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회장이 문화예술 후원에 공이 많다고 해서 몽블랑 재단>으로부터 훈장을 받았다는 기사가 나왔다.

광화문에 있는 금호아트홀이 지금 아주 유용한 음악공간으로 활용되는 걸 보더라도 이 그룹이 그간 예술지

원사업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건 그렇고 나는 이 기사를 보고 오랜만에 몽블랑

만년필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게 이름으로 봐서 프랑스제인줄 알았는데 의외에도 독일재단이라 한다.

 

 한때는 몽블랑 만년필을 하나 갖는게 모든 작가지망생들의 꿈이었다. 내 기억이 맞는지 모르나 소설 <알렉산드리아>

로 유명한 이병주 선생도 몽블랑 만년필을 늘 손에 쥐고 사셨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끝내 이 몽블랑 만년필을 가져보지

못했다. 언젠가 작가들 열댓명이 유럽여행을 함께 가게 되었는데 북미의 엥커리지 공항에 잠시 기착하게 되었다. 동료

들이 어느 면세점 앞에 몰려 있기에 가봤더니 몽블랑 만년필을 파는 가게인데 너 나 없이 품에서 아까운 달라를 꺼내

이 유명한 만년필 하나씩을 구매하는 것이였다. 가격이 그때 백달라 안팎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몽블랑 만년필은 나도 정말 갖고 싶던 물건이었다. 그걸로 글을 쓰면 글이 훨씬 잘 써지고 명작을 써낼 수

있을 것 같은 미신 아닌 심증을 갖고 있었다. 이 면세품 가격이 국내보다 훨 싸고 품질도 보증된다는 정보가 금방

일행들 사이에 돌았다. 나는 겨우 사오백달라 정도 갖고 있었는데 그때 막 신혼이었으므로 아내에게 빠리에 가면

멋진 핸드백을 사다 주겠다고 약속했는지라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몽블랑을 구입할 여유가 없었다. 눈물을 머금

고 나 는 만년필 구입을 단념했다. 아마 엥커리지에서 그때 몽블랑을 사지 못한 사람은 일행중 나 한사람 뿐이었을

것이다.

 

나는 끝내 만년필의 명물인 몽블랑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때문에 명작을 써내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알다시피

지금은 만년필로 글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도 80년대 중반부터 타자기를 거쳐 결국 지금은 컴에서 글을 쓰고 있

으니 만년필을 잊어먹은지가 오래 되었다. 그러나 아주 좋은 만년필을 지금 두개 갖고 있는데 그건 드라마 원로

작가인 처언니가 자기에게 온 선물을 내게 돌려준 탓이다. 물론 사용하지 않고 신품 그대로 고이 모셔두고 있을

뿐인데 그 이유는 옛날 몽블랑을 원하던 추억 때문이다.  이 두개의 만년필은 값은 어떨지 몰라도 그 품격이

몽블랑 못지 않은 고급품인듯하다. 나는 그 만년필을 볼 때마다

'언젠가 저걸로 멋진 글을 한편 써야 할텐데' 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물론 생각 뿐이다.  아마 이대로 가면

이 만년필을 실제 사용할 기회는 영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걸 보물처럼 소중히 모셔둔다. 다만 오랜 습관

의 타성과 추억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