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장 사이트 아크로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드리는 제언


 며칠 간의 숙고 끝에, 2기 운영진에 참여하는 것은 제가 처한 상황상 무리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독일에서 법학 박사과정에 있는데,  제가 계획한 시한 내에 논문을 완성하려면 내년부터는, 아니 현 시점에서부터는  온 하루를, 그리고 매일 같이 논문 공부, 논문 쓰기에만 집중해도 시간이 모자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크로는 제가 창립 단계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한 싸이트이고, 적지 않은 저의 노력과 관심이 투영된 곳입니다. 그런 아크로에서 제가 운영진으로 계속 일하게 되는 것은, 현 단계에서는 논문 공부에 집중해야 할 노력과 열정이  분산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크로의 운영에 참여함으로써 제 일상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은 저에게는 제 논문작업에 작지 않은 장애물로 작용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부득이 하게 이번 2기 운영진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운영진을 그만두는 마당에, 1 3개월동안 아크로를 지켜보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운영상의 문제점들과 현실적인 한계들, 그리고 가능성들을 차기 운영진들, 나아가 아크로 회원들 모두와 공유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차기 운영진들께서는 저의 견해를 앞으로의 아크로 운영에 참고하시여, 1기 운영진이 경험한 시행착오를 피하고, 참신한 기획과 아이디어로 좀 더 아크로를 질적으로 향상된 공론장 사이트로 만드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운영에 관련된 모든 제반 사항들 ,문제점들, 개선에 관한 제안들, 아이디어들을 열거 해보기로 하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이라고 생각되는 것부터 먼저 언급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단락의 번호는 사안의 중요도와 대응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1.

1.     현 단계에서는 3~5인의 운영진을 기반으로 대표 운영자를 선출하는 것이 적절하다. 운영진 간에는 민활하고 순발력 있는 의사소통을 위한 핫라인(메일링 리스트, 구글톡 등 실시간 메신져 서비스의 활용)채널이 반드시 확립되어야 하고, 운영진 각자의 일상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급적 자주, 적어도 2,3주에 한 번은 모든 운영진이 참석하는 운영진 회의가 열려야 한다.

 

*설명

 

1기 운영진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운영자가 운영의 방향성에 대한 비전이 없이, 즉 운영의 구심점을 잡아주지 못한 상태에서 운영진만 계속적으로 위촉한 나머지,  운영진간의 의사소통에 혼선이 일어났고, 그 혼선이 결국 운영진 내부의 불신과 불화로 이어진데 있습니다. 그동안 위촉된 운영진만 해도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크레테님(사회자팀), 피노키오님(사회자팀), 메타님(윤리 위원회), 바람계곡님(윤리 위원회), 피켓님(윤리 위원회 위원장), 피타고라스님(불확실, 활동 사항 없음), 캡콜드님(불확실, 활동사항 미미), 미투라고라님(사회자팀), 가리사니님(사회자팀? 홍보팀?), 보나피더님(다면적 활동), 행인님(기술팀), 백수광부님(사회자팀?), 비고님(사회자팀, 다면적 활동), 미누에 622(사회자팀), 오마담님(윤리 위원회, 기술팀), 코지토님 (사회자팀, 활동사항 미미), 시도님(디자인 담당), 앤써니님(디자인 담당) 사회자팀으로 활동했던 저와 운영자이신 링크미님을 포함하면 무려 20 (!) 에 육박합니다. 이 중에 어떤 분들은 아예 운영진로서 활동하신 적이 한 번도 없고, 또 이중 적지 않은 분들이 운영진간 의사소통의 부재와 상호 오해로 인해 상처를 안고 서로 비난하며 아크로를 떠났습니다. 이렇게 많은 운영진이 위촉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운영에 관해서 불협화음과 반목, 대립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요?

