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점점 흐르는 강물 님의 토론 능력을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종교 문제를 토론할 때에도 그런 것을 느꼈습니다. 만약 흐르는 강물 님이 단지 한의학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시지 않았기 때문에 삑사리를 내는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그것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저는 더 이상 웬만하면 흐르는 강물 님과 아예 토론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쨌든 당분간은 한의학 문제로 약간의 토론을 시도해 보겠습니다.

 

 

 

1. 흐르는 강물 님 말씀대로 한의학에 아무리 문제가 많다고 해도 그것이 곧 현대 의학이 완벽하거나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것을 부정하는 사람이 누가 있나요? 누가 현대 의학이 완벽하다고 했습니까? 누가 현대 의학에서 쓰는 치료법에 해로운 부작용이 없다고 했습니까? 누가 의사들 중 싸가지 없는 사람이 없다고 했습니까? 현대 의학을 절대시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인용을 해 주십시오.

 

 

 

2. 장비의 도움이 없이는 맹인이 되는 것이 현대 의학의 문제점이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현대 의학의 문제점이 아니라 인간의 감각의 문제점입니다. 예컨대 골절을 당했을 때 인간은 육안으로 살 속에 묻힌 뼈를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X-레이 사진을 찍는 것입니다.

 

 

 

3. 만약 어떤 의사가 X-레이 사진을 마구 찍고,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 의사가 싸가지 없거나 부주의한 것이지 현대 의학 자체의 문제가 아닙니다. 왜 이 두 가지를 짬뽕하십니까?

 

 

 

4. 현대 의학의 해로운 부작용이 한의학보다 훨씬 심각하다고요? 저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 의학의 백혈병이나 에이즈 치료제의 부작용은 한의학의 보약의 부작용보다 더 심각합니다. 심장 이식 수술을 하다가 죽을 확률이 침 맞다 죽을 확률보다 훨씬 높습니다. 그래서 어쨌단 말입니까? 한의학은 백혈병, 에이즈, 심장병을 사실상 전혀 치료하지 못합니다. 비교할 것을 비교해야지요.

 

 

 

5. 의사들이 자신이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는 경우 대체 치료법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그 대체 치료법이라는 것이 뭡니까? 그 대부분이 의사로부터 사망 선고 받은 사람들의 돈을 뜯어먹으려는 사기꾼들의 행각입니다. 양심적인 의사가 그런 돌팔이들에게 적대적인 것은 당연합니다. 만약 소위 대체 치료법에 효과가 있다면 그것을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서 입증하면 됩니다. 그러면 의사들 대부분은 그 치료법을 거부하지 않습니다. 전혀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으로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사람들을 꼬시니까 문제지요.

 

현대 의학이 포기한 사람들의 병을 고치고 있다고요? 그런 소문들이 많을 뿐입니다. 누가 그런 소문을 퍼뜨립니까? 일부 목사들, 일부 한의사들, 일부 무당들, 그리고 온갖 종류의 사람들입니다. 불치병을 고쳤다는 소문이 많다불치병을 고친 사례가 많다를 혼동하지 마십시오. 다른 온갖 기적과 초능력에 대한 소문도 많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믿습니다. 유리 겔라 한 사람의 초능력에 대한 전세계인들의 믿음은 정말 대단했지요.

 

 

 

6. 치료 효과가 없다면 한의학을 믿는 사람이 그렇게 많을 수가 없다고요? 흐르는 강물 님은 가짜 약(placebo) 효과를 과소 평가하고 계시며 평범한 인간의 인지 능력을 과대 평가하고 계십니다.

 

일종의 암시 효과인 가짜 약 효과는 때로는 아주 강력합니다. 그래서 그냥 밀가루를 약 모양으로 만들어서 비싼 약이라고 속이면 온갖 효과가 나타납니다. 따라서 한의학의 효험을 강력하게 믿는 사람에게는 가짜 약 효과도 강력하게 나타날 때가 있을 것입니다.

 

원시 부족에는 여러 가지 주술 치료가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족민들이 한결 같이 그런 치료법을 믿습니다. 한의학이 몇 천년 되었다고요? 아마 그런 주술 치료들은 더 오래되었을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거의 대부분의 치료법이 효과가 없습니다. 그래도 믿습니다. 21세기의 평범한 사람들이 원시부족민들보다 사고력이 대단히 우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혈액형 성격론이 아무 근거가 없어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믿습니다. 특히 일본과 한국의 경우에는 인구의 절반 정도가 믿는 것 같습니다. 동종요법을 비롯한 서양의 민간 요법을 믿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게 많습니다.

 

가짜 약 효과, 자연 치유, 기억 왜곡 등 온갖 요인들 때문에 체계적인 연구를 하지 않는 이상 정신적으로 멀쩡한 사람도 어떤 치료법에 진짜로 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 엄청나게 힘듭니다. 이것이 한의학 같은 치료법의 인기 비결 중 하나입니다.

 

물론 한국의 한의학과 중국의 중의학이 자국에서는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것이 치료법의 효과 때문이라고요? 제가 보기에는 아닙니다. 국가에서 밀어주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자격증 제도를 만들어서 효과가 있다고 인정해주니까 미국 같은 나라보다 훨씬 큰 인기를 끌고 있을 뿐입니다.

 

 

 

7. 저는 한의학이 사이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의학의 모든 치료법이 효과가 전혀 없다고 주장한 적은 없습니다. 온갖 원시 부족의 치료법 중에 극히 일부가 효과가 있다는 것이 드러나서 현대 의학에 포섭된 예가 꽤 있습니다. 주로 해당 지역에서 나오는 약초들인 것 같습니다. 현대 의학에 비해 한의학이 형편 없다한의학의 모든 치료법에 전혀 효과가 없다는 서로 다른 명제입니다. 저는 전자의 의미로 한의학을 사이비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저는 늘 한의학의 온갖 치료법을 과학적으로 검증해서 효과가 있다는 것이 인정된 것은 현대 의학에 흡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치료법이 (가짜 약 효과를 뛰어넘는) 효과가 전혀 또는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한의학에 대한 한국인들의 잘못된 생각을 뜯어 고치기 위해서라도 그런 검증을 해야 합니다.

 

제가 <한의학은 반증 불가능한가?>에서 썼듯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체질에 따른 치료법 등도 과학적 검증이 가능합니다.

http://theacro.com/zbxe/86416

 

한의사협회 같은 곳에서는 왜 한의학적인 임상 치료 데이타를 신뢰할 만하게 수집하고 자료화 안 하는지 궁금하시다고요? 저도 그 이유가 궁금하긴 한데 몇 가지 짐작이 가는 것이 있습니다. 첫째, 한의사들 대부분이 과학 철학에 대해 너무 몰라서 그런 식으로 검증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검증하겠다고 나서는 한의사들이 소수가 있긴 한데 대부분 방법론이 형편 없어서 학술지에 실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둘째, 이미 몇 번 검증 시도를 했는데 할 때마다 효과가 없다는 것이 드러나서 발표를 안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한의학의 치료법을 대대적으로 제대로 검증하면 그 효과가 형편 없다는 것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에 한의사들 대부분이 그런 검증에 반대할 것이 뻔합니다. 그래서 저는 의사들이 그런 검증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도 계몽하고 자기 밥그릇도 지키고 일석이조 아닙니까? 저는 오히려 착한 일을 하면서 자기 밥그릇도 지킬 수 있는 그런 검증에 왜 의사들이 나서지 않는지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