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정권교체를 원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다. 지난 지방선거와 민주당 전당대회를 봐도 국민들의 의사는 명확하다. 모든 포커스는 '미래' 와 '정권교체 가능성'에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단서가 붙어있다. 바로 구 여권 핵심세력은 믿지 못하겠다는 것.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그동안의 불모지였던 강원,충청에서 도지사를 배출했고, 경남에서는 야권단일후보가 한나라당을 무너뜨렸다. 수도권에서는 민주당이 지금까지 단 한번도 차지하지 못했던 인천시장을 획득했다. 강원의 이광재, 충남의 안희정, 경남의 김두관, 인천의 송영길이 그 주인공들이다.

그러나 민주당 후보들 중에 시민단체와 비민주 야4당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한명숙은 서울시장을 놓쳤다. 구청장, 시의원은 압도적으로 이겨놓고 정작 시장선거에서 져버리면서 김빠지게 됐다. 오세훈만 더 성숙해지는 계기를 만들어버렸다.

유시민은 김문수와 문자 그대로의 1:1 구도 속에서도 아주 넉넉하게 패배했다. 심상정이라는 진보정당의 대표적인 전도유망한 정치인의 눈물의 사퇴를 받아내고도 무기력하게 졌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경기도도 '도지사만' 졌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이변 아닌 이변이 일어났다. 정세균 체제 하에서도 실질적인 당의 실력자라는 평가를 받던 손학규가 당선됐지만, 그는 한나라당 출신의 '이방인'의 꼬리표를 떼지 못했었기 때문에 이변은 이변이었다. 민주당의 정통성을 지켜온 정세균, 정동영은 굴러온 돌에게 제대로 한방 먹은 셈이다.



손학규, 안희정, 송영길, 이광재, 김두관과 한명숙, 유시민, 정동영, 정세균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전자의 정치인들은 참여정부 시절, 정부의 핵심에 있지 않았다. 손학규는 한나라당 출신 경기도지사였고, 안희정은 감옥에 있었으며, 송영길은 열린우리당 386 대표주자에 불과한 유망주에 불과했고, 김두관은 매우 짧은 행자부 장관을 했을뿐이다. 이광재야 삼성에 붙어서 참여정부의 친삼성행보를 이끈 삼성맨이지만, 그 역시도 참여정부 내내 검찰조사받고 그러느라 책임자적인 위치에 있지 못했다.

그러나 한명숙은 총리였고, 정동영은 실질적인 참여정부의 2인자로서 통일부장관을 역임했으며, 정세균도 열린우리당의 당의장을 오래했으며 산업자원부장관까지 맡았다. 유시민도 열린우리당에서 비주류로서 독설만 하다가 갑자기 보건복지부라는 꿀부처의 수장이 되어서 정치적으로 성장했다. 유시민은 지금도 유시민'원장'(참여당 연구원장)이라 불리는 것보다 유시민 전 장관이라고 더 많이 불리는 것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국민들은 지난 대선 때 참여정부를 완전하게 심판했고, 더 나아가 이후 총선에서 그것을 확실하게 메조지했다. 국민들의 뜻은 참여정부는 어찌되었든 '실패'했다는 것이다. 더이상 참여정부의 주축 세력들에게 신뢰를 보내지 않을 것이며, 그 반대 세력에게 기회와 힘을 몰아주겠다는 의지를 지난 대선과 총선때 확실하게 보여줬다.

그런 국민들이 MB정부에 대해 총체적으로 실망하면서 재보궐선거를 시작으로 점점 야권에 기회를 주기 시작했고, 지난 지방선거때 변심의 의사표시를 확실히 했다. 그리고 민주당 전당대회도 그러한 민심을 그대로 수용했다.

국민들의 뜻은 확고하다. "정권교체는 필요하고 정권교체를 원한다, 그러나 참여정부 핵심세력들은 믿지 않겠다, 미래의 차세대 지도자들과 참여정부때 바깥에 있던 새로운 지도자에게 더 기회를 주겠다"


이 기회는 진보정당들에게도 열려있다. 야권연대를 통해 민노당도 울산을 벗어나서 수도권에서 미약하지만 독자적인 행정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계속될 야권연대의 과정에서 최대한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이 기회를 살려내어야 한다. 당장의 집권은 당연히 어렵지만, 국민들이 조금씩이나마 기회를 주는 이 시점은 진보정당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런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이런 때에 종북타령이나 하면서 드러나는 실질적인 차이를 가져오지도 못하고 수사와 구호만 가득한 '글싸움'으로 허송세월하면 그 기회를 잡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