 

제가 보기에 이 문제를 초래한 근본 원인은 이렇게 많은 운영진이 운영자를 통해 위촉이 되었어도, 운영진 간에 운영에 관한 어떤 공통의 비전도 공유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운영에 관한 공유된 비전이 없었으니, 서로간의 팀웍을 다질 이유와 동기도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렇다보니 운영진으로서 자기에게 부여받은 권한과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모르고, 또 그걸 누구에게 문의해 봐야 하는지도 불분명 했습니다.  이렇게 모래알들처럼 각자 있다보니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운영진 간의 의견 대립이 자주 생겼는데, 그 대립을 조정하고 조율해야할 운영의 핵심 주체의 역량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 결과 운영진간의 갈등만 증폭되고 그러다가 결국 하나둘씩 아크로를 떠나고 마는 불행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여기서 얻은 뼈아픈 교훈이 있다면, 적어도 운영진 내부에서 운영의 기본방침에 대한 공유된 비전이 없이는, 사이트의 정상적인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운영의 기본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서 지나치게 많은 운영진의 난립은 비효율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개선되어야 할 최우선적인 사항은, 운영진 간에 운영의 기본방침과 앞으로 이끌어갈 방향에 대한 공유된 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의 운영진들 간에 밀접한 의사소통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비교적 소수의 운영진들간의 협의를 통해 얻어진, 공유된 비전을 바탕으로 대표 운영자를 뽑고, 그럼으로서 운영에 관한 실질적인 이니셔티브를 확보 하는 것이 무엇보다 현 시점에서 요구된다고 봅니다. 만약 아크로가 최소한 이 정도의 운영 시스템만 갖출 수 있다면, 아크로가 외형적, 내실적으로 창창하게 발전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지라도,  기본적으로 아크로라는 소규모의 토론 사이트를 운영하는데는 별다른 큰 문제점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이 정도의 최소 운영 시스템이 갖추어 지지 않는다면, 아크로는 여전히 지금처럼 모래알로 만든 집의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2.


2.     운영진은 주기적으로 (예컨대 1년이나 2년 단위로) 선출을 하되, 대표 운영자에 단수 후보만이 존재할 경우 대표 운영자 1인을 포함한 운영진 을 선임하고 난 후, 아크로 회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여론 조사를 통해 사후 추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설명.

 

저는 아크로가 민주적인 절차를 통하여 투명하게 운영되기를 바랍니다. 여기서 의미하는 민주적인 절차는 아크로가 특정 개인이나 그룹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아크로 운영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사항은 아크로 회원 전체의 의사를 반영하여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아크로의 운영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사항들, 예컨대 운영진 선출, 사이트 유지비 확보 등 재정조달 방안, 아크로 회원의 의사표현의 자유 및 남용된 의사표현으로 인해 침해받을 여지가 있는 토론자로서의 인격권의 보호에 본질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아크로 윤리 규칙의 개정과 폐지 등이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크로의 운영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 다수 회원들이 무관심한 현 상황을 고려해 보면, 이러한 민주적인 절차를 아크로 내부에서 실시하는 것을 당장 기대하기 힘들고, 결국 소수 운영진의 이니셔티브를 통해 운영진의 결정 사항을 전체 회원들이 사후적으로 추인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할 수 있을 때에야 운영진의 결정 사항에 정당성과 권위가 부여될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현 시점에서 전체 회원을 통한 여론 조사 혹은 아크로 전체 회의라는 형식을 통해 아크로 전체 회원의 의사를 물어야 할 사항은,

 

가.  대표 운영자를 포함한 운영진의 추인

나.  아크로의 서버 유지 비용 등 재정 사항에 대한 결정의 추인

다.  윤리 규칙 조항의 제정과 폐지 등, 아크로 회원들이 아크로에서 누려야 하는 토론자로서의 기본권, 즉 의사표시의 자유에 대한 권리와 토론자로서의 인격권에 본질적으로 관련된 사안에 대한 추인

 

등이 있습니다.         

 

이상 제가 여기서 언급한 이 두 가지 기본적인 사항들은 현 시점에서 반드시 관철되어야 하는 사항들입니다.  요약해 보면 이 두 가지 필수 사항은 다음의 4단계의 절차를 거쳐서 실현될 수 있습니다. , 첫째, 3~5인에서 구성된 운영진을 구성하고, 둘째, 그 운영진 간에서 의사소통 채널을 확립하고, 셋째, 운영진 회의를 통해서 대표  운영자를 선임하고, 넷째, 운영진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전체 여론 조사를 통해서 추인 받는 것. 만약 이 절차가 끝나게 되면 아크로 운영에 필요한 기본적인 동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현재 2기 운영진 참여 의사를 보나피더, 오마담, 백수광부, 그리고 코블렌츠님 네 분이 밝혀 주셨으니 운영에 관한 인적 자원은 이 정도면 갖춰진 셈입니다. 1)은 완료된 셈이지요. 2) ,3), 4) 과정을 진행시키는 것이 지금 해야할 일입니다.

