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집권기에 전역하고 나서 집에 오니 아버지께서 쓰시던 물건을 두개 주셨죠. 휴대폰과 시계. 아버지 휴대폰 번호를 쓰니 가끔 친구분들께 연락이 와 'X째 아들입니다'라고 하며 아버지의 새 번호를 알려드려야 했던 것이 좀 불편했습니다만 꽤 오랫동안 잘 썼습니다.

시계는 바로 이런 시계였죠. 맨 오른쪽 시계. 몇년 차고 다니다가 잃어버렸는데, 잃어버렸을 때 상태도 저랬습니다. 시계줄이 떨어져 한번 교체했던 것 같은데 또 떨어지고 결국 실종.  전역 후 오랜만에 선배 동기들을 만나서 시계 자랑질을 하면서 YS시계와 비교를 했죠. 그랬더니 선배가 그건 다른 것이라고 하더군요. 사실 제가 좀 어렸을 때 일이라 YS시계(영삼시계)에 대해 어렴풋이 주워듣기만 했지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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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귀찮아서 차고 다니지 않는 사람이 대다수일텐데, 당시에는 남성의 필수 악세사리였죠? 그래서 대통령 시계로 은근히 권력층과 교류가 있는 것을 암시하면서 사기치거나 압력을 넣는 사람도 있나 봅니다.
1992년 12월 18일 제14대 대통령선거에서 민자당 김영삼 후보가 당선되고 며칠 후 기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취재를 갔다가 눈을 의심했다. 대선 과정에서 민자당이 불법으로 살포해 논란이 됐던 이른바 YS시계(‘03시계’라고도 했다)를 손목에 찬 선관위 직원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앞면 하단엔 ‘金泳三’, 뒷면엔 ‘大道無門’이라는 YS의 친필 휘호가 새겨진 시계였다.

궁금해서 한 간부에게 이유를 물어봤다. 그는 멋쩍어하면서 “아, 그거요? 내가 민자당에 부탁해서 좀 보내달라고 했어요. 기념으로요. 이젠 ‘대통령 시계’잖아요”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대선 직전까지 단속 대상이었던 YS시계가 하루아침에 대통령 당선인의 기념품으로 격상된 어이없는 현실에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새 대통령 시계 한번 차보자’는 선관위 직원들을 엄격한 잣대로 비판만 할 수는 없었다. 문민정부 출범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한껏 높았지만 아직은 대통령을 우러러보는 권위주의 시대의 그늘이 짙던 때였으니까.

http://kr.news.yahoo.com/sports/baseball/view?idx=teamnews&aid=2009040303022041710&team=HH

보면 영삼시계가 두 종류 이상이었나 봅니다. 1992년 선거 당시의 대도무문(!) 시계는 아래의 것이고, 대통령 취임 이후 뿌린 시계는 위에서 본 것과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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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http://itempage.auction.co.kr/DetailViewContents.aspx?ItemNo=A129025849

노무현의 YS시계 사건에 등장하는 시계는 어떤 종류인 건지? 아무튼 대통령 시계가 싸구려 만얼마에서 몇만원짜리 정도에 불과함에도 대한민국 건국 이래 정치사에서 대통령의 거대한 권력만큼이나 의미가 컸나 봅니다.



그런데 이런 기사가 있었군요.
http://www.minjog21.com/news/articleView.html?idxno=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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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옹은 야당시절부터 북조선에도 '시계 정치'를 하셨군요. 역시 대담하시고 통이 큰 분입니다. 그러던 분이 1994년 김일성 사망 후로 획 돌아선 건 혁명 2세대 김정일 나부랭이와는 격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황장엽 건너올 때 저 시계를 탈취해 오도록 할 것이지.

하긴 대통령만 시계 정치를 하는 건 아니었죠. 동네 식당이나 자취방을 가봐도 종종 지역구 국회의원 이름이 새겨진 시계를 볼 수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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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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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vote. What does that mean? It means that we choose between two bodies of real, though not avowed, autocrats; We choose between Tweedledum and Tweedled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