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에 대해 별 호감은 없지만 크리스마스는 꽤 좋아하는 입장에서 글 하나 퍼옵니다.
출전은 키즈라는 사이트던데 원작자는 누군지 모르겠음...

(찾아보기 ; 필립 K. 딕 / 로저 젤라즈니 / 윌리엄 깁슨 / 아이작 아시모프 / 아서 클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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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필립 K. 딕이 산타클로스 단편을 쓴다면...

..산타는 착한 아이의 집 지붕 위 굴뚝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빨간 옷에 하얀 턱수염의 풍채 좋은 노인이 높은 굴뚝
위로 막 들어가려는 참이었다.

“이보시오, 잠깐만!”산타는 노인을 황급히 불러 세웠다.
“산타는 나요” 돌아보는 노인에게 산타가 주장했다.
노인은 황당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내가 바로 진짜 산타요. 당신은 요즘 나돈다는 가짜로구만!”
“무슨 소리요!”
“다 알면서 왜 그러는 거요, 연말연시를 틈타 산타 복장으로 남의 집을 턴다는
도둑이 바로 당신 아니오!”
“아니야. 사기꾼! 진짜 산타는 바로 나요!”

둘은 서로 말다툼을 벌인 끝에 엎치락뒤치락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산타는
노인을 지붕 아래로 떠밀어버렸다. 외마디 비명 소리와 함께 노인은
삼층 아래로 사라졌다.

산타는 아래를 내다보며 중얼거린다. “나는 밤하늘에 반짝이는 오리온자리
아래에서도 굴뚝에 들어갔었고 수만 광년의 별빛 속에서도 썰매를 몰았었지.
탄호이저 게이트의 의혹 속에서도 선물살 돈을 대는 배후는 안 불었어. 빗물
속의 콧물처럼 쪽팔리는 사기꾼아, 사라져라!”

요상한 대사를 읊조린 산타는 이제 굴뚝으로 들어가 잠든 아이의 머리맡에
무사히 선물을 주고 나온다. 그리고 몸에 묻은 재를 털다가 
문득 자신의 턱수염에 무언가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100% 나일론/메이드 인 타이완”

산타는 경악한다. 잡아 당겨보니 맥없이 떨어지는 수염.

“이럴 수가... 이럴 수가... 그럼 내가 바로...”

... 그 가짜 산타였던 것이다. 할 말을 잃은 채 입을 딱 벌리고 있는 산타의 귀에
어딘가 어색한 톱니바퀴 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은 한계치 이상 벌린 턱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그는 자기가 산타라고 믿도록 프로그램된 로봇이었던 것이다.


##### 그리고 로저 젤라즈니도 산타클로스 단편을 쓴다면...

... 노인은 크리스마스가 즐겁지 않네. 그것은 애들이나 좋은 명절. 무엇보다
소중한 건 아침체조와 냉수마찰로 다져진 노익장과 경로당 골빈 할멈들의 인기일 뿐.
몇 년 동안 오지 않는 산타를 기다리는 순진한 손녀에게는 서슴치않고 산타란 X같은
어른들의 순 개뻥Shitral lies of SOBful adults이라고 냉소한다네. 천진무구한
손녀의 눈물도 노회한 늙다리의 메말라든 감성의 들판에는 한 점 자취를 남기지
않으니. 그래도 크리스마스 이브는 다가오네. 꿈과 환상의 전야. 밤잠없는
노인은 그날 밤도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운다네. 이 때 만월 위로 스쳐지나가는
그림자 한 점 있으니- 근래에 산타를 대신해서 전 세계에 불행과 절망과 탄식만을
가져다주는 그림자 산타라네. 그림자 산타를 도둑으로 착각한 노인, 아침체조와
냉수마찰로 다져진 근육을 과시하며 지붕 위로 올라가 한 판 붙으니 그림자 산타는
기마 자세로 버티고 서서 선물 주머니 높이 들고 빙빙 돌려 위협하네. 치켜든 오른팔
위에선 죽음이 맴돌고 있네. 어깨 위에서 선회하고 있는 한 무더기의 죽음을
선사하려는 찰라, 노인이 선수치네. 노인들의 주특기인 손에 짚이는 데로 후려패기.
도둑잡으러 들고 올라갔던 것은 노인이 애용하는 무적의 대나무 지팡이. 이번에는
기왓장 날아가네 그림자 산타 쌍코피 날아가네 가히 피와 천둥의 변주곡이네.

