장렬히 패배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는? 그리고 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저는 소망적 사고에 사로잡힌게 오히려 진보 진영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 초기를 볼까요? 그때 진보 진영과 여론은 이명박
정부가 경제를 망치고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서 국민을 죽인다고 떠들어 댔습니다. 자, 그렇게 떠들어 대는건 좋습니다.
원래 정치란 없는 사실도 만들어내고 있는 사실은 뻥튀기 하는거거든요.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기를 믿어버리면 문제가 복
잡해 집니다. 그렇게 안되었을 경우 부메랑이 고스란히 되돌아 오거든요.


진보 진영은 정말로 이명박 정부가 경제를 망치고 미국 쇠고기가 우리 국민을 죽인다는 두려움 혹은 소망에 사로잡힌것으로
보입니다. 전략이 아니라 감정에 휩싸인거죠. 이건 지만원이나 조갑제가 김대중이나 노무현 정부를 실제로 친북 좌파로 믿어
버리는것과 같습니다. 만약에 한나라당과 조중동에 조갑제 같은 꼴통만 있었으면 친북 좌파 마타도어가 제대로 먹혀들어갔을
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상대가 친북 좌파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도 친북 좌파라고 공격했기 때문에 성공한거죠.


진보 진영이 소망적 사고에 사로잡혀 알아서 삽질을 해주니 이명박 정부는 할게 없습니다. 그냥 우직하게 밀어붙이면 상대
가 자폭하거든요. 상대가 기본으로 돌아가서 정부의 잘못된 보수주의 정책, 철학 그 자체를 공격하는게 아니라, 그
때 그떄의 정치적 이슈에 놀아나 버리니, 정부는 가만 있어도 득점을 합니다. 제가 봤을때는 4대강 사업도 그렇게 될 가능성
이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가다가는, 자연적으로 조성된 진보 여론이 갈길을 잃고 헤멜수 있습니다. 진보 진영이 죽을 쑤는건 통합을, 연대
를 안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정체성과 정책과 이념을 토대로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고 이명박의 안티테제로만 기능하기 때문
입니다. 그리고 국민 입장에서 이명박 안티테제는 박근혜도 있습니다. 진보 진영은 스스로를 반이명박이라는 좁은 시장에
밀어넣은 결과 박근혜와 경쟁을 하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