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니치 수고(Manuscript)
 
어제 밤에 잠이 안와서 잡지를 뒤적이다 2011판 Skeptical Inquirer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번 1월호의 주제가 “Conspiracy Theory Meme" 머 이런 것이라 흥미가 땡겨서 몇 꼭지를 보았습니다. 그 중에서 재미난 하나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보이니치 수고(manuscript)라는 것이 있습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이게 이전의 바이블 코드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같은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지구안에 또 다른 동굴세계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는 둥, 프란시스 베이컨의 저작이다, 아니다 다빈치의 또 다른 암호 책이라 이런 주장도 있고요. 흥미로운 것은 장장 246 페이지에 걸쳐 약 17만 단어로 구성된 이 책의 저자나, 그 내용이나 목적에 대해서 100여년간 연구를 했지만 아무도 그 어떤 것도 알아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책의 이름은 이것을 이태리 예수교 대학에서 발견한 캐나다인 Wilfried Voynich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것입니다.
일단 이 책의 몇 페이지를 한번 보시고,, 이야기를 이어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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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노라하는 암호해독가, 신비주의 연구자, 철학자, 고문학자, 수학자, 컴퓨터학자까지 들러붙어 나름 해석을 했지만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된 해석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일단 얼핏보면 서양의 고문서 같지만 이 책에는 문장의 끝을 나타내는 방점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일단 문장 단위로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장, 절 구분이 없습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이 책에는 모두 220개의 삽화(illustration)이 있는데 이게 아주 묘하게 신비주의적 상상을 불러 일으킵니다. 지하동굴의 세계를 묘사하기도하고, 황도계(zordiac)나 은하계의 구성도 같기도 하고. 그리고 126개에 달하는 많은 식물(plants) 그림이 있는데 그 중에서 확인이 되는 것은 해바라기와 가짓과 식물 2종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현존하지 않는 괴상한 식충식물 모양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실제 신대륙에서 유럽으로 해바라기나 가짓과 식물이 들어간 시점으로 계산해보면 이 그림은 1400년대 이후라고 추측이 됩니다. 실제 2009년 아리조나 대학에서 실시한 탄소연대 측정법으로 실험을 해보면 이 책이 만들어진 시점은 1404년 - 1438년 사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전 많은 호사가들이 말한 다빈치의 숨겨논 예언서라는 등은 주장은 힘을 잃게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 그려진 황도(태양길)은 실제 지금의 태양계와는 전혀 다른 모양이고 모양으로만 보자면 플라이아데스(Pleiades) 은하와 매우 닮아있다고 하고 이것을 믿는 보이니치 전문가들도 많습니다만 이것 역시 발랄한 상상중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그려진 사람들의 의복이나 모양은 현세의 것과는 어떤 점도 닮은 것이 없습니다. 

이 이상한 글씨가 어떤 영문자 알파벳을 암호화 한 것인지, 또는 새로운 문자인지도 불분명합니다. 대략 20여개의 문자로 쓰인 것은 분명한데, 필사본이라 그것이 실제 같은 문자(Character)를 표현한 것인지도 불분명합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대부분의 단어가 4-5개의 문자로 구성된 것으로 보아, 라틴어 문화권으로는 보입니다. 흔히 암호해독에 쓰이는 가장 기초적인 방식인 문자의 빈도수와 단어의 빈도수를 적용해봐도 특성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몇 가지 두드러진 특징은 라틴어권에서 자주 나타나는 두 문자 단어, 예를 들면 in, de, ex, si 등이 없다는 것이고 또한 길이 10이상의 단어도 없다는 것입니다. 또 어떤 경우는 같은 단어로 보이는 것이 5번이상 반복되는 문장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for for for for for... 이런 경우는 라틴어 권에서는 없죠. 아마 지구상에, 파푸아 뉴기니에도, 같은 단어가 다섯 번씩이나 반복되는 문장을 허용하는 언어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의 저자가 일종의 정신병, 예를 들면 자폐증 환자가 아닌가 추축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실제 저는 이런 류의 그림과 이상한 문자를 스케치 북에 하루 종일 끄적이는 여자분과 사귀어 본 적이 있습니다. 자폐증 정도는 아니였지만, 대단히, 거의 병적인 자아구조를 가진 사람이였죠.  더구나 이 책이 정상적으로 쓰여 졌다고 보기 힘든 근거 중 하나는 중간에 글자를 고치거나 지우거나 삽입한 흔적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고문서도, 실제 필사본으로 베껴 쓴다고 해도 고친 흔적은 상당히 나타나는데 이런 흔적 하나 없이 한번 붓을 들어 일필휘지 246쪽의 책을 만들었다는 것은 좀 이상하죠.. 어떤 사람은 이런 것을 들어 이것을 외계인이 외계어로 쓴 책이라 하지만, 제가 볼 때에는 이렇게 수정이 없다는 것은 이 책이 순 의미없는 문자의 나열로 볼 수 있는 주요 증거가 된다고 봅니다. 자 이제부터 이 책에 걸려드는 수 많는 연구자들이 나타나는데요...  