 

다음은 제가 윤리 위원회의 활동,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해오던 사회자팀의 활동, 그리고 사회자팀의 활동에 대한 여러 구상들에 관하여  간단히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견해이니만큼 신임 운영진들은 참고로 활용하시면 됩니다.


3. 

3.     현재의 윤리규칙을 다른 사람들이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보다 일상적이고 평이한 서술 방식으로 다듬어야 한다.

 

아크로를 다른 공론장과 구별짓는 가장 큰 특징은 대표 운영자 밑에 독립성을 지닌 윤리 위원회와 사회자팀이 있어서 한 편으로는 토론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범적인 규칙의 적용을 통해 토론의 기본적인 질을 유지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다양한 방식으로 토론을 고무하고 자극함을 통해서 토론의 수준을 질적으로 끌어올리도록 하는데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두 가지 기능은, 현재 사실상 거의 정지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윤리 규칙의 존재조차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던 담벼락 문제를 제외 하고서라도,  윤리 규칙을 시행하는 동안 윤리 위원회, 혹은 사회자팀간의 권한과 재량 범위의 혼선, 규칙 적용의 비일관성, 윤리 규칙에 관한 내부적인 세부 적용 기준의 부재로 인해 윤리 규칙을 적용할 때마다 운영진 내 외부에서 적지않은 반발과 혼란을 가져왔습니다.  윤리규칙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이러한 부작용과 혼란, 그리고 반발을 최소화하려면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무엇보다도 윤리 위원회의 권위가 확립되고 규칙 적용을 합리적이고 일관적으로 시행하여 규칙 적용에 대한 반발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윤리 위원회가 새로 구성되더라도 그 사안을 사후적으로 전체 찬반 투표를 통해 확정해서, 윤리 위원회의 감독 기능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것이 한가지 방법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제가 제안하는 것은,

 

가.  지금 상태의 윤리 규칙이 보다  직관적이고 쉬운 언어를 사용하여  더 간단하게 다듬어 져야 하며,

나.  윤리 규칙 위반에 벌점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것입니다.  운영진 게시판에 공지되어 있는 윤리 규칙과 윤리 위원회의 절차는 윤리 위원장님이셨던 피켓님이 정성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윤리 규칙은 마치 실정법의 일부 조항처럼 구성되어 있어서, 즉 법률 언어의 딱딱함을 가지고 있고 지시 사항이 복잡하여 일반 회원들이 그 윤리 규칙을 읽고 이해하기에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한 편 아크로의 윤리 규칙이 형법상의 모욕죄 등 실정법 규정을 직접적으로 준거할 필연성은 사실 없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어떤 실익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기술 방식보다는 규칙 자체의 언어를 사람들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로만 가다듬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예컨대,  현재의 윤리 규칙 1조는, <다음 표현은 즉시 삭제될 수 있으며, 중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 라고 하고 그 예로서 <형법상 모욕죄, 명예 훼손죄, 협박죄, 음란죄에 해당하는 표현> 이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형법전의 규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사실 법을 전공하지 않은 다른 운영진의 입장에서도 이런 규정은 아크로 같은 토론 윤리가 문제시되는 곳에서는 선뜻 적용하기 어려운 규정이라고 봅니다. 그러니 이런 조항을 보다 일상적인 언어로 ,

예컨대

<토론 중 욕설 등 심한 인신공격적인 표현, 강한 성적 수치감을 유발하는 표현, 과도하게 경멸적인 표현을 써서 토론 상대방을 모욕하거나 토론자의 인격권을 현저하게 침해하는 토론자는 운영진에 의해서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라는 정도로 바꾸어 표현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그리고 제재의 방법으로는 윤리 규칙에 어긋나는 표현에 대해서는 윤리 규칙에 명시된 운영진 재량으로 블라인드 처리 등등의 적절한 방법을 취하되, 그와 병행하여 토론 규칙을 위반 했을 경우 해당 위반자에게 별도의 벌점을 부과하는 것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숨쉬는 바람이라는 사람이 토론 규칙을 위반했다는 판단을 내리면 윤리 위원회는 해당 표현에 대한 블라인드 처리와 함께 벌점 5점을 부여하고, 벌점이 누적되면 자동적으로 그에 상응하는 제재를 취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쌓인 벌점은 더 강력한 제재를 발동시키는 근거가 됩니다. 예컨대 벌점이 30점 이상인 경우 일주일 간 아크로 접속 차단, 만약 차단 해제 이후에도 곧바로 반복적으로 토론 규칙을 위반시 한달 간 접속 차단, 반복해서 발생시 영구 강퇴..이런 식으로 가는 것입니다.

