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긴 글을 쓰기는 어려워 짤막한 메모와 그동안 작업의 링크를 걸어두는 정도로 올려둡니다. 

틈틈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책은 정말 잘 읽고 많이 배웠습니다. 

 

 

지대를 누리는 계급사회와 과소시장의 문제

122p 세습 신분이 있어야만 계급사회인 것은 아니다. 자신의 노력, 실력이 아니라 소속, 연고, 자격증, 도심 요지 부동산 소유 여부가 운명을 결정하면 계급 사회이다. 한국 사회가 선진 사회로 가지 못하는 결정적인 장애는 진보와 보수를 초월하여 노블레스들과 사회적 강자들이 전근대사회와 천민자본주의 유산을 적극적으로 향유하고 옹호하기 때문이다. 

선진 사회는 자신의 창의, 열정, 오랜 몰입을 통해 창조한 성과, 즉 히트곡, 스타십, 특허권, 브랜드 가치 등을 통해 부, 권력, 명예를 누리는 것을 권장하는 사회이다. 자신의 노력, 능력, 실력에 기반을 두지 않은 각종 프리미엄, 진입장벽, 경제적 정치적 지대(자릿세)가 낮은 사회이다. 놀고먹는 자, 적게 기여하고 많이 누리는 자를 철저히 배격하는 사회이다. 가치생산 생태계가 기여, 부담, 책임과 이익, 혜택, 권능의 균형이 잘 잡힌 사회이다. 한마디로 경쟁과 거래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무엇보다도 가치의 분배가 공평하여 억울함이 덜한 사회이다. 높은 물질적·문화적 생산력은 바로 이 토양 위에 핀 꽃이다. 

 

94p 상당수 진보 세력은 비정규직 문제, 시간강사 문제, 사교육 열풍 및 사교육비 문제의 원흉으로 '양극화'나 '과도한 경쟁 교육'이나 '정부의 교육 예산 부족'을 지목한다. 하지만 날로 심화되어 가는 청년 실업이나 청년 인재의 공공부문 및 전문 자격증 분야로 쏠림 현상의 심각성은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이른바 괜찮은 직업, 직장이 갖고 있는 과잉 지대에 대해서는 자본과 정권의 폭압을 뚫고 쟁취한 것으로 간주한다. 문제가 좀 있다 손 치더라도 보수가 범하는 악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악이라는 것이다.

이런 인식을 가지는 한 양극화에 대한 처방은 당연히 복지 정책을 통해, 또 사회적 최소한의 대폭적인 상향을 통해, 세금 정책과 노동운동 등을 통해 기업이 가져가는 잉여를 많이 가져와서 이 격차를 줄이는 것으로 귀결된다. 부동산 불로소득 문제, 토건족 위주의 재정 할당 문제에 대해서는 광분하지만, 진보의 기득권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공급 제한 장벽, 경쟁 제한 장벽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격차의 성격을 보지 못하고, 격차의 크기만 보았기 때문이다. 심각한 불공평(합리적이지 않은 격차) 문제를 보지 못하고, 불평등(격차 그 자체)문제만 보기 때문이다. 

99p 성벽 위로 올라가는 좁은 사다리 아래서는 박 터지는 경쟁이 일어나지만 일단 성벽 위로 올라가고 나면 너무 널널하다. 부모를 잘 만나서, 또는 한 번의 승부로, 한때의 행운으로 팔자를 고친 승자들은 나태하고, 다수 패자들, 후발자들, 부모 잘 못 만난 자들의 진입 비용은 너무 높다. 개인의 노력보다는 소속이 운명을 결정한다. 단적으로 현대자동차에서 아무리 일 잘하는 비정규직도 정규직이 될 길이 없다. 은행 직원이 되면 귀족의 길이고, 머리 조아리고 대출을 받는 민간 중소기업 직원이 되면 천민의 길이다. 이것이 각종 공시·고시·사교육·유학열풍, 살인적인 대기업 입사 경쟁률, 공기업 취업 비리의 근원이다. 

