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왜 햇볕정책에 대해서 감정적으로 대처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햇볕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한반도 통일이다' 라고 말하면 좀 추상적이라서 이해가 잘 안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바꿔말하면 북한 땅 접수 맞잖아요. 무력이든, 외교든.
 
이번 연평도 사태로 드러나게 된 가장 중요한 것은 햇볕정책 무용론도 아니거니와 강경한 대북정책이 당연하다는 주장도 아닙니다. 왜 눈가리고 아웅하시나요. 대북정책 강경론 지난 40년 이상 써서 돌아온 거는 KAL기 폭발, 무장간첩침투, 아웅산 테러 등등 셀 수 없이 굵직굵직한 도발 뿐이었습니다. 왜 이 사실을 왜면하시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햇볕정책 기간에도 여러 도발들이 있어왔지요. 여러차례의 국지적 교전을 비롯하여 핵개발까지. 뭐 중언부언 안하겠습니다. 다들 잘 아실테니까.
 
두개를 동일 선상에 놓고 보면, 북한의 도발은 햇볕정책이든, 강경책이든 상관없이 이루어진다가 정답이라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북한은 원래 그런 비정상 국가에요. 뽕 맞은 미친 놈이 칼 들고 설친다고 봐야하죠.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 정답은 이미 지난 10년 동안 나왔습니다. 바로 대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leverage의 확보죠.
 
김대중 정부 이전 강경책이 득세했던 시절, 사실상 우리는 북한에 대해서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꽉 막힌 상태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pass~ 뭐 HID 어쩌구 저쩌구 하시는 분들은 귓방망이 좀. ㅎㅎ
 
김대중 정부 들어서서 햇볕정책 실시한 10년간 우리는 여러가지 주목할만한 leverage 들을 확보합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청와대와 평양 사이의 핫라인 개설입니다. 우리 정부 수반이 직접 김정일과 1대1 육성으로 대화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한 것이죠. 이전에는 이런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 냉전시절 소련과 미국의 사례를 보면 알게 됩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겪으며 미소 양국은 양국 정상이 직접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함에 대해서 인식을 같이 하게 됩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이른바 red telephone이라 부르는 핫라인이었습니다.
 
양국이 서로를 괴멸시킬 수 있는 막강한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에서 공멸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은 바로 핫라인이었죠. 물론 이를 통해 거짓말도 오고갔지만(1979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 브레즈네프 서기장이 지미 카터 대통령에게 우리 침공안해요라고 뻥친거) 자칫 닥쳐올 지 모를 제 3차 세계대전의 위기로부터 서로를 구한 것은 바로 이 핫라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자 그럼 지금 우리를 봅시다. 뭐가 있나요? 둘러보면 상당히 우려됩니다. 진짜! 정말로요.
 
이명박 정부 들어 지난 3년간 대북 강경책 도입 이후 우리는 이 핫라인이 모두 죽었습니다. 그전에는 남북 당국자(정상, 군당국자, 경협관계자 등등) 사이에 육성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채널이 여러개 있었습니다. 청와대와 김정일 비서실 사이의 핫라인이 제일 유명했었죠. 그러나 이번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모두 사라졌죠. 현재는 북한이 보낸 전통문을 보면서 뉘앙스를 파악하는 원시적 단계로 후퇴했습니다. 서로 목소리 들어가면서 농담도 섞어가면서 의중을 파악해야 하는데 말이죠.
 
게다가 임기 시작 후 남북정상회담의 북측 주역인 최승철 통일전선부 제 1 부부장이 숙청되었습니다. 대남 관계에 우호적이던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도 경질, 2009년에는 박창련, 정운업, 백용천도 숙청되었죠.
결국, 현재 대북정보? 우리가 직접 얻을 수 있는 소식은 없습니다. 북한 내에 정보원이 모두 다 숙청당했기 때문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이번 연평도 사태 때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라고 항의라도 할 수 있을 텐데 벙커에 들어앉아 북한이 왜 이러는지 분석만 하고 있습니다. 전화 한 통화하면 될 일을 말이죠.
 
연평해전 당시 우리 정부는 북한과 핫라인을 통해 긴밀한 접촉을 진행했습니다. 사실이든 그렇지 않든 북한은 그것을 '김정일의 승인을 받지 않은' 우발적인 교전이라 밝혔고(사실은 김정일이 뽕맞고 지시 했겠죠 뭐)  그 이후에도 남북교류는 별 문제없이 지속되었죠. 대북 리스크는 분단 이후 획기적인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왜 다들 이 사실에 주목하지 않는걸까요?
 
