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만 가지고는 안된다"

참 많이도 하는 말입니다. 거대 보수정당과 맞서는 야당에게는 언제나 "~~~가지고는 안된다"라는 말이 따라붙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사실 경험적으로 볼 때 맞는 말이죠. 김영삼은 스스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서 호랑이?가 되는 길을 택해서 대통령이 되었죠. 김대중은 김종필, 박태준과의 연합을 통해 IMF를 불러들인 정당의 후보에게 매우 힘겹게 이길 수 있었습니다. 노무현도 정몽준과 연합해서(비록 뒤통수 맞긴 했으나) 이길 수 있었습니다.

원래 "민주당만 가지고는 안된다"라는 말은 "민주당+중도보수"가 아니면 '이길 수 없다'는 말인데요. 즉 민주당 혹은 민주개혁세력에다가 중도보수적인 유권자들이 +a가 되어야 대선같은 큰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의미였죠.

그런데 최근들어 저 문장의 의미를 사용하는 쪽은 오히려 진보쪽입니다. 민주당만 가지고는 한나라당에 맞서서 이길 수 없으니 "야권연대"를 통해서, 즉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인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과 민주당이 힘을 합쳐야(혹은 합치면)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주장에 대한 근거는 별로 많지 않습니다.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진보로 생각하는 사람이 30% 나왔다", "참여정부 때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구민주당=170석이상이었다" 정도의 근거 이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야권연대"가 승리를 가져왔다기 보다는,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 후보의 개개인의 경쟁력이 워낙 뛰어났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지나치게 쏠린 권력을 이제 좀 빼야겠다는 국민적인 합의, 김대중과 노무현이 모두 세상을 떠났기에 민주정부 10년간의 실정과 민주당이 어느정도 차차 분리되기 시작한 것이 승리를 가져왔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완벽한 야권연대를 이뤘고, 거기에 '무능한' 민주당이 아닌 '미래가 창창하고 신선한' 국민참여당의 유시민이 가장 처참하게, 그것도 '경기도'에서 져버린 것을 보면, 야권연대도 큰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양념에 불과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념과 정책에서 '전혀' 차이를 보이지 않는 유시민도 흡수하지 못하는 민주당의 허약함, 정권을 막 잃고 분열과 통합의 과정을 겪은 민주당의 비실비실한 상태를 고려하면, 어쨌든 (다른 의미의) '현실적'인 뜻에서 야권연대는 필요합니다. 민주당을 바깥에서 흔드는 민노당, 진보신당, 유시민의 목소리를 무시할만큼 민주당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한나라당과 1:1로 맞서기 위해서 내부의 이런저런 소리를 정리할 필요가 있는 등,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야권내의 헤게모니를 완벽하게 쥐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야권연대를 통해 형식적으로라도 야권의 1인자가 되는 것이 필요하기는 합니다.


허나, "민주당만 가지고는 안된다"라는 주장이 "민주당을 우리(기타 정당들)가 대체하겠다"라고도 쓰이는 상황, "궁극적으로 민주당이 없어져야 한나라당도 정상화(?)되어서 우리 정당정치가 발전한다"는 의미로도 변용되어서 쓰이는 상황에서
우리는 "정말 그러한가?"라는 질문을 또...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저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당연히 그런 주장을 반대하고 우습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민주당이 존재하는데, 민주당과 이념과 정책에서 전혀 다르지 않은 새로운 정당을 만들려는 정치행위는 그 근거가 박약하고, 그런 정치는 역설적으로 민주당이 '존재'해야만 빛을 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생각을 전개했었는데, 이번에는 좀 다르게...생각을 해봅니다.

 

"민주당만으로는 안된다"라는 주장을 경험적으로 사용하는 것,
즉 "민주당+중도보수=집권"으로 사용하는 것 말고,
"민주당+진보=집권" 혹은 "민주당해체 and 민주당을 대체하는 새로운 진보야당=집권" 으로 위의 주장을 해석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은 한가지 가장 중요한 것을 빼놓고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합니다.

