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최근 읽고 있는 책 중 하나가 '협상 천재'라는 것입니다.
저처럼 회사 경영을 하고 계약이나 개발 일정, 개발 사양 등 여러 가지 협상을 할 일이 자주 생기는 사람에겐 필독서라고 생각되는 내용인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저같은 사람 아니더라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 쯤은 읽어 두면 두고두고 도움이 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용도 제법 재밌습니다.

얼마 전 FTA 재협상이 있었죠.
자동차 관련 사항은 양보하고 돼지고기와 의약품 쪽에서 이득을 챙긴 모양입니다.
사실 자동차 관련해서는 미국 자동차 수입 완전 개방해줘도 우리나라에서 미국차 살 사람 별로 없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볼 때는 그 정도 양보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더 왕창 열어 주고 다른 쪽을 왕창 챙겨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 가지고도 별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얻어 낸 것이 거의 없고 내 준 것만 많다는 게 문젠데, FTA 재협상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재협상 없이는 미국에서 FTA 비준을 받기 어려워 양보를 해주더라도 비준 가능성을 끌어 올린 게 잘 한 거라는 '병신같은'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현찰(확실하게 양보한 FTA 조항들) 내주고 어음(비준 가능성) 끊어 온 주제에 웃기고 자빠지셨습니다.

협상에 들어 서기 전에 이미 우리 측은 두 가지 치명적인 부담을 안고 들어갑니다.
첫째가 바로 그 '비준 가능성'이고, 둘째는 서해안의 조지워싱턴 항모.
양보를 하지 않으면 비준이 안 되고 그러면 우리는 무조건 손해다... 뭐 이런 병맛스러운 생각이 다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조지워싱턴 항모는 그 엄청난 비용을 들여 서해안에 보내는 저의가 우려되긴 했습니다만 언젠가 어떤 방법으로든 갚아야 했을 빚.
외통수 두 방을 맞고 시작하는 협상이 제대로 돌아갈 까닭이 없습니다. 게다가 그 두 부담은 서로 독립적인 것도 아니고 두 가지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그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당하는 쪽이 병신같아 그런 거긴 합니다만.

흡족한 결과를 얻은 미국은 유사시 전투기로 대북폭격을 해도 무방하다고 사례를 하네요. 돈 한 푼 안들이고 주둥이로만.

WSJ는 이번 FTA 타결을 이렇게 보도합니다.
"오바마, 한국과의 도박에서 돈 따"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69947
잘들 아시겠지만 도박판에서 돈 따려면 냉정한 판단력과 두둑한 배짱이 반드시 필요하죠.
냉정한 판단력과 두둑한 배짱 둘 중에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두둑한 배짱입니다. 전시전작권도 돌려 줘야 속이 시원한 놈들이 배짱이 있을 턱이 없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때도 그랬지만 해달라는 대로 해주는 건 협상이 아닙니다.
쥐꼬리만큼 챙긴 걸 가지고 자랑을 하는데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면 미안해서라도 쬐끔씩은 다 챙겨주고 돌려 보냅니다. 도박판에서 왕창 딴 놈들이 개평 안 주는 거 봤습니까?

그러고도 잘 했다고 자뻑을 하는데... 그래 참 잘 했어요. 빌어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