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또는 동성 간 성교 자체가 나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는 동성애는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근거로 드는 사람도 있다.

 

이런 논증(?)에는 적어도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자연스럽다(natural)가 제대로 정의되지 않아서 너무 애매하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동성애라는 현상도 물리 법칙과 같은 자연 법칙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다. 아마 동성애 현상이 일어날 때마다 물리 법칙이 깨지는 기적이 일어난다고 주장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동성애가 자연스럽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기준을 들이대는 것일까? 나도 모르겠다. 내 추측으로는 그들은 자연스럽다라는 단어를 우선 정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 조차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둘째, 동성애가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에 나쁘다는 이야기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것은 선한 것이며 자연스럽지 않은 것은 악한 것이다라는 명제가 성립해야 하는데 나는 그런 명제에 동의하지 않는다.

 

자연스럽다라는 단어 자체가 애매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살아야 한다, 자연의 섭리를 따라야 한다라는 명제 역시 애매하다. 따라서 그 명제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실천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것이 물리 법칙에 따르는 것이라면 그것은 도덕 규범으로서는 의미가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나는 인간이 물리 법칙을 어길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연의 섭리라는 것은 문명 이전의 상태를 뜻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자연의 섭리를 따르고 싶지 않다. 문명 이전에는 큰 병에 걸리면 죽는 일이 많았는데 현대 의학으로 무장한 병원 때문에 이전에는 고치지 못하는 병도 고친다. 문명 이전의 상태라는 의미의 자연의 섭리를 따르자면 병에 걸려도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는 그러기 싫다.

 

자연의 섭리는 동물 세계를 뜻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어떤 동물을 말하는 것일까? 예컨대 보노보에게 동성 간 성교는 일상적인 일인데 보노보가 모델이라면 인간도 동성과 성교를 해야 한다(또는, 해도 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것이다. 만약 사마귀가 모델이라면 여자도 성교를 할 때에는 남자를 잡아 먹어야 한다(또는, 잡아 먹어도 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것이다.

 

자연의 섭리는 자연 선택에 의해 설계된 적응을 말하는 것일까? 나는 강간 메커니즘이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 가설이 확실히 검증된다면 강간을 해야 한다(또는, 해도 된다)는 결론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종교인이라면 신이 자연을 창조했으므로 자연의 섭리는 신의 섭리다. 그러니까 자연의 섭리에 따라야 한다고 이야기할 것 같다. 논의의 편의상 신이 자연을 창조했다고 인정해 주자. 하지만 신이 창조한 것들 중 어떤 측면을 따라야 한단 말인가? 신이 창조한 자연에는 살육도 넘쳐나고, 보살핌도 넘쳐난다. 둘 다 많으니까 살육도 하고 보살피기도 하란 말인가? 신은 동성애를 일삼는 보노보도 창조했으니까 동성애를 해도 된단 말인가? 아니면 동물계의 평균을 내서 동성애가 별로 많지 않으니까 하지 말란 말인가? 그렇다면, 자연계의 평균을 내 보면 힘센 놈이 힘 약한 놈을 못 살게 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그런 평균에 따라서 조폭 문화를 장려하란 말인가?

 

나는 자연스러움, 자연의 섭리를 끌어들이는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내 추측으로는 그냥 머리가 나쁘거나 그런 문제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아서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내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제발 자연의 섭리를 따라야 한다가 무슨 뜻인지 알려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