 

256p 과소시장은 소비자 선택권 혹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독과점 시장, 지나치게 높은 자릿세(경제적 지대)가 존재하는 부문, 실력이 아니라 연고정실이 큰 위력을 발휘하는 부문 등을 가리킨다. 공공부문, 대기업 및 공기업 생산 현장, 청소년이 선망하는 직업·직장 세계, 부동산 시장, 재벌 및 대기업 중심의 먹이사슬, 재정과 자리를 둘러싼 먹이사슬(정치와 관료 세계)이 그것이다. 이는 양반 관료제, 식민 통치, 분단과 전쟁, 국가 주도의 변칙적 산업화의 유산이자, 단기적이고 협소한 이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던 후진적 노동운동의 유산이다. 한국 현실에 대한 천착 없이 외국 이론을 수입해서 팔아온 지식 오퍼상들이 놓쳐온 대표적인 현상이다. 

과잉시장은 각종 규제·감독·보호·완충 장치가 너무 없는 공급 과잉의 무한 경쟁 시장을 가리킨다. 실업자, 영세 자영업자, 비정규직, 시간강사, 하청 중소기업, 무연고자, 청년 세대, 미래 세대가 사는 세계를 가리킨다. 과잉시장은 과소시장과 동전의 양면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세계화, 지식정보화, 자유화, 과학기술혁명, 중국의 부상으로부터 오는 변화·부침·구조조정의 압력을 과소시장 영역에 포진한 사회적 강자들이 너무 적게 분담함으로써 사회적 약자들이 너무 많이 분담하기 때문이다. 과잉시장은 과잉시장을 해소하면 상당 정도 완화할 수 있다. 

  •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장려함으로써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존재함
  • 노동유연성의 불가피성이 존재하므로 유연안전성과 같은 개념의 도입 필요성
  • 시장질서를 해칠 경우 과감한 징벌을 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감독 기관의 권한 강화가 필요

    • 이 점과 관련해서는 박명림의 '감독부' 설치와 같은 아이디어의 검토 필요성
    • 인민주권과 참여민주주의를 강조하며 저는 그동안 두 차원의 새로운 견제와 균형을 제안해왔습니다. 하나는 정부, 대의기제(정당·언론), 시민사회 사이의 새로운 3권분립을 통한 견제와 균형입니다. 정부 내의 ‘수평적’ 3권분할을 넘어 ‘수직적’ 권력분할이 절실합니다. 둘째는 감독부(監督府) 신설을 통한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의 3권분립을 넘는 4권분립 및 그들 사이의 새로운 길항과 균형입니다. 감독부는 감독·검찰·시장관리·대표선출과 조정·국민보호 기능을 갖는 기구들-예컨대 감사원, 검찰, 공정거래위, 방송통신위, 국가인권위 등-을 3부로부터 떼어내어 독립, 국민과 대면해 해당 사안을 처결합니다. 현재의 3권분립 체제에서는 특별히 정당, 언론의 공론과 대의기능 왜곡을 고려할 때 선거와 저항을 제외하면 시민들이 직접 의사를 반영할 정부조직은 거의 없습니다.  ([새로운 공화국을 꿈꾸며](2) 공화국이란 무엇인가 (下)박명림, 경향신문, 2009-2-1)
  • 관련항목

 

 

큰 정부와 작은 정부

298p 높은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이 개인과 가족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높은 책임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익집단과 정치인 및 관료들이 결탁, 방조하여 연출한, '약탈' 냄새가 진동하는 한국의 재정구조를 뜯어보면 이는 결코 기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체 재정 지출 중 경제 관련 비중은 2000~2004년에 22.8% 수준인데, 이는 OECD평균(2000년 기준)9.5%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한국이 정부 주도로 경제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룬 나라임을 감안하면  OECD 평균에 비해 경제 분야 지출이 높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 비중이 경제 구조가 민가 주도로 넘어온 지 한참 되었는데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1980년대 평균이 20.7%, 1990년대 평균이 23.2%였음을 감안하면, 2000~2004년간의 평균 22.8%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는 자원 배분에서 관료의 재량이 별로 줄지 않았암을 의미한다. 최신 통계(2005년)에서도 한국의 경제 관련 지출은 21%로 집계되는데, 이는 미국의 6.5%(2004년)보다 3배가량 높고, 선진국 중에서는 정치에 대한 대중적 불신이 강한 이탈리아의 3.9%(2003년)보다 5.4배가 높은 수치이다. 

