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님이 링크 걸어주신 조선일보 양상훈 글을 읽어봤는데,

제가 보기에는 횡설수설 개소리 같군요.

우선 이 친구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군인상이 전사(warrior)인지, 엘리트인지. 그것도 분명치 않군요.

처음에는 전사가 아닌 샐러리맨은 나라를 못지킨다고 한탄을 하는 것을 보니 분명 전사가 바람직한 군인상이라고 보는 듯한데,

바로 이어서 미군이 우수한 이유는 그 친구들이 지적 엘리트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게다가 우리나라 사관학교 지원자들의 학력 수준을 한탄하는 걸 보니 또 군인들은 엘리트일수록 좋은가 봅니다.

그런데

전사와 엘리트가 잘 매치되는 개념인가요? 아, 물론 엘리트 전사도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그렇게 좋게 받아들이기에는 또 '샐러리맨'은 나라를 못 지킨다는 담대한 선언이 마음에 걸리네요. 여기서 양상훈이 씹어댄 '샐러리맨'은 책상물림, 머리만 발달하고 열정이 없는 그런 존재들을 가리키는 표현 아닌가요? 이번에 연평도 포격 이후에 조중동 아해들이랑 뉴라이트 애들이 짖어댄 "우리나라 군인들은 샐러리맨"이라는 한탄도 그런 맥락이고.

게다가

조금 더 읽어가니 이번에는 전사/엘리트 그런 문제가 아니고 이건 또 민족성 문제가 대두되네요. ㅎㅎㅎ

아, 어쩌라고?

내 참, 전사+엘리트+민족개조론?

횡설수설, 좌충우돌, 우왕좌왕... 흥미를 돋구는 몇 개의 정보와 에피소드들을 비벼놓았기 때문에 얼핏 보면 그럴싸합니다만 이건 기본적인 논리적 정합성도 상실한 글입니다.

내가 보기엔 양상훈 이 친구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왔는지 의문인데, 군대 안 가본 친구들이 군대에 대해서 품는 환상/오해가 아주 전형적으로 혼합돼있는 글이거든요.

대표적인 게 전사 이미지. 븅신이 아마 람보나 300, 스팔타쿠스, 글래디에이터에서 본 이미지가 강렬했던 모양인데, 그런 애들 현대의 군인으로선 별로 쓸모가 없습니다.

프랑스 외인부대에서 근무했던 우리나라 사람의 책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다양한 분쟁지역에 파견된 경험이 있는 그 친구 말이 인상적이더군요.

사회에서 나름 주먹깨나 쓰고 인상깨나 썼던 친구들... 실제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투현장에 가면 완죠니 개밥되는 경우가 허다하답니다. 쪼그리고 앉아 오들오들 떨면서 숨도 제대로 못쉬고, 총도 못쏘는 경우가 많답니다. 반면, 얼핏 보면 샌님 같은, 딱 착실한 샐러리맨 같은 인상의 친구들이 매뉴얼 따라 착착 해야 할 일 하고... 군인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한다고 하더군요. 저야 외인부대는 언감생심이지만 그래도 나름 군대생활 했던 기억을 더듬어보면서 저 지적에 공감했습니다.

양상훈이는 아마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제대로 대응하는 군인이라면 열정에 불타는, 이글이글 눈빛이 살아있는 그런 군인이어야 한다고 상상을 한 모양인데, 개소리죠. 제대로 전투 매뉴얼 숙지하고, 평상시 장비 점검 제대로 하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을 때 상황을 최대한 빨리, 냉정하고 정확하게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그런 군인이 필요한 겁니다.

그리고

한국전쟁 당시 소규모 중국군의 후방 침투로 몇만명의 한국군이 산산히 흩어졌다는 에피소드... 여기서 무엇을 알 수 있을까요? 양상훈이는 이 대목에서 민족성의 문제를 떠올린 모양인데(차마 노골적으로 표현은 못했지만), 내가 보기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나는 솔직히 저 에피소드를 보면서, 정통성이 있는 권력과 그렇지 못한 권력의 차이를 떠올렸습니다. 정통성이 있는 권력이란, 그 구성원의 이해관계와 지배층의 이해관계가 모순/충돌하지 않는, 최대한 일치하는 권력입니다. 그런 권력이 치르는 전쟁에서는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그 전투에 참여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구성원들이 전투 참여를 피하고, 결국 강제 징집이 이뤄지죠. 물론 어느 나라나 징집은 강제성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그 구성원들이 느끼는 참여의 필요나 열기는 달라집니다. 이 전쟁이 나를 위한 전쟁이냐 그렇지 않으냐... 이런 인식의 차이가 생긴다는 겁니다.

한국전쟁 당시 몇만명의 한국군이 별 대단치 않은 위협에도 뿔뿔이 흩어졌다는 것은 당시 그 군인들을 징발했던 권력이 전혀 정통성이 없는 권력이었고 거기 끌려간 한국군이 전혀 그 권력을 위해 싸울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해줍니다. 애정이 없으면 자부심도 존경심도 없는 겁니다.

간만에 조선일보 칼럼이란 걸 읽어봤는데, 역시 역시나이네요. 조까튼 새뀌들이 언제나 툭 건드리기만 하면 저리도 조까튼 소리를 짖어댈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는지, 참 기특하지 않습니까?

손대면 토옥하고 개소리를 하는 그대~~
좃선이라 부르으으으으으으으리~

현철이의 봉선화 연정인가 하는 노래가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