미소 양국의 사례를 왜 참고하지 않는지 궁금하네요. 우리는 얼마전까지 냉전관계였습니다. 그리고 서로 양쪽을 공멸(혹은 그에 가깝게)시킬 수 있는 가공할만한 화력을 보유하고 있구요. 냉전시절 미소 양국과 무엇이 다르단 말입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상호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단들을 하나 둘 내팽개쳐버렸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게 아마추어 외교가 아니면 무엇입니까?
 
햇볕정책이 왜 필요했는가? 핫라인과 우호적인 대남라인 이외에도 또 한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입니다.
 
혹자는 이 두 상징적인 상업활동이 북한에 달러를 지급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난합니다. 그러나 군사적인 관점에서 이 둘을 바라봐야 합니다. 대북 사업은 고작 몇억달러 불꽃놀이가 아닙니다. 모든 것이 군사적 이득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먼저, 수도권을 향해 방열되어 있던 북한 장사정포의 후퇴입니다. 약 10Km 북으로 이동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이정도면 북한이 뽕맞고 군사요충지가 아닌 민간인 밀집지역을 포격하더라도 상당수의 국민을 살릴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더. 유사시 개성공단에 남한 국민 및 재산 보호를 구실로 군대를 진주시킬 수 있는 구실을 확보했습니다. 트리거 효과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들 아실 겁니다. 왜 만주사변이나 통킹만 사건이 일어난 것인지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그것보다 더 확실한 장치가 있으니 바로 개성공단입니다.
 
근 미래에 김정일 사망, 김정은 후계자 승계로 이어지는 일련의 변화가 북한에 일어납니다. 만약 김정은이 이른바 '업적쌓기'에 실패하여 정국 장악력이 떨어진다면? 북한 정권의 붕괴로 이어지겠죠. 전작권이 2015년 성공적으로 이양된다면 우리는 북한땅을 접수할 기회를 모색해야 합니다. 이때 개성공단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구실이 되겠죠. 위치적으로도 요충지입니다. 평양과 지근거리인데다가 북한내 병력의 상당수가 근처에 몰려 있습니다. 유사시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전진기지로 활용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미 중국은 당연히 시나리오를 다 마련하고 차근차근 수순을 밟아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광산 채굴권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도 손놓고 있는 것은 아니죠. 국방부는 개성공단의 남한 노동자 억류사태시의 구출작전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당연히 군사 작전이 벌어지겠죠.
 
금강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국 국민 보호를 위해 군사작전을 펼치는 데 반대할 국가는 아무도 없습니다. 아주 완벽한 구실이죠. 이런 공단과 관광지구가 북한내 수십여곳에 산재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유사시 결과는 어떨까요?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올겁니다. 최근 중국이 왜 북한에 돈을 퍼주면서 광산 채굴권을 사들이고 공장을 건설해주는지 주판알 두들기면서 명확히 봐야합니다. 중국 무서운 나라입니다.
 
 '북한이 한대 때렸어요. 우리도 그저 맞고 있을 수만은 없어요'라고 징징대는 사람들. 당연합니다. 우리가 한쪽 뺨 내미는 예수쟁이도 아니니 말이죠. 그러나 그 이전에 실리를 따져야합니다. 국제관계는 냉철한 주판알 튀기기 아닌가요?
 
우리는 이제 대북 leverage를 모두 상실했습니다. 우리가 행님행님하는 미국조차도 이번 사태 이후 중국을 바라보고만 있는 상황입니다. 중화사상에 물든 짱깨국이 우리나라와 미국의 요구(대북 제재)를 과연 들어줄까요? 묻는 사람이 바보죠.
 
햇볕정책이든 강경책이든 중요한 것은 우리가 대북 leverage를 확보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관점에서 평가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결과론적으로 성적표를 보니 지난 3년간 성적은?
 
FFFFFFFFFFFFFFFFFFFFFFF 입니다. 다 말아먹었죠. 우리는 우리가 가진 대북 억지력(군사력을 제외한)을 모두 상실했습니다.
 
강조합니다. 흑묘든 백묘든 쥐를 잘 잡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의 대북 영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정책이 최고의 정책입니다.
 
역시 쥐가 집권하니 쥐를 못잡는 군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