쓰러진 그림자 산타 멱살잡아 경찰서 끌고가려 하는데 이럴 수가. 그림자
산타의 얼굴은 노인의 얼굴이네. (이런 젠장. 이건 어슐라 르귄틱한데...--;)
노인은 산타였네. 그림자 세계의 암흑 군주의 마수에 걸려 그림자와 분리되고,
영혼 급속도로 고갈된 노인은 지구의 평범한 노인으로 유배된 거였네.
(슈퍼맨2 줄거리인 건 나도 아네. 근데 원래 젤라즈니 주인공은 모두 다 슈퍼맨이네)
이제 노인은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각성하네. 크리스마스. 진한 적색과
짙은 녹색의 명절. 타오르는 백만 개의 촛불과 향기로운 칠면조 구이와
현란한 색채의 선물과 성스러운 캐롤의 하루.의 재림. 오오 신이여 신성한
크리스마스를 주관하는 백화점과 할인매장의 신이시여, 삐까번쩍한 썰매를
내게 내려 주소서. 지상의 어린양들에게 선물을 뿌리기 위해! 현란한 색깔의
유니콘들이 끄는 빨간 썰매 하늘에서 내려오네.

노인, 이제 상相을 두르고 속성을 발휘하네 밝은 빨강 털옷 위로 하얀 턱수염
사이에서는 여유로운 미소 다시 돌아왔네. 찬,찬,찬...어디선가 크리스마스
방울소리 울리네 잊혀진 캐롤 들려오네. 잃어버린 크리스마스 이브 다시 돌아왔네!


##### 그럼 윌리엄 깁슨이 산타클로스 단편을 쓴다면...

“그러니까 전 세계의 날짜를 하루 밀어버린다는 거죠.”말한 다음의 입가에는
다시 반쯤 비운 에스프레소 잔이 올라간다. “아니, 이틀이야.”차분하게 오류를
수정해준다. “도대체 그렇게 해서 얻는 게 뭐죠?”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맛없는 커피를 다시 한 모금 비운 입이 묻는다. “자네는 원더우즈 울트라
버젼을 깔고 심라이프 4.3를 즐길 기회를, 나는 모종의 이익을.”금속성의
목소리의 대답. “어때, 하겠나?”억양도 금속성이다. “뭐, 좋습니다. 해야죠.”
로니는 대답한다.

거울과 은박의 공간, 실시간으로 형체가 바뀌는 수정 천공 아래 녹아내리는
크롬과 액체 금속의 바다. 묘사야 단어만 짜집으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하여간에 한마디로 사이버스페이스다. 로니는 초록색 네온빛 궤적을 끌며
ITM의 구조체로 접근했다.
무한 행렬의 골격으로 짜인 데이터들의 가우디풍 성당. 로니는 ITM이 눈치채지
못할 거리에서 조용히 두드러기 4.5를 로딩했다. 그리고 꿈틀거리는 바이러스
전체를 선택(Ctrl+Alt+A)해서 복사(Ctrl+C)한 뒤 바로 옆에 붙이고(Ctrl+V),
활성화(F2)시킨 다음 이 과정 전체를 매크로화한다. 로니는 이제 능숙한 손길로
매크로를 반복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두드러기 4.5들이 이제 일제히 ITM의 투명한 AC Field에
달라붙는다. 로니는 왕년에 “매크로맨서”라는 ID의, 잘 나가던 콘솔 댄서였던
것이다. 지금은 심게임들에 중독된 폐인이지만.

