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위기"의 위기는 "인문학의 위기"와 그 성격이 다릅니다. 인문학의 위기는 기본적인 사회 진출 자체가 어려운 현실을 의미하지만 이공계의 위기는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죠. 아니 솔직히 말해 가장 취업이 잘되고 대기업에 많이 진출하는 학과가 이공계입니다. 물건 팔아 먹고 사는 대한민국에서는 당연히 이공계 인력이 국가경영의 핵심이 될수 밖에 없죠. 뭐 다른 공업국가도 마찬가지고...

따라서 이공계 위기는 일반적인 개념에서의 취업 곤란이나 저임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봐야합니다. imf 직후 이공계 인력이 대거 퇴출되고 서울대 공대의 점수가 급전 직하 하면서 등장한게 이공계 위기론이죠.

경제의 성장을 실제로 담당하던 두뇌 핵심부가 경제 위기 과정에서 밀려나고, 소수 재벌, 전문직 종사자, 부동산 보유자 같은 소위 "지대 추구자"가 승승장구하는 현실이, 기존의 순박한 기술 입국 이데올로기라는 경제 발전관을 근본적으로 뒤흔든 인식의 충격이 있었기 때문에, 이공계 위기론이 부각된것이라고 봅니다.

"인문계"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이공계 위기를 논하는게 부자연스러운건 이때문입니다. 기술 입국의 국가주의 개발논리가 경제 위기 앞에서 더이상 관철되지 못한게 이공계 위기의 본질인데, 거기에 대고 학문적 차원에서의 문이과 구별을 들이대는건 전혀 핀트가 맞지 않죠. 이공계의 비판(?) 대상이 되는 인문사회계는 이공계와는 비교도 할수 없이 취업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약한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