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등급제의 문제점은 선발의 결과와 과정을 혼동한데 있죠. 모든 문제의 근원은 선발의 결과에 따른 차이(즉 학벌)가 혹독한데서 발생하는건데, 그 결과의 엄혹함은 놔두고 선발 과정만 나이브하게 해놨으니, 학생들의 혼돈만 가중된거죠. 즉 수능 등급제는 지옥의 형태를 바꾼것에 불과합니다. 총점 차이에 따른 고통을 등급 차이에 따른 고통으로 바꾼것뿐이죠. 총점으로 대학을 가르던 등급으로 가르던,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초 피라미드식 학벌체제가 존속하는 이상, 당사자들의 고통은 언제나 똑같습니다.

변별력이 완전히 제로가 되지 않는 이상 어떻게든 선발 결과를 높이기 위한 과정상의 경쟁이 지속될수 밖에 없습니다. 점수제에서는 그에 걸맞는 경쟁, 등급제에서는 그에 걸맞는 경쟁, 정시에서는 정시 경쟁, 수시에서는 수시 경쟁.... 아마 제비뽑기로 대학을 보내도 그 과정에서 엄청난 경쟁이 발생할겁니다.

수능 등급제는 입시 방식을 기술적으로 교정한것 빼고는, 학벌주의 완화나 교육 정상화에 하등, 전혀, 네버 기여한게 없습니다. 제도 변화에 따른 고통을 더 추가시켰을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