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체벌금지로 말도 많고 사건도 많다. 체벌에 대한 찬반논란은 예전부터 있던거라 새롭지 않고 체벌금지로 말미암아 발생하게 될 일선 교육현장의 혼란도 모두가 예상했던 것이다. 그 혼란에 대처할만한 교육현장의 대안이 없다는 말도 예전부터 나왔고, 대안마련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익히 들어왔다. 그 대안으로 벌점제, 특별수업이수, 부모님 소환, 정학, 퇴학 등등이 논의됐고, 체벌찬성 혹은 선대안 후금지 측의 이런 대안들에 대한 재반박도 자주 나왔다. 주로 나온 재반박은 "어느 교장, 교사가 학생들이 말좀 안듣는다고 막바로 정학, 퇴학을 때리겠느냐, 학교,교장,교사도 평가의 대상인데 어느 교장,교사가 자기 학생들을 막 자르나? 자기 평점 깎이고 학교 평판 망가지는데" 이다. 그리고 "이미 벌점제는 시행되고 있는데 앞의 이유로 벌점제의 실효성이 없다", "부모님 소환할 정도인 애들은 대개 집에서도 내놓은 애들이 많아서 아무런 강제력이 없다" 등등의 재반박이 나왔다.

인권이라는 절대명제를 내세우며 체벌을 반대하는 체벌반대론자들의 주장과 교육현장과 막가는 아이들에 대한 훈육, 교화를 주장하는 현실론자들의 대결이다. 정해진 답은 없다.


행시폐지와 특채확대로 말이 많았다. 다변화된 사회를 리드하기에는 고시준비만 해서는 부족하기에 다양한 경험을 통해 능력을 쌓은 인재들을 채용하고, 고시출신들의 카르텔을 혁파하자는 취지에서 특채가 도입됐고, 행시를 폐지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공정성 논란이 나왔고, "과연 다양한 사회경험을 젊은 나이에 쌓을 수 있는 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집안 빽이 좋아서 어릴 때부터 해외도 보내주고, 각종 리더쉽 캠프도 보내주고, 스포츠 활동, 음악미술활동, 어학공부 등등을 받으며 "이 사회"가 원하는 다양한 경험을 어릴 때부터 차근차근 코스를 밟아나가면서 쌓을 수 있는 자제들은 누구의 자제들일까 하는 그런 의문말이다.

고시생하면 떠오르는 꽉 막히고 골방에 틀어박혀서 책만 보는 그런 이미지, 교과서만 달달 외우는 암기기계따위가 어떻게 이 다변화된 사회를 리들할 수 있겠나 하는 '우려'가 위의 다양한 사회경험을 쌓으며 비슷비슷한 아이들과 인적 교류를 통해서 리더그룹을 형성한 자제들 중에서 이 사회를 이끌 리더들을 뽑자는 그런 의도였을 것이다.


로스쿨도 마찬가지다. 각종 대학 로스쿨은 정원의 일정부분을 "우선선발"이라는 이름으로 도대체 알 수 없는 기준으로 학생들을 선발한다. 의전원 초창기, 제도가 정착되지 않았을 때 의대교수 자제들이 대거 입학했다는 미담이 전해졌는데, 로스쿨도 마찬가지 미담이 전해진다. 모 교수 아들이 이번에 자기 아버지의 학풍을 잇기 위해 그 대학 로스쿨에 진학했다는 fact가 아름답게 전해지고, 학생들은 "역시 교수 집안이라 어릴 때부터 준비된 법조인이지, 씨앗도 법조계의 씨앗, 환경도 법조환경, 누가 그를 이기랴"라고 생각한다. LEET도 높고, 토익도 거의 만점, 봉사활동도 열심히 했고, 학점도 좋고, 학벌도 좋은데, 앗 왜 나보다 하나도 스펙상 나은게 없어보이는 쟤는 우선선발되는것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은..."면접"인데, 고작 몇십분이 인생을 결정하는 이 긴박감...너무 떨릴 것이다. 얼마나 면접에서 썰을 잘 풀었으면 공식적인 레코드들의 뒤짐을 극복하고 당당히 '우선선발'되었을까. 그 긴박감을 이겨내고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능력일 것이다.

법전만 외울거같은 고시생들이 법조인이 되니 국제경쟁력(?)도 없고 자꾸 법조비리가 터지는 것일테니,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제도를 바꾸어야 할 것이다.


의전원 이야기는 여기서 많이 나왔으니 pass.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그런데 저게 아니다.

로스쿨이든, 행시폐지와 특채도입이든, 체벌금지든간에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사람들은 모두 선의를 가지고 이를 추진한다. 새로 도입하는 제도들이 많은 이 사회를 더 좋게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더 이롭게 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다.

어떤 제도든간에 각각의 제도들은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장점만 있는 제도 없고, 단점만 있는 제도 없다. 어떤 제도를 없애고 새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법이다. 따라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비웃지말고 경청하는게 옳다.

그러나 어떤 제도든간에 일단 그 제도가 도입된채로 상당기간 지속되었다면, 그 제도의 틀 안에서 자기 인생을 계획하고 그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제도의 틀 속에서 익숙해진채 그 제도에 맞게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 제도에 불합리한 점이 있더라도 그 제도 속에서 안정적으로 삶을 영위하는 사람이 상당수 존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도를 개선할 때에는 바로 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상당히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왜냐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함으로 인하여 얻게 될 이로운 점은 '가정적'인 반면, 구 제도가 없어짐으로 인하여 상실될 '구 제도 틀 안의 사람들'의 이익은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체벌금지로 인하여, 교육환경이 '선진화'되고, 학생과 교사가 더 '인간적'으로 마주보게 되고, 장기적으로 인권의식이 고양된 학생들이 사회로 나와서 이 사회를 좀 더 인권존중하는 사회로 만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은 '가정적'인 반면에, 당장 체벌금지로 인하여 교육현장의 혼란으로 인하여 현실적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교사와 막나가지 않는 학생들이다. "체벌 못한다메 때려봐 씨발년아"라고 한 학생이 교실에서 교사에게 쌍소리를 하게되면, 나머지 학생들은 교사를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 그 교사는 어떤 마음으로 다음 시간에 수업에 들어와야 할까? 흔한 말로 쪽팔리지 않을까? "내가 돈 받으니까 더럽지만 니들 앞에서 그냥 딱 50분 떠들다 갈테니...니들은 그냥 알아서 살아라"
교사가 저런 마음을 먹고 수업을 하면, 그로인해 저질 수업을 받게 되는 나머지 학생들과, 저런 수업을 하게 되는 교사들...뭐 때문에 저런 고통을 저들이 겪어야 하나? 미래의 밝은 내일을 위해?


어떤 제도든지 그 제도가 도입될 때 손해를 보고 이익을 얻는 집단이 각각 존재한다. 새로 도입하는 제도가 공익을 위한 제도이고, 다수를 위한 제도라도, 그 제도가 도입될 때 (만약 경제관련 제도라면) 힘 가진 집단이 극단적인 이익을 취하는 경우가 많고(소련 붕괴시를 상상해보자), 새 제도 도입과정에서의 혼란 속에서 손해를 보는 집단은 역시 힘 없고 약한 집단들이다.


이는 제도 개선에 신경을 많이 쓰는 진보주의자들이 항상 마음에 깊이 새기고 있어야 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진보주의자들에게는 이 점이 약간 부족한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