  • 단순 GDP대비 정부재정만 가지고 볼 때 제대로 보이지 않기 쉬움
  • 자의적으로 행사가능한 관료 권력의 측면을 볼 필요성이 있음
  • 중앙관료뿐만 아니라 지방토호들의 무대가 된 지방자치의 경우도 비슷한 문제점들이 있을 것임
  • 이 문제는 아래 토건족의 재정약탈 문제와도 크게 연관

 

 

 

토건족의 재정약탈

한국 재정 구조는 효율성, 효과성, 공평성을 따질 부분이 많다. GDP 대비 높은 건설 투자 비중도 그 중의 하나이다. 1995~2006년까지 12년 동안 한국의 건설 투자 비중은 19.22%로, OECD 평균 11.67%에 비해 훨씬 높다. 건설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는 후발 개발도상국인 터키(11.02%), 폴란드, 멕시코보다 높고, 악명 높은 토건 국가인 일본(13.19%)보다도 높다. 

연구개발 분야나 벤처 · 중소기업 분야에 대한 재정 투자는 비교적 큰 폭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 역시 토건족 등에 의한 재정 약탈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 예컨대 중소기업청 예산은 2006년 현재 총 2조 344억 원인데, 이 예산의 60%(1조 2033억 원)는 금융 지원 예산으로 대부분은 신용보증기관 출연(9000억원) 또는 신용보증 재원 상환(2540억 원)에 소요된다. 나머지 주요 예산 항목을 보면 중소기업 기술 경쟁력 강화에 2514억 원, 재래시장과 소상공인 및 여성 기업인 지원에 1701억 원이 배정되어 있다. 그런데 재래시장과 소상공인 및 여성 기업인데 대한 지원액도 자세히 살펴보면 시설 현대화에 1228억 원, 시장 경영 혁신 지원에 250억 원, 소상공인 지원센터 운영에 140억원이 배정되었다. 이 예산의 상당 부분이 건물을 짓고 개선하는 데 사용되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창업 · 벤처 지원 관련 예산은 2006년 현재 339억 원인데, 이 내용도 자세히 살펴보면 창업보육센터 건립 지원에 168억 원, 벤처 촉진 지구 육성에 45억 원이 소요된다. 이 둘은 전체 예산의 거의 2/3를 차지하는데 이 역시 토목 · 건축 관련 예산이나 다름없다. 벤처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에산은 창업투자회사 투명성 제고 관련 예산으로 6억원이 잡혀 있을 뿐이다. 중소기업 기술 경쟁력 강화 관련 예산 2514억 원의 내용도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이 창업 단계가 아니라 일정한 궤도에 올라와 있는 견실한 중소기업 지원용 예산이다.

 

 

미래의 예측, 선제대응, 위기관리
35p 국가 경영을 하는 사람들은 통계를 통해 공동체의 생존, 번영, 안정의 핵심 조건인 에너지, 자원, 먹을 거리, 마실 거리, 기후변화, 환경 생태, 국제정치, 수출입, 산업 생산, 핵심 자원(돈, 인재, 권력, 관심)의 흐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갈등관리

234p 사회민주주의 플랫폼은 정당, 언론사, 노동조합, 사용자단체, 직능단체와 같은 이익집단들이 국가 전체의 장기적인 이익을 고려하는 포괄적 이익집단적 성격을 띠느냐 협소한 이익집단적 성격을 띠느냐에 따라 배가 산으로 갈 것인가, 바다로 갈 것인가가 갈린다. 한다미로 이익집단의 성격에 따라 시스템 작동 여부가 결정난다. 

한국의 모든 경제사회 주체들이 철저하게 단기적이고 협소한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한국은 사회적 불신과 균열이 극심하여 이해관계자들의 대화와 타협에 의한 갈등 조정이 너무나 어려운 사회이다. 한국 이익집단들의 성격과 갈등 조정 능력을 보여주는 기념비적 사건들은 많다. 1945~1953년의 비극, 노무현 대통령 탄핵솨 사실상 고문치가, 보수 비대 언론에 대한 이유 있는 극도의 불신, 부안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관련 민란 수준의 시위, 노동 내 엄격한 격차, 잦아들지 않는 국회 파행 사태, 한미 FTA  관련 갈등, 노사정위원회 운영 행태, 대우자동차 구조조정 및 해외 매각 관련 갈등,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거진 도장 공장 점거 사태, 노동조합 협상 대표의 직권 조인을 두려워하여 노사 잠정 합의 사항을 조합원 총투표로 추인하는 문화 등 헤아리자면 끝도 없다. 

