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의 최근 40년간의 정치사를 살펴볼때, 지역주의가 현실 정치 구도를 규정하는 지배적인 변수 였음은 누구도 부인 못하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지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만 생각하는  정치적인  이념이자 신조' 라고 지역주의를  단순히 규정하기엔, 지역주의는 너무나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다 못해 아크로 같은 작은 토론장에서도 동일한 지역의 이익을 옹호하는 지역주의자들 간에서도 심각한 의견 대립이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지역주의에 관해 여러 문제들을 제기해 봄으로써 이 문제를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예컨대, 1) 지역주의는 어떻게 규정될 수 있는가? 즉 지역주의의 이념형, 가장 지배적인 특징은 무엇인가?  2) 지역주의가 현실 정치의 규범적인 방향성을 규정할 수 있는가?  3) 지역주의가 자유주의적, 개인주의적인 정치관과 양립할 수 있는가? 4) 지역주의는 단지 퇴행적 이데올로기일 뿐인가? 5) 지역주의가 우리 사회의 진보에 기여하는가? 6) 지역주의는 관용의 원리를 허용하는가? 7) 지역주의는 사회의 모순의 일종인가? 8) 지역주의를 독립 변수인가 종속 변수인가, 즉 지역주의는 사실상 또다른 정치적인 요소에 의해 규정되지는 않는가? 9) 지역주의는 일상적인 삶의 차원에서 어떻게 나타나는가? 10) 지역주의는, 그 자체로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긍정성을 가지고 있는가  11) 지역주의는 합리적인 이해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는가 아니면 감정적인 적대 관계의 산물인가? 12) 저항적 지역주의는 진보적 이념인가? 13) 지역주의는 현실 정당체제와 어떤 연관성을 맺고 있는가? 등등..  수없이 많은 질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지역주의에 대해 합리적인 토론이 벌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렇게 지역주의를 감싸고 있는 여러 고려요소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검토한 후에 그것을 하나의 큰 그림으로 종합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과 대립되는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한 감정적인 증오를 정제되지 않은 언사로 발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 자신이 생각하는 지역주의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객관적으로 숙고해 보고, 스스로 질문을 던져 보고, 또 거기에 답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역주의를 주제로 한, 자신만의 숙고되고 정제된 언어에 기초한 품위있는 토론,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