벌점을 도입하게 됨으로서 얻는 효과는 제재적 성격이 강한 토론규칙에 대한 적용을 보다 기계적으로 함으로서, 운영진의 입장에서는 윤리 규칙 적용에 관한 부담을 덜 수 있고, (경청하는 사람이나 말러리안 건의 경우처럼, 영구 강퇴 같은 강한 제재 조치를 취할 때 윤리 위원회가 써야 했던 긴 [판결문] 을 작성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습니다.) 일반 회원의 입장에서는 벌점 제도 도입을 통해서 아크로 윤리 규칙의 존재를 보다 명확하게 환기 받을 수 있고, 윤리 규칙에 저촉되는 행위가 어떤 것들인지를 나름대로 예상해 볼 수 있다는 점, 윤리 규칙의 각각의 제재의 경중을 (점수 제도를 통하여) 직관적으로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벌점 제도에 대한 예시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벌점 100영구 강퇴

벌점 30한 달간 아크로 접속 차단

벌점 20일주일간 아크로 접속 차단

벌점 10삼일간 아크로 접속 차단

*벌점 부여의 예

벌점으로 인한 아크로 접속 차단 후 동일한 행위 반복 벌점 20

타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악의적인 정보 공개 -  벌점 10

고소 등 법률적인 강제력의 호소를 통하여 아크로 혹은 아크로 회원을 위협하는 행위 - 벌점 10

욕설 등 심한 인신 공격적인 표현 벌점 5.

노골적인 지역비하적, 지역 차별적인 발언 벌점 5

강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표현 벌점 5

도배 벌점 5

과도한 조롱, 과도하게 경멸적이거나 타인을 기만하기 위한 표현,  벌점 3 

오로지 토론 상대방을 모욕하기 위한 의도로 사용된 기타 악의적인 표현 벌점 1

 

4.      4. 사회자팀의 활동에 대하여

 

제가 주로 활동한 분야이기는 하지만 앞에서 언급된 사안들에 비해서는 그 비중이 크지 않은 분야입니다. 왜냐하면 사회자팀의 일차적인 목적은 토론을 고무/장려하고, 또 토론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고안하는데 있기 때문입니니다.  그러나 아크로가 외형적, 내실적으로 더 큰 사이트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자팀의 활약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런 사회자팀이 성공하려면 다른 운영진들과 일반 회원들이 사회자팀이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호응하고 지원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사회자팀이 활성화되고 사회자팀 활동을 통해 토론의 여러 다양한 영역들이 아크로에서 재현될 수 있을 때, 아크로는 명실공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토론 사이트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1)    사회자팀이 지금까지 해왔던 일

 

가.  카테고리 분류, 게시판 성격 부여, 게시판간 관계 설정

 

메인 게시판과 자유 게시판의 카테고리를 구성하고, 회원이 기고하는 글들을 카테고리의 성격에 맞게 재정리 하는 일, 그리고 자유 게시판 (혹은 담벼락)에 있던 글들을 메인 게시판으로 옮겨 옮으로서 메인 게시판/ 자유 게시판에 성격을 부여하는 일이 사실상 사회자팀에서 맡았던 기본 업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게시판들의 성격과 상호 관계의 설정은 2기 운영진에서 다시 판단해서 개선하실 수 있는 사항이라고 봅니다만, 저 같은 경우에는, 자유 게시판에서는 가급적 가볍고 일상적인 글들을 배치하고, 메인 게시판에서는 보다 진지하고 논증의 성격을 갖춘 글, 짧더라도 다자간의 토론을 촉발했던 글들을 배치 했습니다.

 

나.  트랙백을 통해 서로 내용적으로 연관된 글들을 연결하기

   제로보드 시스템은 기고글에 대한 따름 댓글들의 형태로 밖에는 토론이 이루어질 수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기고글이 묻히게 되면, 그 주제에 대한 토론이 오랜 기간동안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없고, 연관된 주제에 대해 시간 간격을 두고 복수의 기고자가 존재한다고 해도, 그 글들을 연관지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트랙백 연결은 바로 이런 제로보드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 줍니다. 트랙백 기능을 활용하여 비슷한 주제에 대해서 시간 간격을 두고 계시된 글을 일목 요연하게 묶어 주는 것은 사회자팀이 수행하는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입니다. 