원래 정치 · 경제 · 사회 주체들 간의 상호 불신이 높아 대화와 타협에 의한 갈등 조정이 어려운 곳에서는 전쟁이나 독재 권력, 또는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담보하는 시장, 유권자의 의지를 확인하는 투표가 주요한 판관이 된다. 전쟁과 독재 권력이 활용가능한 판관이 아니라면, 시장과 투표 기능을 주요하게 활용할 수밖에 없다. 부안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관련 갈등을 경쟁 지역 간의 투표로 해결한 사례는 그 단적인 사례이다. 한국이 기본적으로 만인에 대한 만인의 불신의 나라인 이상 당분간은, 대체로 폭력적이고 독단적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겠지만, 어쨌든 정부의 과감한 결단을 통해서 주요한 갈등 사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의 슬픈 운명이다.

 

 

건강한 정치 생태계의 구축 

263p 정권에 교체되거나 낙선하면 취업 제한조차 받는 백수인 계약직 공무원(대통령, 국회의원, 기타 정무직)의 연봉이 20~30년 장기근속하고, 그에 따른 연금도 있고, 퇴임 후 갈 자리도 많은 직업 공무원 연봉과 비슷한 것도 합리적인지 캐물어 봐야 한다. 과거에는 정치인이 각종 이권에 개입했기에 적은 연봉으로 사는 데 지장이 없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무직 공무원들에게 직업 공무원과 다른 보상을 하는 것이 합당하다. 이 역시 선진국에 전례가 없겠지만, 선진국들은 정치생태계가 잘 발달되어 있어서(로비스트 펌, 각종 연구소 등) 변칙, 편법을 쓰지 않고도 정치적 경륜을 발전시키면서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이 많다. 하지만 한국은 단지 사법고시를 통과한 사람에게만 비교적 다양한 먹고 살 수 있는 시회(생태계)가 주어져 있을 뿐이다. 

276p 지금 한국 정치는 냉정히 따지고 보면 '고위험 · 저수익 '직업이다. 천신만고 끝에 의원이나 단체장이 된다 할지라도 부정을 저지르지 않는다면 그 처우는 대기업의 부장급 내지 이사급에 불과하다. 수도권 대학의 웬만한 전임교수보다 훨씬 못하다. 게다가 의원이나 단체장이 되지 못하면 집안의 천덕꾸러기 백수가 되기 십상이다. 정치에 발을 들여놓으면 직업 선택의 자유도 현저히 떨어진다. 한국에는 낙선했거나 집권하지 못한 정당 주변의 고급 정치 엘리트들이 국가 경영 경륜을 발전시키면서 먹고살 수 있는 구조가 거의 없다. 결국 이런 구조에서는 상당한 특권과 특혜가 보장된 자격증(특히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거나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많거나 든든한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아니면 감히 정치에 도전할 수 없다. 따라서 정신이 건강한 청년이 정치를 할 이유는 정말 없다. 결국 권력욕과 명예욕이 이상 비대한 사람, 투기주의와 한탕주의를 체화한 건강하지 못한 청년, 부모나 배우자 잘 만난 사람, TV에 얼굴을 비칠 행운을 잡은 방송인들의 비중이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공공적 마인드가 강하고, 국제 감각이 있고, 가치생산 사슬 전반의 균형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기업 엘리트들에게는 너무나 진입 장벽이 높다. 

  • 정당의 지배주주가 있을 때에는 과감한 신인발굴 등의 수혈이 가능했으나 이제부터는 지역단위에서부터 성장하는 전문성을 갖춘 정치인의 양성이 필요

  • 정치생태계의 구축을 위해서는 싱크탱크의 활성화 등이 필요

  • 정치인스쿨 또는 보좌관스쿨과 같은 경험의 전달 시스템 필요

  • 정당 차원의 노하우 축적 시스템이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