바로 한국정치의 절대적인 상수인 한나라당을 배제하고 한국정치구도, 정당정치를 생각합니다. 아니, 민주당이 깨지면 한나라당이 깨진다고 했지 않느냐, 한나라당을 배제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할 수 있지만, 그런 주장은 한나라당을 변수로 놓고 생각하는 것에 불과하죠. 이미 경험적으로 구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시, 탄핵이라는 극단적인 돌발변수가 있었음에도 한나라당은 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망했다는 한나라당의 의석수는 김대중 시절의 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의 의석수보다 훨씬 많았죠.

한나라당은 한국정치, 정당정치를 논함에 있어서 절대로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상수입니다. 남북관계를 생각할 때, 한미관계, 중미관계, 중일관계, 더 나아가 동북아4강의 관계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면 안되듯, 아무리 비한나라당, 즉 민주당, 민노당 등의 진보개혁야권을 두고 생각을 전개한다해도, 한나라당의 존재를 항상 염두하고 생각해야합니다.(민주당+중도보수 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한나라당을 소극적으로 지지하는 일부 중도보수를 빼오려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봐야겠죠)

 

정치는 현실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지금 우리 이웃, 부하직원, 상사, 친구 등등이 선거날에 투표장에 가서 한나라당, 민주당 등을 찍습니다. 선거날은 법정되어 있어서 별일이 없으면 정기적으로 계속해서 선거는 치러집니다. 다른 시공간이 존재해서, 그 시공간 속에서 민주당, 민노당 등이 뚝딱뚝딱 세력재편되고, 그것이 완성되어서 짠 하고 나타나서 한나라당과 맞붙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 속, 대한민국에서 한나라당은 계속 존재한 채 그 한나라당의 카운터파트로서의 야당이 격돌합니다. 이미 민주화가 되었고, IMF사태도 있었고, 민주정부 10년도 겪었으며,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도 겪었고, 그와중에 탄핵사태도 있었으며, 대연정 제안도 있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까지 하는와중에도,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계속 한나라당을 지지했습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민주당 등 야당의 세력이 어떻게 재편되든 일단 한나라당을 지지합니다.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한나라당 말고 다른 정당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한나라당과 그 지지층이 이토록 강고하고, 바로 그 한나라당과 그 지지층이 현실에 떡하니 있고, 우리와 한 공간에서 같은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데, 지지율 25~30%대의 정당, 손학규,한명숙,정동영,정세균 등의 지지율을 합치면 거의 30%가 되는 정당, 집권경험 10년을 가진 정당, 한국 야당의 전통을 지닌 정당을 깨자고요?

다시 말하지만, 우리 사회, 대한민국에는 야당지지자들만 살지 않고, 한나라당 지지자도 살고, 한나라당도 있고, 무당파들도 많습니다. 이와중에 정권을 빼앗긴 후의 후유증을 앓는(전세계 보편적인 현상이죠, 정권을 잃고 그 정당이 끙끙대는 모습은) 정당을 깨고, 부수고 다른 무언가를 또 만들고 하는 동안, 한나라당은 가만히 있을까요?

  통계표명 : 교육정도별 비정규직 분포 단위 : 천명,%  (http://www.index.go.kr/egams/stts/jsp/potal/stts/PO_STTS_SttsRefPop.jsp?idx_cd=2477&stts_cd=247703&clas_div=A&stts_kornm=교육정도별 비정규직 분포&idx_clas_cd=1)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합계 중졸이하 고졸 대졸이상 합계 중졸이하 고졸 대졸이상 합계 중졸이하 고졸 대졸이상 합계 중졸이하 고졸 대졸이상 합계 중졸이하 고졸 대졸이상 합계 중졸이하 고졸 대졸이상
임금근로자 14,968 2,676 6,535 5,758 15,351 2,677 6,582 6,092 15,882 2,666 6,659 6,557 16,104 2,552 6,602 6,950 16,479 2,639 6,603 7,237 17,048 2,668 6,807 7,572
비정규직 5,483 1,519 2,496 1,468 5,457 1,487 2,405 1,565 5,703 1,511 2,495 1,697 5,445 1,415 2,429 1,602 5,754 1,609 2,513 1,633 5,685 1,529 2,477 1,680
(비율) 36.6 56.8 38.2 25.5 35.5 55.5 36.5 25.7 35.9 56.7 37.5 25.9 33.8 55.4 36.8 23.0 34.9 61.0 38.1 22.6 33.3 57.3 36.4 22.2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자료입니다. 학력에 따른 정규직-비정규직 분포비율의 차이와 함께, 대졸이상의 고학력자의 비중이 가장 많은 상황...여기에 출산율 지표와 고령화 지표까지 추가하면, 아주 볼만하죠. 경쟁이 지나치게 심하고 경쟁 이후 패배자들은 진짜 패배자가 되어버리고, 나이 든 사람들은 넘쳐나고, 너무 경쟁이 심해서 애 낳고 기를 자신은 없어서 애들은 없고...



