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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이라는 관념을 폐지하기를 바랐던 이들은 이 관념이 매우 계몽적인 예비 작업을 수행하는 데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느끼게 되었다. 그들은 처음에 총체성의 개념 또는 체계의 개념에 의혹과 불신의 시선을 던져야만 했다. 그러나 체계의 개념은 오늘날 더욱 더 자주 요구되고 있다. 왜냐하면 만약 모든 것이 서로 관계 맺고 있는 체계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체계적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일이 되리란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현대 정치, 특히나 사회민주주의의 운명은 우리에게 결정적인 가르침을 주고 있다. 나는 레닌의 분파주의를 어떤 실천적 정치 전략으로서 지지하는 쪽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또한 나는 레닌이 타협주의자들과 (근대적 의미에서의) 사회민주주의자들을 비타협적으로 거부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오늘날, 최소한 미국의 관점에서 이야기하자면, 하지만 동시에 유럽연합 국가들의 관점에서도 이야기하자면, 내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완전한 자유시장과 그 번영을 가로막는 장벽처럼 여겨졌던 복기 국가의 규칙과 자격들을 수호하는 일이라 여겨진다. 유럽 대륙에서는 보다 길고 오래된 전통을 갖고 있긴 하지만, 복지 국가란 무엇보다 전후에 사회민주주의가 거두었던 위대한 성취이다. 그러나 내게는 이러한 복지 국가를 수호하는 일이, 혹은 더 정확하게 말해서, 그러한 복지 국가를 수호할 기회를 사회민주주의와 소위 제3의 길에 부여하는 일이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그러한 수호가 어떤 성공의 전망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정확하게는 오히려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그러한 수호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우리가 사회민주주의를 지지해야 하는 이유는 사회민주주의의 불가피한 실패가 진정한 좌파의 어떤 기본적인 교훈과 근본적인 교육법을 구성해 주기 때문이다. 나는 우선 여기서 사회민주주의가 전 세계를 통틀어 이미 실패했다는 사실을 덧붙이려고 한다. 우리가 동유럽 국가들에서 가장 극적이고 역설적으로 목격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단지 그들 국가에서 공산주의가 실패했다는 일반론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동유럽 국가들이 겪었던 저 풍요롭고 특권적인 역사적 경험은 그러한 일반론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교훈적이다. 왜냐하면 만약 우리가 동유럽 국가들이 스탈린적 공산주의의 실패를 경험했다고 말할 수 있다면, 또한 우리는 그들이 정통 자본주의 자유시장의 신자유주의에서도 실패를 경험했다고, 그리고 이제는 사회민주주의 자체의 실패를 경험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그 교훈은 체계에 관한 것이다. 곧 모든 것을 바꾸지 않고서는 그 어떤 것도 바꿀 수 없다는 것. 이것이 바로 체계의 교훈이며, 만약 나의 논의를 잘 따라 왔다면 이것이 동시에 혁명의 교훈임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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