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닉스님이 쓰신 중국관련글과 리플을 보다가 생각난 건데.... 정말 생각해 보면 미국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전통이 없는 나라"인데도 사실상 세계 최강의 문화 대국이죠. 문화력이 없었으면 미제국이 지탱이 되었을까 싶을정도로 팍스 아메리카나에서 영화로 대표되는 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합니다. 소련과의 소프트 경쟁에서 미국이 압승한게 체제 경쟁 승리의 원동력인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어쩌면 "전통"은 실제로 "팔리는 문화"와 그렇게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전통이 중요하다면 아시아 문화관련 상품은 중국이 다 휩쓸고 남은 자리를 일본과 한국이 다투어야겠지만... 어디 그렇던가요? 오히려 공업력은 중국이 일본을 추격해도 문화 영역에서는 여전히 일본이 아시아 넘버원이고 세계적으로도 탑이죠.

문화라는거... 결국 배부른 사람들이 시간 많고 여유로울때 만드는거 아닙니까? 아무리 전통이 좋다고 해도 지금 현시대에서 가장 부유하고 가장 시간많고 가장 똑똑한(?)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문화 컨텐츠가 가장 매력적이지 않을까요? 5000년의 문화 역량을 가지고 있는 중국은 유교 문화를 미국에 못 팔아먹고 있지만 일본은 포케몬, 디지몬 같은 국적 불명의 상품을 전세계에 잘도 팔아먹고 있죠.

어떤 우리나라 영화감독이 이런 말을 했더군요. 영화 애호가인 시절에는 유럽 영화를 그렇게 좋아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미국과 일본 영화의 우수성에 눈이 띄인다고... 이건 저도 마찬가지인데 나이가 들수록(이곳에 계신 형님들께는 외람된 말씀이겠지만)  고고한척 하는 유럽산 영화보다 미국산 흥행 무비가 오히려 더 예술적으로 뛰어나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영화 관습을 깨는 것 보다는 오히려 관습내에서 꽉 짜여진 영화를 직조해 내는게 더 고수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러고 보면 예술의 영어 단어가 art인데 이건 기술이라는 말도 되죠. 예술이 아무리 인간의 자의식과 재능, 우연적 요소에 기반을 둔다고 해도 그 근원에는 과학이나 기술처럼 기계적 서열이 존재하는 필드가 아닐까요? 그럼 공업 선진국이 문화 선진국인것도 당연한거 아닌가 싶습니다. 단 이때 필수 조건은 사회가 어느정도 리버럴하고 활기가 넘쳐야 한다는 것이겠죠. 아무리 공업이 발전해도 소련같이 닫힌 사회면 곤란하겠죠.

그래서 중국이 문화 강국이 되기 힘들다는 주장에 대해 저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그건 중국이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루어내면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거거든요. 당장에 우리만 봐도 뭐 500년 조선 왕조의 유교문화 가지고 한류 팔아먹나요? 산업화, 민주화된 사회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한 흥행사들, 장사꾼(?)들이 잘해서 성공한거지. 거기에 무슨 "전통 문화의 저력"같은거 안깔려 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 저력은 지금 충무로와 sm 같은데서 원천 제조하고 있는 중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