해야 할 일이 정말 산더미같이 많습니다. 저건 미시적으로 보면 어쨌든 국내문제이죠. 그런데 바깥으로 잠깐 눈을 돌리면, 중국은 떠오르고 있고, 일본은 어떻게든 소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러시아도 웅크리고 있으며, 미국도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쓰는데, 그 사이에 딱 우리나라가 껴있습니다. 남북이 나뉘어서...

정말 할 일이 많고, 선택과 집중이 정말로 필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라는 정당이 물렁물렁한 것 같으니까 깨버리자고요? 지금 컴퓨터 게임 하십니까? 힘을 모아서 민주당을 퍽 하고 깨버리면, 순식간에 민주당이 사라지고, 그 빈 공간에 새로운 멋진 정치세력이 들어서게 될까요? 민주당을 깨려는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온갖 '무의미'한 말싸움, 그야말로 오로지 '정치적'이기만 한 소모적인 언쟁, 글빨 날리는 진보논객이라는 자들의 인터넷 트래픽 잡아먹는 글싸움, 선거철이 되면 더 격화될 감정싸움 등...

이런 과정 속에서 현재 우리 사회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할 실질적인 대안과 정책이 나올까요? 구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과정,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당과정을 보면...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아 보이네요. 거기다가, 누누이 말해왔지만, 이념과 정책이 전혀 다르지 않은 정당들끼리 패권다툼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기에, '당연히' 노선과 정책을 두고 생산적인 논쟁이 벌어질 수 없죠.



아직도 민주당을 깨야만 합니까? 미국에서 유일한 전국정당은 공화당이라고 합니다. 부시가 그 난리를 쳤어도, 오바마가 비실비실하니까 바로 공화당이 압승하는게 미국의 현실입니다. 프레시안은 이를 두고 '(미국) 민주당의 한계"라면서 민주당의 중도성을 비판하던데요. 자, 미국의 민주당도 깨버려야 할까요? 태평양, 대서양 인근의 인구밀집된 중산층이 많은 지역이 아닌, 중부,남부에서는 힘을 거의 못쓰는 '지역'당이자 리버럴한 자본주의자들의 집단인 민주당을 깨고, 새로운 미국의 진보정당을 출현시켜야 미국의 정치가 바로서고, 그로인해 전 세계가 편안해질까요? 아니, 그 전에, 미국 민주당을 깨면 미국 공화당도 깨집니까?


어느정도 규모의 경제성장을 이루고 정치가 안정된 나라는 대부분 보수정당이 튼튼하게 정치,사회의 한 축을 이루고 있고, 그 반대편에 개혁과 진보를 외치는 정당이 존재합니다. 그 정당은 보수정당에 비해 항상 열세인게 대개의 경우입니다. 우리 사회가 순식간에 스웨덴처럼 사민주의가 대세가 되어서 꿈의 복지국가로 혁명적인 변화를 맞이하는 그런 극적인 변화를 '꿈'꾸는 사람이 아니라면, 현재의 우리 상황을 인정하고, 그로부터 무언가를 해보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친노, 반노, 정치적 친분관계, 배신, 기회주의자 처단, 영남에서 개혁정치인을 당선시켜야한다 등등...솔직히 이제 이런 것 가지고 정당을 새로 만들고 부수고...이런 것에 정치적 자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정말 안될일입니다. 그만좀하죠.



ps. 통계자료를 어떻게 올려야할지 모르겠네요-_-...멋부릴려고 올려봤는데 영 이상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