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할례와 북한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 것인가?>에 단 댓글에서 링크미님은 다음과 같이 쓰셨습니다:

여성할례가 왜 문화적 전통으로 자리잡았는지가 참 궁금합니다.
악습이나 구습이라고 하는 것들도, 보통은 그런 관습이 생겨난 나름의 사회문화적 필요나 요구에 의해서 유지되는데요, 여성할례는 참 그 기능을 잘 모르겠습니다.
남성할례는 위생의 개선이나, 성기능 개선이라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들이 있지만,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여성할례는 그 때문에 여아사망률이 매우 높다고 하죠.
억지로 생각해보면, 사망율을 높이고, 성을 억압함으로써 출산율을 감소시켜, 인구 억제 기능을 할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만일 인구억제가 주된 목적이라면, 피임법의 보급과 여성권리 신장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요.

제가 보기에는 링크미님은 기능론적 사회학(functionalism, 기능주의)의 오류에 빠지신 것 같습니다. 기능론적 사회학은 어떤 현상을 접할 때 항상 사회 전체를 위해 어떤 기능을 한다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무턱대고 기능 개념을 사용하는 경향은 볼테르의 『캉디드』에 나오는 팡글로스라는 인물이 우스꽝스럽게 보여줍니다. 그는 예컨대 인간의 코가 높은 것은 안경을 잘 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요. 리처드 르원틴과 스티븐 제이 굴드는 진화 심리학이 팡글로스처럼 무턱대고 기능 개념을 사용한다고 비판했는데 이것은 터무니 없습니다. 실제로 무턱대고 모든 것에 기능이 있다는 식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바로 기능론적 사회학자들입니다.

제 생각에는 사회가 주체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들의 욕망이 모두 한 곳을 가리킬 때를 제외하면 사회에 욕망이 있다고 보면 안 됩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사회 현상이 사회 전체를 위한 기능을 행한다고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여성 할례가 왜 생겼고 왜 지속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저도 정확히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몇 가지 추측해 볼 수는 있습니다.

여성 할례와 관련하여 남자(남편 또는 아버지)의 이해관계와 여자의 이해관계가 다릅니다. 질을 아예 봉합해 버리면 여자는 적어도 삽입 성교의 형태로 바람을 피울 수 없습니다. 또한 처녀성을 지킬 수 있습니다. 질투하는 남편의 입장에서는 여자가 그런 식으로 바람을 피울 수 없으면 좋겠지요. (확실한 기억은 아니지만) 장기간 아내를 떠날 때 질을 봉합하는 문화권이 있다는 얘기를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딸을 재산으로 생각하는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처녀성을 지키는 것이 재산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지요.

음핵(클리토리스)를 잘라 버리면 여자의 성욕이 줄어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이 사실인지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여성 할례가 행해지는 문화권에서는 널리 믿는 것 같습니다. 질투하는 남편과 딸을 재산으로 생각하는 아버지는 음핵을 잘라버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믿겠지요.

물론 여자의 입장에서는 여성 할례가 이득이 될 것이 별로 없습니다. 아프고, 죽을 수도 있고, 할례를 무사히 마쳤더라도 생식기가 손상된 상태로 살아야 하니까요. 음핵도 주요 성감대 중 하나인데 그것을 잃게 되며, 질이 봉합된 경우에는 삽입 성교가 불가능하지요. 따라서 여자의 지위가 남자보다 상대적으로 매우 낮아서 여자가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어려운 문화권에서 상대적으로 여성 할례가 만연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잘 정리된 통계를 본 적은 없지만 아마 그럴 것 같습니다.

여성 할례가 지속되는 데에는 이해관계의 충돌 말고 다른 요인도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문화권의 규범을 대체로 따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진화한 특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 생각하는 대로 묻어가는 사람은 친구 사귀기도, 결혼하기도 상대적으로 쉬워서 더 잘 번식했을 것입니다. 반면 자기 신념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은 최악의 경우 부족에서 쫓겨났을 것입니다. 독뿔장군은 대체로 번식의 측면에서 손해를 봅니다.

자신의 문화권의 규범과 믿음을 대체로 받아들이는 인간의 습성 때문에 일단 어떤 관습이나 미신이 정착하게 되면 뿌리뽑기가 매우 힘든 것 같습니다. 이것이 종교와 미신이 엄청나게 황당한 경우에도 지속되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려는 인간의 특성은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에 진화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남들 하는 대로 대체로 묻어가는 인간의 특성도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에 진화했을 것입니다. 위에서 제시한 제 설명이 맞다면 여성 할례는 이런 인간의 특성이 만들어낸 부산물(by-product)입니다. 그 자체가 사회 전체를 위해 어떤 좋은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