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합당 발표(3/1)를 하고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발기한 지 1주일이 되었지만 지지율이 오르기는 커녕 오히려 하락하고 있네요. 제가 예전에 썼던 글에서 예언한 대로 시너지 효과는 커녕 마이너스 지지율을 그리고 있습니다. 조금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이런 추세는 6.4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이번 지선은 너무 싱겁게 끝날 것 같아 보는 재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새민련의 정강에 6.15선언과 10.4선언을 넣니 마니를 두고 두 진영이 다투다 결국 안철수가 꼬리를 내리고 스타일을 구겼는데 이번에는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여부를 두고 내부적으로 의견이 충돌하고 있어 내홍이 심한 것 같습니다.

기초선거 공천폐지가 새민련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 것은 김한길과 안철수의 자업자득입니다. 새누리당은 기초선거 공천을 하고, 새민련은 공천을 포기하면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의 선거결과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새민련에서 광역자치단체장에서 선전을 한다고 해도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를 새누리에게 넘겨주면 광역자치단체장은 식물 단체장이 됩니다. 오세훈이 무상급식을 주민투표에 붙이는 승부수를 띄운 것도 서울시 구청장과 서울시의회가 민주당에게 장악당해 서울시장으로써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새누리당과 박근혜가 기초선거 공천폐지를 약속하고 이행하지 않은 것은 분명 잘못이고 비판받아야 하겠지만, 김한길이나 안철수도 기초선거 공천폐지가 새정치의 아이템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공천폐지가 능사였는지에 대해 세밀한 검토도 없이 합당의 명분으로 삼은 것은 정치력의 부재이며 현실감각의 부족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국민들이 과연 기초선거 공천폐지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요? 김한길과 안철수는 당장 공천폐지가 공천하는 것보다 무엇이 좋은지, 얼마나 생활정치에 도움이 되고 정치환경을 개선하는지 설명도 못하는 상황에서 합당의 명분을 찾기 위해 공천폐지를 마치 새정치의 아이콘처럼 격상시켜 버렸습니다. 솔직히 여기 아크로 회원 중에서도 기초선거 공천폐지가 부작용보다는 좋은 점이 더 많아 공천폐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자신있게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공천폐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나 실익의 유무에 대해 확신하지도 못하면서 합당 명분을 위해 스스로 기초선거 공천폐지를 대단한 정치혁신인 것처럼 떠들다 보니 이제 와서 무공천시의 불이익이 현실화되는 것을 두 손 놓고 바라보아야 하는 진퇴양난의 구렁텅이로 빠져버린 것입니다. 합당의 명분으로 삼지만 않았더라도 새누리당의 무공천 약속 위반을 들어 슬그머니 공천을 하면 약간의 비난 정도에 그치고 기초선거에서 현실적 이익이 막대할텐데, 민주당의 다수 의원들은 속이 부글부글 끓을 만도 하겠습니다. 

저는 솔직히 김한길이나 안철수가 기초선거 무공천을 합의하고 합당 명분으로 삼을 때, 저 사람들은 기초선거 무공천의 문제점을 제대로 검토해 보고 저런 식으로 질러대는지 의아했습니다. 무공천을 하면 당장 기초의원 비례대표 문제가 부각되는데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거나 법률 개정, 혹은 새누리당과의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것이 능사인지 궁금했죠. 비례대표란 정당 공천을 전제한 것이기 때문에 무공천을 추진하려면 기초의원 비례대표 대신 지역의원을 더 뽑도록 하든가, 아예 기초의원 비례대표를 없애는 것을 새누리당에게 압박하여 합의를 보았어야 합니다. 기초의원 비례대표 문제를 거론하며 새누리당에게 기초선거 무공천 이행을 촉구하고,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데 대한 비판을 계속해서 명분을 축적하는 전략을 썼어야 합니다. 그런데 김한길과 안철수는 마땅한 합당 명분이 없자, 섣부르게 기초선거 공천폐지 카드를 합당 이유로 삼아버림으로써 기초선거 공천폐지와 관련해 주도권을 행사하지도 못하고 새누리당을 밀어붙일 동력도 스스로 내버리게 된 것이죠. 소탐대실한 것입니다. 김한길과 안철수의 저런 상황판단과 정치적 감각으로 새민련이 제대로 굴러갈지 심히 걱정됩니다.

제가 보기에는 기초선거 공천폐지 문제는 6.4 지선의 후보 등록 때까지 새민련 내부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켜 지선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문제로 인해 새민련이 깨지고 다시 원위치할지도 모르고, 안철수는 이 문제로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새민련이 내부적으로 논란을 겪고 있는 와중에 박근혜는 어제 장장 7시간 동안 규제개혁 관련 끝장토론을 벌였습니다. 아크로 회원 중 일부와 한겨레, 경향 등의 자칭 진보진영은 어제 끝장토론을 극장식 정치니 줄푸세니 대기업을 위한 것이니 하면서 평가절하하지만, 어제 끝장토론을 지켜본 국민들은 다른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것이 제 예상입니다. 사실 저도 박근혜가 저런 의제를 두고 7시간 끝장토론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7시간 동안 토론을 끌고갈 능력(토론 스킬, 의제에 대한 이해 등)까지는 아직 갖추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저렇게 장시간 토론하는 것을 보니 박근혜가 규제 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말만 앞세웠지 정치적 이유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전두환/노태우 추징금 환수, 공기업 개혁에 이어 규제 개혁에 대해서도 밀어붙이는 것을 보니 제가 박근혜에 투표한 것이 잘했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야권이 정치공학에 몰두하고, 상대의 실수나 잘못에 대한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동안, 박근혜는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천착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야권이 제기해야 할 아젠다를 박근혜가 선제적으로 치고 나가는 모습이 박근혜가 보통 정치인은 아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난 대선에서는 진보진영의 아젠다인 복지를 먼저 들고 나오고, 취임 후에 곧바로 전두환/노태우에게 추징을 하고, 통일 대박이라는 상징어를 만들어 내어 통일문제 선점하고, 공기업 개혁에 이어 규제 개혁을 들고 나와 민생문제를 다루면서 야권이 치고 나올 의제들을 먼저 선점해 버리면서 틈을 주지 않고 있죠. 이러한 모습들은 국민들에게 박근혜에게 Positive하다는 인상을, 야권에게는 Negative적 인상을 받게 만드는 효과를 주고 있죠. 박근혜가 그저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죠. 저는 이런 모습들이 단지 선거를 의식하거나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박근혜의 정치철학과 진정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새민련 등의 야권이나 자칭 진보진영과 박근혜의 차이는 태도와 진정성에 있다고 봅니다. 새민련도 정치공학적 사고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진지한 고민 속에서 방향을 잡고 정책을 제안함으로써 회생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