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이근안이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만 당시 신동아인가에서 읽었던 일화가 생각나는군요.

과거 간첩단 사건보면 재밌는게 있습니다. 가끔 돌아온 납북 어부들이 간첩이 되어있더라는 겁니다. 어쩌다 그렇게 됐나? 이게 보통 사람 생각으론 북에 납치까지 된 사람이 어떻게 간첩이 되겠냐, 혹은 설마 그렇게 고생까지 한 사람을 간첩으로 몰겠냐고 하지만,

프로페셔널 애국자에겐 다른게 보입니다. 아닌 말로 북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 지 누가 압니까?

그렇게 간첩됐다 법원에서 무죄판결 받은 사람의 회고입니다. 

어느날 아침에 간첩이라고 끌려갑니다. 그리고 줘팹니다. 별별 협박이 다 들어옵니다. 그리고...간첩임을 시인하고 바로 도장 찍게 하느냐...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애국자들은 그렇게 단순 무식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조서를 쓰게 합니다. 자신의 간첩 행각을 자백하라며 백지 내밀고 쓰게 합니다.

쓸까요? 안쓰죠. 아니 못쓰겠죠.
다시 줘 팹니다. 그러다가 한마디 툭툭 던집니다. 임마. 그러니까 너가 여기서 누구 접선했잖아.

그대로 씁니다. 그런데 그 뒤가 안나옵니다.
다시 줘팹니다. 그리고 또 한마디 던져줍니다.

그렇게 한줄 한줄 조서가 완성됩니다. 그러다 백지주고 처음부터 다시 쓰게 합니다. 나중엔 외울 만큼 됩니다.

그러면 끝나냐.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애국자들은 결코 조작을 하지 않습니다.

간첩의 모든 행각은 어부의 머리 속에서 창작하고 연기하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애국자들은 노력을 쉬지 않습니다. 
급기야 처음엔 단 한줄도 못쓰던 어부가
나중엔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채우며 설명하기에 이릅니다.
그래서 급기야 자신이 진짜로 간첩인지 아닌지조차 헷갈리게 됩니다.  

왜 그렇게 하냐구요?
일방적으로 강요된 조서를 쓰고 도장 찍으면 나중에 법정에서 판사나 변호사가 물었을 때 버벅거리기 십상입니다.
벼락치기로 한 시험 공부, 시험 지나 다음날이면 공부 했었나조차 가물가물한 것과 비슷합니다.
반면 애국자들의 방법은 완벽히 준비된 간첩을 만드는 거지요.
최근 유행하는 자기 주도에 의한 학습이자 연극에서 자신의 역을 완벽히 소화한 배우를 만드는 훌륭한 교수법입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어떻게 무죄판결 받게 되었는가?

그 사람 표현으론 '천사를 만났다'고 합니다. 줘패던 형사가 외근으로 나간 어느날 처음보는 형사가 취조실로 들어왔습니다. 그 형사, 조서를 쓱 보더니 묻습니다.
 
"너 간첩이니?"
"옛썰!"
"놀고 자빠졌네."
"?"
"씨팔, 김대리는(자기들끼리 쓰는 언어인데 지금 기억나지 않습니다) 저번에도 이렇게 무리해서 하다가 사고치더니 이번에 또 이러네."
"?"
"너가 간첩? 웃기고 자빠졌네. 너가 북괴면 너같이 어리버리한 애 간첩으로 쓰겠냐?"
"ㅠㅠ"
너 내 말 똑바로 들어."
"옛썰."
"너 여기선 무조건 간첩이라고 해. 그렇지만 법원에선 절대로 인정하면 안된다. 너 법원으로 넘어가면 그때부턴 때리는 사람 없어. 알았어? 너 법원에서 어리버리하게 겁먹고 그러면 너랑 너 가족 인생 그때부터 절단 나는 거야. 정신 똑바로 차려. 알았어?"

그래서 무죄로 풀려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천사같은 형사 만나기 전엔 그런 생각은 꿈에도 할 수 없었다는군요.

여기서 문제. 위에 등장한 두 형사 중 누가 애국자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