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는 신혼때는 뚱뚱했는데 지금은 날씬하다. 아니 너무 날씬해서 쇄골이 드러나고 허리는 잘록해서 불변 날라갈 것 같다. 와이프에게 한약을 먹이는 것은 무척 힘들었다. 어쩌면 피해의식때문에 그럴 것 같다. 한약먹고 살이 쪘는데 더 찔까봐 두려운 마음 아마 그것이었던 것 같다. 나는 실력은 쥐뿔도 없으면서 약을 짓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여 와이프를 대상으로 실험을 시도했다. 와이프는 나의 실험대상이 되길 몹시 거부했으나 내가 교회를 가는 대신에 와이프는 나의 실험대상이 되길 약조를 한 후 와이프는 실험대상이 되었다.  약을 지어 먹이고 결과를 기다렸는데 체중계의 눈끔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조금 늘어나는 것을 보고 나는 좌절했다. 나는 책에 나온 대로 하면 다 낫는 줄 알고 있었는데 그것이 아닌 것 이었다. 좌절하다가 방제학을 배운 후 나는 단순히 약물들의 나열만으로는 약효를 보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았고, 약물의 구성에서도 각각의 특성을 고려한 조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무었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병이 책에 나온 대로 처방한다고 낫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약을 짓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항목들을 책에서 찾아서 그대로 집어 넣으면 됐으니까 말이다. 처방이 완성된 후 약물을 가감하는 일이 더 큰 고민이었다. 게다가 그렇게 고민해서 지은 약이 별 효과가 없이 조금씩 체중이 늘어가는 것을 볼때 허탈하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방약합편(方藥合編>이라는 책을 보았다. 이 책은 약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큰 지침이 되어 주는 책이고 아마도 한의학을 어느정도 아는 사람은 모두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방약합편의 위력은 대단했다. 와이프는 살이 빠졌던 것이다.!

그러나 방약합편이 전부는 아니다.  이것을 뛰어넘어야 한다.

공부하느라 몸이 많이 곪아서 나는 내몸을 처방하려고 방약합편을 뒤적였으나 나에게 맞는 증상과 부합되는 처방이 없었다. 다른 책을 보아도 없어서 고민했다. 나는 혼자 백지를 펴 놓고 예전에 처방을 구성할 때처럼 이리저리 고민을 했다. 달라진 점이라면, 예전과 달리 아는 것이 좀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한의학적 마인드의 깊이도 조금은 깊어졌고, 무었보다고 진단의 정확도가 높아져있었다.

그렇게 처방을 만들고 약을 지어 먹었는데, 그 효과는 놀라울 정도였다. 그 약을 먹고 나는 여름 내 위장은 그야말로 강철도 소화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더운 여름에 식욕이 엄청나게 왕성했고, 평소의 두세 배 되는 양도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그렇게 여름이 끝날 무렵 내 체중은 처음으로 85킬로를 넘어 90킬로에 육박했다. 여름 전에만 해도 내 체중은 75킬로 정도 였는데 불룩 나온 아랫배를 보며 스스로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 후 힘든 공부때문에 다시 살이 빠졌지만 내가 얻은 경험은 방약합편은 참고만 하고 약은 늘 스스로 고민하면서 지으려고 노력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와이프한테 초기처방을 했을때는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하다. 그정도 부작용만 있었으니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와이프가 살이 빠졌으니 결과적으로 좋았지만 말이다. ^^

각종 학문과 노름에 관심이 많은 의학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