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호남에 대한 편견이나 정서에만 집중하는건 반호남 인종주의의 해소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호남을 타자로 놓고 동정이나 이해를 구하는 일종의 도덕론이 될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덕론은 깨어있는 시민의 지지는 이끌어 낼수 있어도, 다수를 점하는 중도 무관심 층이나 적대 세력을 제어할수는 없죠. 호남에 대한 동정이 언제고 증오나 경멸로 탈바꿈 할수가 있다는 겁니다. 정서적인 레벨에서 반호남 인종주의를 성토하면서도 현실 정치에서는 호남 고립의 논리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제가 싫어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반호남 정서를 도덕론으로 꾸짖는건 누구나 할수 있는 쉬운 일입니다. 유시민도 경상도 인들의 반호남 정서를 정신병이라고까지 비난하며 호남 편견을 경계했었죠. 하지만 문제는 정서가 아니라 호남을 둘러싼 정치적 역동입니다. 호남을 고립케 하는 정치적 역동에 참여하면서 입으로만 반호남 정서를 비난하는 것은 이율배반이고 자가당착이죠. 호남 편견에는 분노하지만 정작 허구헌날 하는 소리는 "호남 지역주의 비판"이며, 반면 경상도 비판은 지역갈등을 부른다며 기를 쓰고 막고, 정동영의 전주 출마는 열과 성을 다해 씹어대지만 영포회는 지역주의가 아니라고 옹호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꼭 누구라고 찝어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제가 반호남 인종주의에 민감한 이유도, 그것이 우파와 좌파가 합세한 반호남 고립구도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5,.18을 폭동이라고 하는 노골적인 반호남 주의자와, 호남을 위해 눈물은 흘리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호남만 물고 늘어지며 경상도에는 찍소리도 못하는 진보 개혁파가 뭉쳐서 만든 원사이드한 호남 고립구도가 인터넷의 반호남 홀로코스트를 낳은 것이죠. 그래서 당분간 해결책이 없다고 보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