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빠라기』 에리히 쇼일만, 최시림 옮김, 정신세계사,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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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자는 나눠 줘야만 하는데도, 그러려고 하지 않는다.

........ 중략

오오, 형제들이여. 이런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모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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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을 사람 전부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큰 오두막집을 갖고

있으면서도, 나그네에게 단 하룻밤의 잠자리도 내어주지 않는 사

람, 이러한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바나나를 한 아름 끌어안고

서는 바로 눈앞의 굶주린 사람이 애걸을 하는데도, 단 하나도 나눠

주려고 하지 않는 사람을.

  나는 너희들의 눈에 노여움이, 입술에 경멸하는 빛이 떠오르고

있는 것을 본다. 정말이다. 이것이 언제나 빠빠라기가 하는 짓이

다. 설령 백 장의 거적을 갖고 있을지라도, 가지지 못한 자에게

한 장도 주려고는 하지 않는다. 주지 않는 것까지는 좋은데, 쓸데없

이 거적도 없느냐며 비난하기도 하고, 거적이 없는 것은 갖지 못한

사람의 탓이라며 괜한 말을 하기도 한다.

 설령 오두막집 천장의 가장 높은 곳까지 넘칠 만큼의 먹거리가

쌓여 있어, 그와 아이가(가족)가 1년 동안을 먹어도 다 먹지 못할

정도여도, 먹을 것이 없어 굶주려서 핼쑥해진 사람을 찾아나서려고

는 하지 않는다. 멀리도 아니고 바로 가까이에 수많은 빠빠라기가

굶주림으로 핼쑥해져 서 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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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엔가 이 책을 읽고, 나는 투이아비 추장의 말을 듣고 양심의 가책을 심하게 받았다. 당시에는 아직 기독교인으로서 물이 덜 빠졌을 때라서 그랬던 것 같다.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은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말씀하신다. 물론 이런 말들은 이 인간세상에서는 시키는 대로 따라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말이다. 기독교인들은 자신이 가진 부를 이웃에게 나누어주기는 커녕 도리어 하나님에게 복을 내려달라고 애걸복걸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화폐교환경제에서는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자신이 어려울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면서, 남이 어려움을 당하고 있을 때 자신도 도와주지 않으려고 한다. 부모자식 사이에도 그렇고, 형제자매 사이에도 그렇고, 가장 친한 친구 사이에도 그렇다. 하물며 아무 관련이 없는 다른 사람이야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형적인 게임이론 같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각자 자신의 욕구를 위해서, 자신의 질병을 대비해서, 자신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서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부를 축적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인다.

자신의 소유를 자신만이 누리고, 그 대신 온전히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는 매트릭스에서는 다른 해결책은 나오기 어렵다. 기부를 강요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 되고, 왜냐하면 남의 소유를 강탈하려고 하는 것이니까, 기독교인이라 할지라도 예수님의 말씀대로 살기가 불가능하다. 이런 매트릭스가 영원히 지속될 수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화폐교환경제와 반대되는 매트릭스가 등장하면 금방 붕괴되리라고 생각한다.

캡슐 님이 모은 재산이 9.4억원 정도란다. 열심히 노력했고, 참 많이도 모으셨다. ^ ^ 축하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내게는 별로 의미가 없다. 그냥 화폐교환경제 매트릭스에서 승자라는 것일 뿐이지, 그의 인생이 무척 가치가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만약 기독교인이라면 천국 들어가기는 거의 글른 것 같아서 도리어 불쌍해 보이기까지 한다. ^ ^ 많은 재산을 모아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캡슐 님의 마음에는 욕구와 불안이 지배할 거라고 생각하니, 그것도 참 안 되어 보인다.

스켑렙 doomer 님의 글에 따르면, 미국의 부는 소득계층과 역피라미드의 관계가 있다고 한다. 소수의 부자들이 부를 많이 차지하고, 다수의 저소득계층은 부를 거의 못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걸 그림으로 표시하면 위태위태한 삼각형 그림이 된단다.

세상에는 굶어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부자의 눈에는 그들이 겪는 어려움이 '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화폐교환경제에서는 사실 그렇다. 부자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걸 거꾸로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부자가 '가진 부'를 강탈당하는 일이 굶어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도울 생각이 없는데, 가난한 사람이 왜 부자를 도우려고 해야 하는가? 전형적인 게임이론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부자의 부를 강탈해서 가난한 사람을 돕자'는 무슨 [죄와 벌]에 나오는 살인자처럼 생각하지는 말라. 논리상 그렇다는 얘기일 뿐이니까. 나는 부자의 재산을 강탈하지 않고도 네오경제를 만들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여러분이 아는 경제학자가 있다면 내게 소개시켜 달라. 서로 의논해서 네오경제를 연구하고 싶다. lietz@hanmail.net  화폐가 없고, 교환이 없는 네오경제를 만들어 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