 

2)    사회자팀으로서 하고 싶었던 일

 

가.  중장기 토론 포맷의 도입, 활성화

 

삶과 죽음, 종교의 의미, 인간의 자유와 평등, 정치적/경제적/사회적인 정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대안, 우리 사회의 각종 구조적인 모순에 대한 진지한 성찰, 주류 문화 비판과 대안 문화에 대한 성찰 등등.. 시류를 타지 않고 내구성 있는 큰 주제, 한 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이라면 실존적으로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이고 철학적이고 동시에 사회적인 문제들이 아크로라는 공론장으로 끄집어 내어 져서, 공론장의 빛 속에서 지속적으로 끈질기게 토의될 때만이, 아크로라는 토론 사이트가 내적인 정당성과 위엄을 스스로 획득할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러한 토론은 결국 우리가 특정 주제에 관하여 오래도록 끈질기게 파고들 때에만 가능한 것입니다.  이런 중장기 토론을 어떻게 유발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비단 제가 도입한 포맷이 실패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또 시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중장기 토론 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장기 토론에 대한 운영진간의 비전 공유가 필요하며, 공동의 노력을 통해 중장기 토론 주제를 하나의 화두로서 널리 촉발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중장기 토론을 활성화 하기 위해서 고려했던 방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l  중장기 토론 주제로 회원들, 외부 파워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개별적으로 원고를 청탁하기(<특별기고>라는 카테고리가 이 목적으로 고안되었습니다.)

l  중장기 토론을 주제로 정기 온라인 토론회 열기

 

나.  밸런스 유지: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지닌 독자/기고층의 유입.

 

저는 아크로가 단순히 특정한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현실 정치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로 자리매김 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그렇게 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아크로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저는 서프를 잘 모르지만, 아크로의 외형이 서프만큼 커진다고 해도, (서프가 그런 곳이라는 전제 하에) 서프처럼 정치적인 견해의 다양성이 없이 현실 정치판에 관해 비슷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고만고만한 폐쇄적인 논리와 상대방에 대한 비아냥만 양산하는 곳이 된다면, 이는 공론장의 발전이 아니라 후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제 말은, 현실 정치판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정치 이야기가 현실 정치판의 차원을 넘어서 더 깊고 근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 져야 하며,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 이야기 뿐만 아니라 훨씬 더 많은 다양한 주제에 관한 이야기들이 참신한 시각에서 나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크로를 특정 현실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인 정치 만담장 으로 파악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아크로라는 공론 사이트를 자기 폐쇄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것에 다름 아니며, 이것은 결국 장기적으로 아크로를 고사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 것입니다. 아크로에서는 정치적인 다양성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를 위해서는 골수 한나라당 지지자에서부터 골수 민노당, 진보 신당 지지자, 나아가 무정부주의적 회의주의자, 급진 페미니스트들, 급진 생태 좌파 등등..일정한 정치적 스펙트럼의 극단을 달리는 사람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이거 불가능한 이야기일까요?

 

아크로의 현 상태로만 보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저는 2퍼센트의 가능성은 있다고 보는데, 그 이 퍼센트란, 아크로가 규모는 작지만, 정치적으로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의 균형과 밸런스가 이루어져서, 감정적인 발설이 아닌, 나름의 논리 싸움이 일어나는 곳이라는 인상을 독자층에게 줄 때에 열린다고 봅니다. 저는 스켑렙이 과거에 가졌던 장점이 바로 이 밸런스라고 봅니다. 운영자를 포함한 주요 논객들이 독단화, 교조화되면서 이 밸런스가 무너져 버렸지만, 스캡렙이 추구하던 <정치 생태계의 균형>이라는 화두는 우리도 주목해야할 가치라고 봅니다.

