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사회현상이라는게 생물과 같은 측면이 있어 합리성에 기반한 예측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편 문제도 정치적 스탠스에 비춰서 쉽사리 성공과 실패를 논하기는 어려울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최소공약수적으로 예상하는걸 적어보자면 몇가지가 있습니다.

1. 일단, 프로그램을 재밌게 만들면 장땡입니다. 이건 중요한건데, mbc같은 거대 방송사라고 해서 케이블 방송사보다 항상 재밌는 프로그램을 만드는건 아닙니다. 방송 컨텐츠라는게 제조업과는 또 달라서 개인의 역량에 좌지우지 되는 부분이 상당수 많거든요. 조중동 종편에서 유능한 pd가 채용되어서 재밌는 방송을 만들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아마 그러면 종편에 쏠렸던 정치적 기대 혹은 의구심들이 상대적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큽니다. 방송사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하는 종편 입장에서는 한국판 폭스 뉴스가 되는것 보다는 당장에 좋은 컨텐츠를 발굴 제작해서 정치적 이미지를 벗는게 가장 선결과제가 될겁니다. 그리고 그건 생각보다 쉬울수도 있습니다.

2.  따라서 두번째 추론이 가능한데, 결국 종편의 우선 과제는 컨텐츠에 달려있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것과 같은 "뉴스 독점' "여론 독점"이라는 문제가 1,2년 만에 부상하기에는 상당히 힘듭니다. 종편이 바보도 아니고, 세간의 정치적 관심을 유지 확장시킬 이유가 없지요. 아마 초기에는 먹힐만한 컨텐츠를 만드는데 골몰하느라 정권 혹은 보수세력의 나팔수 노릇할 여유도 없을겁니다.

3. 시간이 갈수록 자본력이 빛을 발할겁니다. 이건 1과 약간 배치되는 얘기일수도 있지만, 유능한 피디나 방송문화를 씨앗이라고 한다면 자본은 팜(farm)입니다. 거름지고 넓은 땅이 있어야 좋은 작물이 얻어걸릴 확률도 크죠. 일종의 체력이라고 할수도 있고. 방송사에 요구되는 체력은 신문사에 요구되는 체력과는 비교도 할수 없을 지경입니다. 몇개는 망하더라도 버틸 힘이 있어야 다음에 올 히트작을 기다릴수 있을거 아닙니까?

4. 하지만 조중동 채널이 아무리 성공해도 혹은 실패해도 그 최대치는 크지 않을거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이건 좀 과감한 예측인데, 현재 티비라는 매체 자체의 볼륨이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조중동의 살길은 포화된 기존 시장의 쉐어에 낑겨 들어가는건데, 이건 생각만큼 어렵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생존 이상을 바라는게 과대망상이라는걸 깨닫고 케이블 쉐어에서나 짱을 먹어보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진다면, 조중동 tv는 조중동 신문에 부수되는 컨텐츠 생산 기지로 오랬동안 남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경영진의 빠른 판단이 바로 섰을때 가능한 얘기죠. 그리고 이때 조중동 티비의 사회적 영향력도 그만큼 한정될 겁니다. 여전히 주도권은 신문에게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