마침내 보이지 않는 강철벽같던 ITM의 방호벽에 두드러기가 돋기 시작했다.
크리스탈로 몰핑된 거대한 닭살.. ITM의 관리 AI는 두드러기를 가라앉힐 사이버
연고를 로딩했고, 패턴이 활성화되는 짧은 틈 사이로 로니가 파고든다. 콧속에
빨간 향기가 가득 차 오른다 두 눈은 불안정한 계란 흰자 입천장에선 자주빛
비가 내리고 혀 위로 파란 숲이 자라 오른다 소용돌이치는 계란 흰자 사이로
떠오르는 작은 입력창;

[날짜/시간 등록정보 : 2019년 12월 23일 23시 43분 34초 35초 36초 37초..]

(로니는 재빨리 두자리 숫자를 새로 쳐넣는다.)

[2019년 12월 26일 23시 43분 39초 40초 41초 42초...]

이제 들어왔던 목적을 숨기기 위해서 근처의 데이터 필드 몇 개를 소각해버리고
로니는 재빨리 빠져나온다.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ITM의 맛 간 AI가
횡설수설한다.

“자, 이젠 보수를 주시지.”레니가 말한다.
“무슨 보수?” 목소리가 되묻는다.

"이런 망할..." 모든 것을 눈치챈 레니가 이를 악문다. “사실은 당신에겐
원더우즈 울트라버젼이나 심라이프 4.3 모두 크리스마스 선물로 줄 생각이었어.
하지만 크리스마스는 이제 없지. 당신이 크리스마스를 훔친 거야.”그리고
그녀는 로그아웃했다. 안녕이란 말도 없이. 혼자 남은 로니는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어깨를 으쓱해보인다.

“하지만 재미있었어. 모처럼...”

로니는 그 후로 두번 다시 금속성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 게다가 아이작 아시모프까지...

“우리는 드디어 산타클로스의 비밀을 밝혀냈네!”마분지로 된 실험 가운을
입은 42543호가 입을 열었다.

“정말 굉장하군요!” 5093호가 맞장구쳤다.

“드디어 산타가 누군지, 어디 살고 왜 선물을 주는지, 어떻게 선물을
마련하는지.. 다 알아내는 거야!”

“...울면 안돼 울면 안돼...” 5093호가 말을 받는 답시고 초점을 흐렸다.

42543호가 잠시 5093호를 노려보았다.

“그렇지만... 신화와 전설 속의 산타를 과학의 이름으로 분석해도 될까요?”

“당연하지! 자네는 누구 편인가? 우린 과학자야! 과학의 이름으로 분석할 수
없는 건 없어!”

주눅들은 목소리로 5093이 다시 물었다.

“근데, 밝혀진 산타의 정체가 뭐죠?”

“산타는 본래 외계인들의 앞잡이였어! 로봇으로 된 외계인들! 그들은 지구인
전체를 24시간 감시하니까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다 아는 거야!”

“오 맙소사! 도대체 그들은 왜 그러는 거죠?”

“그거야 당연하지! 외계의 지성체들은 가장 효과적인 선물을 찾기 위한
심리테스트를 벌인 거야. 그래서 전 지구적인 선물 교환의 날을 만들어낸 거지!
세상에 그 나쁜 쓰레기같은 새끼들이 우릴 실험실의 모르모트 취급하는
거라고!”

갑자기 42543호가 극적인 심리 변화를 일으키며 히스테리 상태 속에서 이성
붕괴를 일으키고는 심각한 정신적 공황 속에서 지랄발광하기 시작했다.

“잠깐만요, 그런데 우리가 외계인들의 실험을 눈치채면 어떻게 되는 거죠?”

그러자 순간 42543호도 멈칫했다. 그 때였다. “해답은 간단하지.”허공에서
거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과학자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찾아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양자역학의 숭고한 법칙에 의하면, 한 사물을 관찰하는 관찰자는 그 사물의
양태를 정확히 파악하려 하면 할 수록 객관적인 관찰자로 남지 못하고 현상에
간섭하게 되네. 즉, 더 이상 관찰자가 될 수 없네.”