 그런 밸런스는 어떻게 하면 유지될 수 있을까요? 그런 정치적 밸런스의 유지는 특히 공론장에서 다수의 정치적인 견해를 점하는 사람들이 자신과 대척적인 정치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비난하고 배척할게 아니라 키워줄 때에만, 가능합니다. 인간의 이성은 본질적으로 변증적, 자기 모순적, 자기 분열적인 면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스스로 자기 안에 자신의 견해와 완전히 대립되는 견해를 세울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자신 안에 있는 자신의 사고의 변증성을 알게 된다면, 자신과 정반대의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논리를, 못 키워주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제 말은, 옹골찬 비판을 하기 위해서는 비판의 표적을 먼저 키워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본인이 가진 논리와 생각의 헛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주장을 경멸하고 무시하고 깔아 뭉개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주장 속에 있는 1퍼센트의 합리성을 찾아내서, 그것을 키워 주십쇼. 자신이 대적하고자 하는 논적이 커지면 커질 수록 그에 비례하여 그 토론의 무게도 커집니다.  아크로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곳이라는 인상이 아니라 밸런스가 갖춰져 있고, 그 밸런스가 논리 싸움을 통해서 유지가 된다는 인상을 주게 되면, 정치적으로 다양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유입될 수 있는 기본조건은 갖춰지게 됩니다. 

 

다.   토론 모니터링과 토론 평가제의 도입

토론 모니터링은 제가 슈퍼스타 K2 의 심사 위원제도를 보면서 생각해 본 프로그램입니다. 슈퍼스타 K2 가 흥행을 하게 된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심사과정과 제도가 공개되고, 또 그것이 심사평과 함께 수치화되어서, 시청자들이 그 심사 과정을 개관을 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심사위원이 평가를 하고 점수를 내는 과정을 지켜 보면서 단순히 시청자가 아니라, 스스로 심사위원, 즉 소극적 시청자가 아닌 적극적 평가자의 입장에서 각 지원자의 노래들을 평가해 보게 됩니다.  저는 이것이 슈퍼스타 K의 흥행을 몰고 온 원동력 중의 하나라고 보는데, 왜냐하면 이를 통해서 지금껏 단순히 수동적인 소비자의 입장에서 대중음악을 즐겼던 대중들이 가수가 아닌 음악 자체를 자기 나름의 비판적 척도에서 평가할 수 있었고, 이것이 나름대로 큰 긴장감과 흥분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의 논리가 아크로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봅니다. 토론 모니터링 제도가 요구하는 바는, 글을 글이 담고 있는 내용적인 입장이 아닌 글 자체의 논증적인 건전성의 기준에 따라 평가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이 평가 방식은 결론의 내용에 따라 글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결론과 상관 없이 그 결론을 이끌어 내는 과정의 건전성만이 평가의 대상입니다. 예컨대, 논증의 건전성의 평가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정하고, 그것을 점수화해 볼 수 있습니다.  

         # 플러스 평가 기준 (0 점에서 +5 점 사이에서 선택하도록 함)

 -  근거에서부터 주장(결론)으로 이루는 과정이 논리의 비약이 없이 매끄럽다. (논리의 치밀성)

-   수치, 통계 자료 등 객관적으로 접근 가능한 근거들이 제시되었다. (객관적 논거의 제시)

-   사태 및 자신이 비판하고자 하는 상대방의 견해의 핵심을 잘 파악하고 있다. (사태, 견해 파악의 적확성)

-   해당 주제에 대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을 충분히 다루고 있다. (관점의 포괄성)

-   해당 주제를 다루는데 필요한 전제와 배경이 잘 파악 되어 있다. (전제 파악의 합당성)

-   복수의 논거들이 사용되어, 주장을 다층적으로 지지해주고 있다. (논거의 다양성)

-   사태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참신하다 (관점의 참신성)

                       # 마이너스 평가 기준

-      타인의 주장을 감정적으로 파악한다. (주장의 감정적 파악)

-      문제가 된 사태 및 토론 상대방의 주장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는다. (사태, 견해 파악의 부적확성)

-      주제를 벗어나 다른 이야기를 한다. (논점 회피)

-      자신이 증명해야 하는 것을 마치 증명된 것처럼 가정한다 (선결문제 요구)

-      사실과 당위를 구분하지 않는다 (구분의 오류)

등등.

이렇게 토론 모니터링을 주기적으로 해주게 되면 아크로에 올라오는 글들에 대한 논증 논리적인 관심, 즉 글의 내용 뿐만 아니라 글의 전개 방식과 결론을 이끌어 내는 과정 자체에 대한 관심이 일반 회원들 사이에서 생겨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결국 탄탄한 논증을 요구하는 지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제도를 시행하게 되면 회원들이 부담을 느낀 나머지 글쓰기 활동 자체가 위축될 수 있으므로, 토론이 좀 된 글들중 몇 개를 골라 사후적으로, 사회자팀 내부에서, 혹은 모니터링 요원을 위촉하여 해보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