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의 비판과 프로의 비판

 

나는 바둑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하수 실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타이젬(http://www.tygem.com) 5단이니까 내 추측으로는 기원 3(아마추어 1)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바둑TV>를 볼 때에 프로 기사가 정석(양쪽 편이 최선에 가까운 수를 둔 것)이라고 알려주는 것 중에 가끔 내가 보기에는 한 쪽 편이 망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 만약 주변에 친한 프로 기사가 있다면 왜 백이 망한 것 같은데 이것이 정석입니까?라고 물어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그런 기회가 생겨서 내가 최선의 수에 대한 프로 기사들의 의견인 정석에 감히 시비를 건다고 해도 내 주제를 잊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프로 기사보다 더 나은 의견을 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은 명백하다. 내가 그런 질문을 한다면 그 목적은 프로 기사의 의견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왜 프로 기사가 내 생각과 다른지를 알아내서 내가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를 깨닫기 위해서일 것이다. 즉 정석에 대한 바둑계의 의견을 바꾸기 위해서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둑을 더 배우기 위해 비판하는 것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물리학을 배우면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시비를 거는 것은 좋은 태도다. 그냥 외우는 것보다 한 번 생각해 보고, 비판해 보고, 그런 비판에 대한 전문가의 반론을 들어가면서 배우는 것이 훨씬 더 낫다.

 

물론 이것은 내가 전문적으로 공부하려고 하는 진화 심리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는 진화 심리학을 취미로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진화 심리학에 시비를 거는 것이 아주 좋은 태도라고 생각한다.

 

바둑이든, 물리학이든, 진화 심리학이든 상당히 잘 정립된 체계의 전문가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들의 오류를 지적하고 싶다면 적어도 그들만큼 전문적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프로에게 배우기 위해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를 깨기 위해 비판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우선 스스로 프로만큼 배워야 한다. 자신이 그런 수준이 되지 못했다면 프로를 깰 수 있다는 기대를 조금도 품지 말아야 한다. 물론 아마추어가 잘 정립된 분야의 프로를 깨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하다.

 

 

 

 

 

어설픈 비판에 프로는 짜증이 난다

 

어떤 사람이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엉터리라고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자. 배우기 위한 비판이 아니라 깨기 위한 비판을 하려는 것이다.

 

아마 그런 경우 전문 물리학자는 몇 마디 들어본 다음에 이렇게 질문할 것이다. “당신은 미분 기하학(differential geometry)을 배운 적이 있습니까?” 만약 그 사람이 “미분 기하학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보는데요”라고 답변한다면 그 물리학자는 “당신은 일반 상대성 이론에 대해 논할 자격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일반 상대성 이론의 수학적 모델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잘라 말하면서 더 이상 상대해 주지 않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진화 심리학이 엉터리라고 비판하는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전문 진화 심리학자는 몇 마디 들어본 다음에 이렇게 질문할 것이다. “당신은 적응(adaptation)과 적응성(adaptiveness)의 차이를 아십니까? 당신은 진화 생물학의 기능(function) 개념이 일상적으로 쓰는 기능의 의미와 어떻게 다른지 아십니까? 당신은 William Hamilton의 친족 선택(kin selection) 이론의 수학적 모델을 아십니까? 당신은 Price equation을 이해하고 있습니까?” 만약 이런 질문에 대해 하나도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서 진화 심리학을 깨버리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진화 심리학자는 그냥 무시해버릴 것이다.

 

 

 

 

 

당신은 『동의보감』을 읽어 보셨습니까?”

 

나는 한의학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한의학은 엉터리라고 생각한다. 이런 나의 태도를 보고 이중적이라고 비판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진화 심리학의 경우에는 진화 심리학에 대해 잘 모르면 비판할 자격도 없다고 말하면서 내가 싫어하는 한의학의 경우에는 잘 몰라도 그것이 엉터리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으니 얼핏 보기에는 이중 기준을 적용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위에서 상당히 잘 정립된 체계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런 체계의 경우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만약 체계 자체가 엉터리라면 소위 그 분야의 전문가라는 사람의 전문성이라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 나는 한의학이 잘 정립된 체계가 아니라 엉터리 체계라고 생각한다.

 

물리학이나 바둑이 잘 정립된 체계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취미로 바둑을 배우는 사람이 감히 핸디캡 없이 프로 기사와 바둑을 둬서 이길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는 없다. 아주 커다란 핸디캡인 5점 접바둑을 이기는 정도만 해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영환 도사를 5점으로 격파하는 것은 내 평생 소원이기도 하다).

 

진화 심리학, 한의학, 정신분석의 경우에는 잘 정립된 체계인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그리고 진화 심리학, 한의학, 정신분석에 대한 주된 비판이 바로 그 체계가 엉터리 체계라는 것이다. 이런 비판의 경우에는 전문가가 아니라면 감히 비판할 자격이 없다라는 식의 반론은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논리가 순환하기 때문이다. 잘 정립된 체계의 경우에는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전문가가 아니라면 감히 비판할 자격이 없다라는 명제의 근거가 되는데 잘 정립된 체계인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나 같은 사람에게 당신은 『동의보감』을 읽어 보셨습니까?라고 되묻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물리학의 경우에는 잘 정립된 체계라는 것에 토를 다는 사람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당신은 미분기하학을 아십니까?라는 질문이 의미가 있지만 한의학의 경우에는 잘 정립된 체계라고 인정하는 전문 과학자가 별로 없다.

