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좌파는 패션좌파, 프라다좌파 등으로도 불린다. 당연히 긍정적이지는 않은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그리 부정적이지도 않다. '강남', '패션', '프라다' 등의 수식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어느정도의 '지위', '지적수준', 더 나아가 구체적으로 '괜찮은 소득 수준'을 갖추었지만, 정치적으로 liberal한 성향을 드러냄으로서 '문화적 좌파'의 냄새를 풍기는 부류의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기에 오히려 강남좌파로 불리는 사람들은 그렇게 자신들이 불림으로서 알듯 모를듯한 우월감, 뿌듯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리고 강남좌파라고 '그들'을 공격하는 부류의 사람들도 어떠한 열등감을 가지고 그들을 그렇게 부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강남좌파의 취향을 전형적으로 드러내는 책이 요즘 나온 것 같다. 씨네21의 김혜리 기자가 쓴 '진심의 탐닉'이라는 책이다.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정확한 내용은 모르지만, 씨네21에서 김혜리가 '김혜리가 만난 사람들'에서 보여준 분위기, 내용으로 유추하고, 책이 선정한 인물들을 보면 대강 견적이 나온다.


이 글에서 저 책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니까 이만 하고, 하려던 말로 돌아가서...

강남좌파의 실체가 무엇이든간에 누군가는 누군가를 '강남좌파'라고 비판하고 있고, 일반적인 우리의 관념에서의 '좌파'의 성향과는 조금 다른 유럽의 신좌파, 미국의 리버럴들과 비스무리한 성향의 사람들이 나타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정치적인 민주화가 어느정도 진행되고 경제 규모가 커지고 안정화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이런 사람들이 새롭게 나타난 부류의 사람이기에 낯설고 이질적으로 느껴질수도 있다.


강남좌파의 실체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면 재미있을 것 같지만, 내 머리 안에 있는 강남좌파에 대한 생각만 늘어놓기보다는 진보적이면서 지식수준을 갖추었다고 생각되는(나의 개인적 생각임..) 아크로 분들의 강남좌파에 대한 생각이 함께 이야기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으므로 강남좌파의 정의, 특징, 발생연원 등에 대한 일반추상적인 내 생각은 이만 쓰도록 하고 본래 하려던 얘기로 돌아가서,


나는 북한의 이번 '연평도 도발'과 '북의 3대 세습'을 둘러싼 진보 내부의 '불필요한' 논쟁을 함께 생각해보면서 '불필요한 논쟁'을 주도했던 경향신문과 이대근, 홍세화, 진보신당, 그리고 기타 '진보신당 성향'의 지식인들의 대북,외교,안보에 대한 생각의 공허함을 또한번 느꼈다.

민주주의자로서, 진보주의자로서, 좌파로서 북의 3대 세습을 비판하지 않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기 어렵다는 식의 결벽증적인 태도로, 마치 정의와 부정의가 있고 북의 3대 세습을 굳이 비판하지 않는 태도는 부정의한 것으로 바라보던 그들, 나는 그들이 바로 '강남좌파'의 일부(혹은 강남좌파적인 성향을 가진 부류)였다고 생각한다.(이하 경향신문, 홍세화 등을 강남좌파로 편의상 쓰겠음)

(인상비평식으로 글이 흐를 우려가 있지만) 강남좌파들의 민족, 국가에 대한 모던한 '지식인'으로서의 본능적인 거부감은 민족국가, 국민국가가 그 주체인 국제정치를 보는 안목을 흐릿하게 만든다. 더구나 동북아 4강이 으르렁대는, 자칫하다가는 동북아의 발칸반도가 될 수도 있고, 거기에 북한이라는 상대를 파트너(또는 적)(으)로 두고 있는 우리의 대외, 안보, 대북상황에 대해 냉정하면서 동시에 '우리에게 이로운' 생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마치 자기들이 미국의 리버럴, 유럽의 신좌파인양 공자왈 맹자왈같은 소리를 하는게 전부다.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대포폰, 청목회 등등의 굴직한 문제들을 한순간에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북한의 이번 '연평도 도발'은, 지금 우리는 동북 아시아 중국의 한 귀퉁이에 일본과 러시아를 맞대고 북한과 찢어진 채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근근히 생존하는 '국민국가', '민족국가'라는 냉정한 국제정치적인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이건 가치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인식의 문제이다. 이런 상황은 가치관, 지식수준 등을 떠나서 한반도에서 먹고 사는 우리들의 현실이다.


우리가 북한을 남으로 여기고, 앞으로 각자 서로 상관말고 따로 살자고 선언한다고, 우리가 북과 대화를 끊고 마치 제3세계 독재국가 바라보듯이 비판하기만 한다고 해서 나아지는 상황은 전혀 없다. DJ, 노무현 10년 정권 동안 대북 리스크가 적절하게 관리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역설적으로 북한이 더 남으로 생각되고 서로 상관말고 살아도 괜찮을 것으로 여겨졌지만, 현실은 결국 그렇지 않았다.


강남좌파들은 북의 3대 세습에 대해 민주주의자, 진보주의자로서 혹독한 비판을 가했다. 거기다가 마치 그런 비판을 가하지 않으면 북의 3대 세습에 '적극' 찬성하는 우매한 민족주의자, 꾸질한 국가주의자, 쇼비니스트 바라보듯 하며 '새로운 진보'가 '수구 진보'를 비판하는 시늉을 냈다. 어라? 그런데 북의 3대 세습에 대한 비판이 있든 없든 국제정치현실은 그와 전혀 무관하게 돌아간다. 아니 거기다 국내에선 오히려 너무나도 당연한 '말도 안되는 북의 3대 세습' 따위를 가지고 편을 갈라서 아는거 총동원해서 쓰잘데없는 시비나 걸던 그들이 이제 그 관점을 이어나가서 북의 막가파식 행동을 냉전주의 우파들과 똑같이 까고 자빠지셨다. 북을 대화의 상대로 보고, 과한 압박을 가하지 말고 중국, 미국 등과 외교로 잘 풀어나가자는 평면적인 인식말고 다른 무언가를 내놓지도 못하면서 좀 더 신중하게 북을 바라보고, 지금의 우리 사회를 규정짓는 주요 인자를 '분단'으로 보고 소위 말하는 한국 사회의 모순점을 더욱 더 다각도로 고민하기보다, 그런 복잡하고 고리타분한 민족, 국가담론따위는 제껴두고 고아한 문화좌파놀이를 즐기는 강남좌파들(그들이 과거 무슨 투쟁을 했든지간에), 나는 그들이 그렇게 허세부릴 여유를 우리가 관용할만한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