무슨 의미인지는 금방 밝혀졌다. 텅 빈 눈동자의 42543호가 마분지로 된 실험
가운을 벗어 던지고 빨간 마분지의 털옷과 마분지 수염을 뺨에 붙였다.
5093호도 마분지로 된 뿔을 귀 뒤에 꽃고 네 발로 엎드렸다. 42543호는 5093호가 끄는,
마분지로 된 썰매에 올라탔다. 창 밖에선 노랗고 빨갛고 파란 불이 반짝였다.
시 중심에 세워진 크리스마스 트리의 불빛이었다.

일년에 한 번뿐인 전설의 밤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 마지막으로 아서 클라크가...

2019년, 인류는 파멸의 거대한 그림자에 앞서 자멸의 위기에 봉착한다. 클라크
우주 파수대가 발견하고 왕립천문학회가 “루돌프”라고 이름 붙인-처음에
그 궤도를 예상하지 못하고 지구와의 근접 조우 일의 날짜에 착안해서 붙인
이름이었다. 기묘한 아이러니다. 루돌프가 가져오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되돌려주고 싶은 선물이군.”총장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세계 천문 관측 센터의 특별 관측 실에서는 수많은 과학자들이 분주히 오가며
최신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략적인 결론은 이미 두 달 전부터
나와 있었다. 그리고 몇 주 전 어느 스탭의 양심선언이 전 지구적인 심리적
공황을 일으켜 놓은 상태였다.

“그럴 수만 있다면 말이죠.” 일종의 특별 고문격인 닥터 카운슬이 말을 받았다.

“미국은 실패했습니까?”총장은 기다리지 못하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과학자에게 먼저 물었다.

“예. 보유하고 있던 모든 핵을 퍼부었다고 하는 데도 아직까지 궤도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신이시여..”총장이 탄식했다.

닥터 카운슬은 합장했다. “어차피 인생은 고난의 바다입니다. 다만 없는
고통을 고통으로 아는 중생들의 괴로움이 안쓰럽군요.”

................

일주일 후. 그러니까 12월 24일 자정 직전, 거대한 소행성 루돌프는 과학자들이
미리 계산했던 그대로 지구 궤도에 진입했다.

이미 지구 상에는 더이상의 갈등과 절망과 분노는 존재하지 않았다.

체념.. 긍정적인 의미에서. 절멸의 순간 앞에서 인류는 비로소 하나가 되었다.
자신들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하고 절대적인 우주 앞에서 드디어
인류애가 솟아난 것이다. 순간적인 평화.. 하지만 이 절대적인 인류 화합의
체험은 결코 덧없는 것이 아니라고 모두들 생각했다. 바로 다음 순간에
우리 모두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해도...

공교롭게도 소행성의 예상 추락 지점은 지중해 한켠의 조그마한 평야 지대..
역사상 많은 이름을 가졌으나 현대에 이르러 예루살렘이라는 옛 이름을
다시 찾은 오래된 도시 바로 앞이었다.

별은 마치 그 옛날의 위대한 성인의 탄생을 미리 예고했던 그 별처럼
밤하늘에서 밝게 타올랐다. 그리고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었다.

그리고 대기권 안에서, 그러니까 지구 중력장의 본바닥 안에서 극적으로
감속했다.

정확한 이유야 댈 수 없지만, 예루살렘의 성벽 아래에는 UN총장과 닥터 카운슬,
기타 여러 국제 정치가와 과학자, 예술가를 비롯하여 일반 시민들까지 대거
모여 있었다. 지구 최후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모인 그 모든 인파 위에 직경 4km의 거대한 얼음산이 퍽-하는 굉음과 함께
내려앉은 것이다.

그야말로 지축이 흔들리는 충격 속에서 간신히 정신을 수습하려는 군중들
앞으로 갑작스레 생겨난 얼음산 위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이 있었다.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그는 붉은 털 코트에 까만 가죽 혁대, 마찬가지로 붉은 털모자에 가장자리는
하얀 털옷차림의, 풍성한 턱수염의 노인이었다.

“맙소사, 당신 혹시..”

“바로 산타클로스요!”노인이 유쾌한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

“산타클로스! 도대체 이 얼음산은...!”

“아, 이거? 이건 금년 크리스마스 선물이오. 듣자하니 지구 온난화가
심각하다고들 해서...”


end of these song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