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선배들 만났다 씁쓸했습니다. 과거 학생운동권 출신 두 분 모두 한나라당에 줄 섰더군요. 더 정확하게는 박근혜.
한분은 그러려니 했습니다. 일찌기 그런 조짐을 보였고 또 나름대로 이유도 분명했지요. 어쨌든 정치권에 진입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과 이유가 뚜렷했으니까요.

다른 한분이 씁쓸했던건 참여정부 당시엔 "나 노빠야" 하던 분이었기 때문이예요.

제가 노빠들을 비난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고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하려는 이야긴 노빠, 난닝구 뭐 이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전 요즘 그런 분류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민주당에 소속된 한명숙 지지자는 노빠인가요, 난닝구인가요?

제가 우울한 이유는 전직 노빠 선배의 박근혜 줄서기에서 엿본게 전망의 부재라는 점입니다.

까놓고 물어보죠. 비한나라당 세력의 희망은 누구일까요? 손학규? 정동영? 유시민? 이정희?

전 위의 누구도 흔쾌히 마음이 가지 않습니다. 위의 개개인 품평이 아닙니다. 위의 누구도 개혁진영의 아젠다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어법으로 이야기하면 모두 뚜렷한 이미지가 없어요.

최근에 조기숙 교수가 장황하게 이명박 지지율에 대해 비판하더군요. 여론 지지 높은게 좋은게 아니다. 오히려 올바른 지도자는 고독하기 마련이기에 노무현 정부가 잘했던 거다 어쩌구 저쩌구. 쉽게 말해 대중은 20세기, 위대한 지도자는 21세기의 재탕입니다.

한참 웃었습니다. 보통 사람은 다 아는걸 교수 나부랭이들만 모르는구나 싶더군요. 이명박 지지율이 높은 건 다른 이유 아닙니다. 아주 간단히 말해서 사람들이 보기에 낮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무슨 말이나면,

아주 쉽게 말해서 여론조사시에 '나 존내 이명박 맘에 안들어요' 해봐야 이익될게 없을 것 같으니 대충 '지지한다'고 한다고 하는 겁니다. 무슨 불이익 받을까 겁나서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 지지율 떨어져'라는 신문 기사가 나오더라도 별로 바뀌거나 좋아질 전망이 없으니 걍 현상유지 시키겠다는 겁니다. 다시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말하자면 이건 이명박을 까는게 아닙니다. 민주당을 비롯해 소위 개혁 진보 진영이 잘하는게 없다는 거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까요? "이명박 정부 지지도 하락"이란 기사 나온다 칩시다. 그래서 바뀔 수 있는게 뭐가 있죠? 대북 포용 정책에 대한 민주당의 입김이 강해질까요? 아니, 민주당이 대북 정책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나 높인 적 있습니까? (전 정말로 이 대목에 요즘 좀 분노하고 있습니다만 이건 좀 나중에)  기껏해야 박근혜 쏠림 현상만 더 강화되겠죠. 

오늘 딴지 갔다가 정말 화가 나더군요. 대문에 정동영 병신 인증이란 글이 올라왔습니다. 속으로 '가지 가지한다. 미친 삭히들'이란 욕이 터져나왔습니다.  완전히 과거 회귀이예요. 정치적 전망을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미안한 말이지만 전 딴지 대문에서 제대로 박근혜 다룬 글을 못보았습니다. 그저 계속 어게인 2007만 외치고 있지요. 노무현과 유시민은 짱! 정동영 타도! 무슨 주문처럼 이것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타임머쉰은 딱 거기에 멈춰 있더군요. 아니 정동영 욕질해대면 차기 유력주자 박근혜 인기가 떨어진답니까?

그러면 민주당은? 글쎄요. 제가 요즘 신경 쓸 여유가 없어 자신할 수 없지만 도대체 뭐하려는 당인지 모르겠습니다. 지방선거 이후엔 '드디어 즐거운 권력 투쟁의 서막이 올랐다'고 환호를 질렀습니다만 왜 이리 조용하죠? 전 정말 이상합니다. 제 생각에 지금이야말로 담대한 대북 정책이 필요한 때입니다. 뭘해도 욕할 조중동 따윈 무시하고 중국, 미국, 일본, 중국 관계까지 아우를 대북 정책의 스케일을 제시하며 뭘 하자는 건지 알 수없는 이명박 및 한나라당 진영과 차별점을 확 그어야 할 때죠. 아닌가요? 저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북한에 대해 별별 생각 다하지만 어찌됐든 김대중 정권 때는 동의 여부를 떠나 그 방향이 명료했죠.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뭘 하자는 건지를 모르겠다는 느낌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대북 정책을 하면 흡수 통일로 간다는 거야, 아니면 평화 공존한다는 거야, 북한으로 남한 시장이 확대된다는 거야, 전쟁을 한다는 거야, 도대체 뭐야?"라고 물었을 때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한나라당 지지자 없을 걸요? 아마 대개의 대답은 '북한이 어쩌구 저쩌구..' 일 겁니다. 이게 뭘 말하는 거냐면 북한이 어떻게 하는지 봐서 대응하겠다는, 그야말로 하나마나한 이야기의 반복이라는 거죠. 그래도 제 주변에 비한나라당이 많아서 제가 이렇게 느끼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명박 정부 들어와 대북정책에 관한한 어떤 절망감이 퍼지고 있습니다. 앞에 이야기했듯 어떤 전망이나 비젼도 못보겠다는 거죠.

그런데 뭐하고 있는 겁니까? 학자처럼 '햇볕정책도 수정이 필요하다' 이딴 소리나 하고 있으면 됩니까?

답답하네요. 박근혜는 계속 은둔 생활 즐기고 있습니다. 예. 제가 박근혜라도 그러겠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손해볼게 하나도 없으니까요. 비한나라당 진영이 이슈를 제기하며 시끄럽게 만들어야 정국 주도권을 뺏길까 싶어 나설 텐데 전혀 그럴 일이 없는 겁니다. 민주당은 뭘 하자는 건지 아리송, 비민주당 비진보 진영은 무현 천국, 동영 지옥 타령, 민노당 및 진보 신당은 통합하네 마네 지지부진.

정말 답답하네요. 언제 바람계곡님과 이야기했듯 청계천, 중앙차로, 광화문 광장, 시청앞 광장, 이거 사실 진보 진영에서 먼저 나왔던 토픽입니다. 어느 순간 잽싸게 한나라당 쪽에서 채가더니 짭짤하게 써먹었죠.

복지도 그럴 조짐이 보입니다. 닝기미, 대북 정책 하나 남았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쪽에선 벌써 그것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닝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