1. 1921 철학자 윌리엄 뉴볼드가 이 책을 해독했다고 주장합니다. 뉴볼드는 이 책의 문자 사이에 나타나는 아주 작은 자국(조각, 티끌)을 알파벳으로 해석하여 의미있는 문장을 만들어 냅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이 책의 저자는 프란시스 베이컨이고, 그가 망원경을 만들어 천체를 관찰했고.... 그러니까 1921년판 바이블 코드인 셈이죠. 그런데 이런 식의 해석은 대부분 매우 자의적이라 대중들에게 어필은 좀 했지만 과학하는 사람들에게는 망신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1번타자, 헛스윙 삼진 아웃. 
  
2. 1943년, 법률가인 죠셉 휠리(Feely)가 나옵니다. 그는 법륩가 답지않게 이 책에 나타난 문자를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이 수고는 라틴어와 수많은 약자(abbreviation)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해석한 첫 42개 줄의 내용을 소개했지만, 별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3. 이런 아마추어들의 한심한 작태를 보다보다 참지못한 전문 암호연구가 윌리엄 프리드만(1891-1969)이 등장하여 실제 2차대전에서 자신이 사용한 수많은 해독방법을 동원하여 보이니치 문서를 해독 하려했지만 그 역시 실패합니다. 하지만 그가 알아낸 것은 보이니치 연구에서 매우 의미있는 내용인데요, 이 문서는 분명히 어떤 인공언어(artificial language), 예를 들면 지금의 프로그래밍 언어와 같이 구성된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4. 이후 중세철학 전공의 교수인 브룸보우(1978)의 주장에 의하면 보이니치 문서의 문자는 라틴 알파벳을 환치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이 문서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의미있는 실제 해석으로  내 놓지는 못합니다.  
 
5. 1987년 외과의사인 레오 레비토프(Levitov)는 좀 더 역사에 기초한 주장을 했는데 이 보이니치 언어는 독일어와 불어의 근원인 고대 Flemish어로 쓰인 것이며, 당시 라틴어를 대신해서 이런 말이 쓰였다고 했지만, 이런 사실을 뒷받침해줄 다른 자료가 부족하여 그냥 하나의 발생언어학적인 가설로 받아들여졌습니다.

6. 
가장 의미있는 연구는 영국 언어학자인 고든 럭(Gordon Rugg)이 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최초의 과학적인, 제가 볼 때에, 방법인데요. 그는 16세기 당시에 사용된 2단계 환치 암호법을 사용하면, 어떤 문장이라도 보이니치 문서와 비슷한 모양이 되도록 만들 수 있음을 다양한 실험으로 밝혀낸 것입니다. 그러니까 보이니치 문서를 해석하지는 못했지만, 그와 유사한 식의 암호화 문서의 생성이 가능함을 보인 것이죠. 그리고 그는 보이니치 문서는 실제 아무런 의미가 없는 무작위 문장을 복잡하게 암호화 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게 됩니다. 최근 2004년의 일이죠. 사실 Rugg의 방식은 오스트리아 물리학자인 안드레아 쉬너(Schinner)가 고안한 것으로 자연언어에서 어떤 지문과 같은 특성 패턴을 찾아내는 방법을 활용한 것입니다(2007). 쉬너가 발견한 보이니치 문서의 패턴은 지구상에서 사용되는 어떤 자연언어에도 확률적으로 나타나기 힘든 것이라고 합니다.  2000년도인가 ? 제가 읽어본 PRL 논문에 의하면 각 나라 말로 쓰여진 문서를 압축하면 그 압축률로 언어를 구별지을 수도 있다고
한답니다.  그런 유사한 방법과 비슷해 보입니다. 영어보다는 한글의 압축률이 좀 높습니다. 이 말은 한글이 많이 부풀러져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하긴 예를 들어 한글에 잔뜩달린 조사나 존칭법의 복잡함 같은 것은 불필요한 (redundant) 정보라고 볼 수 있습니다.
   
