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사회 게시판
나는 “genetic”을 “유전적”이 아니라 “유전자적” 또는 “유전자”로 번역하기로 했다. 마찬가지로 “genetically”를 “유전적으로”가 아니라 “유전자적으로” 또는 “유전자로”로 번역할 것이다.
따라서 “genetic determinism”을 “유전적 결정론”이라고 번역하지 않고 “유전자 결정론” 또는 “유전자적 결정론”으로 번역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genetically determined”을 “유전적으로 결정된”이 아니라 “유전자로 결정된” 또는 “유전자적으로 결정된”으로 번역할 것이다.
그냥 “유전적”으로 번역하면 될 것을 왜 번거롭게 “자”를 추가하여 “유전자적”이라고 번역하려고 하는지 궁금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에게는 나름대로 그럴 듯한 이유가 있다.
한국에서 “gene”은 “유전자”로 번역된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는 불행한 일이다. 왜냐하면 “inheritance”가 “유전”으로 번역되기 때문이다. “inheritance”와 “gene”이 서로 매우 다르게 생긴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어에서는 “유전”과 “유전자”로 서로 매우 비슷하게 번역되고 있다. 그리고 진화 생물학에서 “inheritance”와 “gene”은 엄연히 서로 구분되는 개념이다. 모든 “inheritance”가 “gene”을 통해 일어나지는 않는다. “gene”이 “inheritance”의 전부는 아닌 것이다.
발달 체계 이론(developmental systems theory, DST)은 지금까지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비유전자 유전(non-genetic inheritance)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는 DST에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gene이 inheritance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명제는 백 번 옳다고 생각한다.
DST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상세한 소개로는 다음을 참조하라:
http://en.wikipedia.org/wiki/Developmental_systems_theory
『Cycles of Contingency: Developmental Systems and Evolution』, Susan Oyama, Paul E. Griffiths, and Russell D. Gray 편집
“genetic”을 그냥 “유전적”이라고 번역하면 “inherited”의 번역어로 오해 받을 수 있다. 또한 “hereditary”나 “heritable”의 번역어로 오해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번거롭지만 “genetic”을 “유전자적”이라고 번역하려는 것이다. 영어에서는 어근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혼동될 일이 없다. 한국어에서는 같은 어근으로 번역하기 때문에 혼동의 여지가 많다. “자”를 추가해서 조금이라도 혼동을 줄이고 싶다.
적극 동감입니다. 제가 80년대 전두환 정권이 한순간 혹해서 기형적으로 만든 유전공학과 출신입니다만,
이 나라의 쓰레기 번역들 정말 넘쳐났던것으로 기억합니다. 요즘 대학가는 좀 덜할련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학교다닐때만 해도, 소위 교수라고 하는 자들이 자기들이 수업에 사용하는 전공서적을 번역해서 팔아먹는 경우가 있는데, (물론 교수들이 직접 번역했을리는 만무하지만, 적어도 감수라도 해야하는데도.) 이런 경우에도 어떻게 이렇게 번역을 해서 팔아먹을 수 있지 하면서, 한글 책은 도저히 볼수가 없어, 다시 원서를 구매해서 공부해야 했던적이 한두번이 아닌지라서, 정말 공감이 많이 갑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생명체의 형질 유전(inheritance)은 유전자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모계에 의해 물려받는 체세포 내용물에 의한 형질유전이 그것인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부계의 DNA게놈 전달 보다, 모계의 DNA 게놈 조성, 그리고 핵을 둘러싸고 있는 모계의 세포질에 의한 상호작용이 다음 세대의 형질을 결정하는데 좀다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씨보다는 밭이 ^^;)
뭐 전산쪽도 무리한 번역을 하다보면 도찐 개찐이기는 합니다만, 정말 말이 안되는 번역은 그만 했으면합니다. 저도 IT쪽 서적 번역에 몇번 참여한적이 있는데, 이쪽도 우리말에는 해당 단어의 뉘앙스나 개념을 딱히 전달할 대치단어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그냥 해당 영어단어를 써서 번역을 해서 준적이 있는데 해당 출판사 담당자가 책이 팔릴려면 영어가 지문에 있으면 안된다고 하면서 굳이 무엇으로든 바꾸라고 해서 몇번 언쟁을 한적이 많습니다., 뭐 출판쪽의 문제이기도 합니다만, 소비자들도 문제일 수도 있구요. 뭐, 꼭 이런식으로 억지로 번역을 했으면 책 뒤편에 번역 '용어집'이라도 집어넣는 것을 제도화 시키기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ㅁ
developmental systems theory 을 '발달 체계 이론' 이라고 번역하셨는데, 조금 어색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학부때, 생물학쪽에서 쓰는 develoment라는 용어를 국어의 어떤 것으로 번역하는 것이 좋은지 고민한적이 많은데요.단세포가 분화하면서 뼈나 장기, 조직 등등의 특성으로 분화되는 매우 드라마틱한 일련의 과정을 말하는 ' developmental systems'을 단순하게 사전적으로 '발전 체계' 정도로 해석하면 전공했던 사람으로써 많이 허전한 번역이라고 생각되며, 특히, 이덕하 선생님처럼 '발달 체계 이론(developmental systems theory, DST)' 이런 식으로 영어 전문용어를 써주시지 않으면, 문맥상 정확한 뜻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저보고 그럼 어떤것이 더 좋겠냐라고 말하신다면 '발전'보다는 발생이나 발현 또는 분화 라는 단어가 좀더 해당 용어에 가까운 우리말 학술용어가 될것 같습니다. 음 '발현'은 gene expression같은 expression 을 번역하는데 주로쓰이고, '분화' 역시 specialization이나 differentiation 같은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번역어가 있으니, 아무래도 굳이 번역하라고 하면 '발생 체계 이론(DST)' 정도가 좀 더 어울리지 않을까요? 뭐 developmental genetics를 발생 유전학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그쪽 도메인에서 이미 쓰이고 있으니까요. 정말 번역은 어렵습니다. 차라리 그냥 원어로 이해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지요.
정치/사회게시판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