 

 

 

 

 

당신은 펜듈럼을 경험해 보셨습니까?”

 

과학자들은 수맥 찾기(dowsing, 다우징)가 미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다우저들은 이렇게 응수할 것이다: “당신은 펜듈럼(pendulum)이 스스로 움직이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습니까? 만약 그런 경험이 없다면 당신은 수맥 찾기를 비판할 자격이 없습니다.

 

과학자 중에 펜듈럼이나 Y-막대기(Y-rod)를 사용해 본 적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펜듈럼은 들고 있는 사람이 느끼기에는 실제로 저절로 움직이는 것 같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수맥 찾기의 비과학성을 비판하기 위해 굳이 자신이 그런 경험을 해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중맹검법(double-blind test)을 통해서 수맥 찾기가 우연 이상으로 맞히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 주면 그만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다우저들을 초빙해서 대규모 실험을 해 본 결과 그들은 우연 이상으로 맞히지 못했다.

 

수십 년 동안 다우징을 해 온 소위 전문가들의 의견을 이런 간단한 실험으로 깨 버릴 수 있다. 어떤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 엉터리에 불과하다면 그런 체계가 엉터리임을 보여주기 위해 굳이 그 체계에 대해 깊이 공부할 필요가 없다.

 

나는 북조선 체제에 대해 상세히 알지는 못한다. 한 번도 가 보지 못했으며 북조선 출신 사람하고 이야기해 본 것도 한 번밖에 없는 것 같다. 북조선에 대한 책도 몇 권밖에 읽어 보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북조선 체제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명칭과는 다르게 민주주의하고는 아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북조선 TV에 나오는 우상화 장면, 3대 세습과 같은 몇 가지만 보더라도 답은 뻔하다. 그런 엉터리 민주주의 체제가 진짜 민주주의가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북조선을 수십 년 동안 연구할 필요는 없다.

 

 

 

 

 

한의학의 심각한 문제점

 

한의학에는 다우징이나 북조선의 민주주의만큼이나 심각한 결함이 있다. 깊이 따지자면 그런 결함이 한도 없이 많겠지만 몇 가지만 지적해 보겠다.

 

첫째, 이중맹검법으로 치료법을 검증하지 않는다. 이중맹검법으로 검증하는 경우는 전체 치료법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것은 사실상 모든 약을 그런 식으로 검증하는 양의학(정확히 말하면 과학적 의학)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리고 한의사들이 검증을 한다고 해도 양의학에서 하는 것처럼 제대로 절차를 지켜서 하는 법이 별로 없어서 권위 있는 학술지에 거의 실리지 못한다.

 

둘째, 개념이 너무 애매모호다. 한의학의 설명이 틀렸다는 것이 하나하나 드러나면서 한의사들은 점점 더 개념을 애매하게 변신시킴으로써 빠져나가는 것 같다. 그래서 안 그래도 애매했던 개념이 현대에는 더욱 더 애매해졌다. 이것은 개념이 점점 명확해지는 과학계의 추세와는 정반대다.

 

셋째, 수백 년 된 책의 내용을 거의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온갖 분야의 과학에서 끊임없이 혁명이 일어났다. 양의학과 그 기반인 생리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반면 한의학은 전통을 답습하고 있다. 생리학의 경우에는 아무리 천재라도 수백 년 전에는 시대적인 한계 때문에 엉터리 이론을 내 놓을 수밖에 없었다. 수학의 경우에는 엄청난 천재라면 순수한 사고만으로 엄청난 이론을 내 놓을 수 있기 때문에 시대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지만 생리학은 경험 과학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의학에 이런 심각한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한의학을 굳이 깊이 배우지 않더라도 한의학이 엉터리임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한의학이 엉터리이기 때문에 한의학 전문가로 통하는 한의사들이 사실은 전문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전문가라면 점성술을 수십 년 동안 해 온 인기 점성술사도 전문가다. 내가 생각하는 진짜 한의학 전문가는 과학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면서 동시에 한의학에 대해 아주 잘 아는 사람으로 그런 사람은 한의학이 어떤 면에서 엉터리인지 나보다 훨씬 더 잘 알 것이다.

 

나는 정신분석도 마찬가지 이유 때문에 엉터리 체계라고 생각한다. 정신분석에 대해서는 쓰다가 만 글인 나는 왜 프로이트주의자가 아닌가』를 참조하라. 다른 할 일이 많아서 그 글은 더 이상 갱신하지 않을 것 같다.

http://cafe.daum.net/Psychoanalyse/GoAb/3

 

 

 

 

 

2010-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