7. Nick Pelling은 2006년 보이니치 문서의 실제 저자를 찾았다고 주장하였다. 그 저자는 이탈리아 건축가인 Antonio Averlino(1400-1469)라는 것이다. 그는 Averlino가 콘스탄틴노플(지금의 이스탄불)로 도망쳐 나와서 자신의 지식을 암호화하여 기록한 문서가 바로 보이니치 문서라는 것이고 한다. 탄소연대로 볼 때 이 주장은 일단 가능성이 있다.  
   
  
이전 보이니치 문서가 주목을 받을 때 말한 위조본 가설은 탄소연대법으로 기각됩니다. 이 책은 분명히 1400년 초에 이탈리아 근처에서 쓰여진 문서는 확실합니다. 동시에 이 문서의 저자가 베이컨이라는 둥, 또 다른 다빈치의 예언서라는 둥의 주장 역시 같이 기각이 됩니다. 현재 미스테리 잡지나 책, 또는 음모론자들의 주장은 UFO설, 지구동굴설, 외계인 문서 지구대필설 등 황당한 것이 많지만 그것은 모두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잡지의 필자와 저와 공통되는 내용은 아마도 이 책은 어떤 사람이 미스테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만든 책이거나 1400년대 신비주의가 판을 칠 때 부자들에게 예언서로 팔아먹기 위해서 아주 참을성 있는 사람이 만들어낸 non-sense 책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한 글자도 고친 흔적없이 246 페이지의 글을 쓰기란 불가능하죠. 당시에 무슨 word processor가 있었든 것도 아니니. 또 다른 하나의 가설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자폐증 환자의 일기장과 같은 기록물이 아닌가 합니다. 그냥 의미없는 글을 자신의 언어로 생각하고 상상 속의 그림과 함께 그런 것이 아닐까요 ? 암호학적인 다른 가설은 짧은 문장을 매우 번잡한 방법으로 암화한 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보통 암호화를 하면 원 문장보다 암호화된 문장은 훨씬 길어집니다. 따라서 5000자의 문서를 17만자로 암호화했고 그런 문서가 하나만 존재한다면 이것은 이론적으로 해독이 불가능합니다. 어떤 방법을 사용한다해도. 현재는 인공언어가 가장 그럴듯한 설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그것은 지금 컴퓨터를 사용하는 우리들의 이야기죠. 13-15세기에 인공언어의 개념조차 없을 때인데 누가 이런 돈안되는 장난거리를 만들었을까요 ?  
   
   
제가 이 보이니치 문서를 보았을 때 느낀 첫번째 감은 어쩐지 Burrows-Wheeler-Tranform(BWT)의 느낌이 떠 오릅니다. 
이 BWT 방식은 어떤 문서를 암축저장하기 위하여 초벌로 변형하는 방법인데요 그 최종적으로 구성된 문장이 매우 기괴합니다. 
BWT는 수 기가 유전정보에서 특정 패턴을 빨리 찻기위한 알고리즘에 필수불가결의 접근법으로 활용이 됩니다.
예를 들어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whether tis nobler in the mind to suffer slings and arrows of ourageous fortune"

을 BWT로 바꾸면요 이렇게 됩니다. 

"sdoosrtesrsefeeoe:nsrrtdn,r h onnhbhhbhglfhuhnofu antttttw mltt bs ioaiui Tttn i fn r eoeetraoguiwi e ao es e. urqstoo o"

글쎄요, 1400년대 사람에게 BWT가 무슨 필요가 있을거라고 만들었을까요 ? 여하간 이 책은 예일대힉교 희귀본 도서관에 잘 모셔저 있다고 하네요. 저도 나중에 제 후손들에게 몇 푼 쥐어주기 위해서 이런 책, <코블렌츠 수고본> 하나 만들어 볼까 합니다.  
여하간, 의심이 믾은 저로서는 14세기 그림솜씨 좋은 어떤 이딸리안 사깃꾼의 작품이라는 것에 한 표 던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