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까지 포함해서 민주세력이라 불리는 정치세력이 집권 과정을 돌아보면 민주세력은 독자적으로 정권을 획득한적이 없습니다.

김영삼은 민정당과 몸을 섞으면서 정권을 차지했고, 김대중은 김종필과의 연합, 전 정권의 IMF삽질, 거기에 여권분열(이인제)에도 불구하고 고작 39만표 차이로 정권을 획득했습니다. 노무현도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2002년 대선이 열리는 해 초에 '국민참여경선'으로 노풍이라는 바람을 일으켰지만, 결국 정몽줂과의 '후보단일화'(대선 하루 전 정몽준이 뒤통수 갈겼으나)를 해서 겨우 정권을 차지했죠.

김영삼의 극단적인 케이스를 빼고 김대중, 노무현만 보더라도 민주세력이 정권을 잡으려면 보수세력과 손을 잡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바라보는 한국 정치구도가 보수는 한나라당, 진보는 민주당, 극좌는 민노당계열로 되어있고, 국민들이 보수:중도:진보=35:40:25 정도로 배분된다고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현실에서, 결국 한국정치에서 '진보'의 역할을 맡을수밖에 없는 민주당은 집권하기위해 '중도화'하는 전략으로서 김종필, 정몽준이라는 보수정치세력, 보수정치인(정몽준을 일반적인 한국적 보수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과 연합을 꾀했었습니다.

2007년 대선은 이명박이 완전하게 중도를 장악해서 원사이드하게 민주세력을 박살냈죠. 그 이면에는 한국의 진보개혁세력이 아무리 망해도 25%정도는 고정적으로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어떤 의미에서는 희망(?)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어쨌든 더블 스코어로 민주세력이 한나라당에게 패하는 개망신을 당했습니다. 바로, 중도를 완전히 잃었기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민주당이 필연적으로 노동자, 소상공인, 자영업자, 농민, 그밖에 도시빈민 등 '서민'이라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즉 '진보'적, '좌파'적인 성향을 띠는 중도진보, 중도좌파정당으로 변해갈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들을 대변하는 제대로 된 정치세력이 없지만, 저들을 대변해야할 정치세력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의 카운터파트로서 민주당이든 어떤 정당이든 진보정당으로서 자리매김할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집권경험도 있고, 전통과 역사도 오래된, 그리고 조직과 자금과 네트워크 등을 갖춘 비한나라당은 민주당뿐이기에...고만고만한 정치동아리에 불과한 여타 정당이 아닌 민주당이 결국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름이 바뀔수도 있고, 다른 정당과 합당할수도 있지만..


그러나, 2012년에 민주세력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2002년, 2007년의 국민들과 2012년의 국민들이 얼마나 다를지...사실 별로 다르지 않을거라고 생각됩니다. 즉 민주세력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보수세력중 일부와 손을 잡아서 '중도화'하거나, 아니면 스스로 중도화해야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상대적으로 온건한 이미지인 손학규가 민주당 당대표로 만든 민주당 대의원, 당원들의 전략적인 판단도 저걸 염두한 것일테죠. 현실적으로 아직까지 민주당과 연합해서 민주당에게 중도색(국민들에게 비추어질 민주당의 모습을 말하는 것이지, 지금 민주당이 진보정당인데 민주당이 어떤 타 보수정치세력과 연합해서 중도적인 모습을 띤다는 의미가 아님)을 가져다줄 정치세력이 보이지 않기에, 온건한 중도적 이미지의 손학규가 선택된 것이겠죠.

헌데, 한국 사회는 정말로 진짜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필요로 합니다. 대학교때 운동하고 그 경력으로 진보운동하다가 진보정당 만든 후 한국 사회의 변혁을 말하다가 갑자기 생활진보, 이랜드,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등 온갖 소수자들에 대해 눈물 흘리다가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에 열광하고 정의와 도덕, 인권에 호소하며 judge를 자처하는 진보평가단말고, 진짜 진보정당말입니다.


여기서 골때려집니다. 민주당은 반드시 서민들을 대변해야합니다. 그러려면 일반적인 '중도화'를 섣불리 추구하지 못합니다. 즉 당장의 집권을 위해서는 민주당이 지향해야할 것을 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민주세력이 집권했던 그 방식을 일단은 따라야 합니다. 이게 권력만 좇는 부나방같은 행태일까요? 그렇지는 않죠. 2012년에도 민주세력이 정권을 한나라당에게 내주면...지금과 유사한, 혹은 더 심한 보수정권, 막가파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큰데, 그걸 막을 의무와 책임도 민주세력에게 있으니까요. 그러나 동시에 민주세력에겐 그들이 반드시 대변해줘야하는 서민층을 위한 진보화의 의무와 책임도 부여되어있습니다. 진보화를 추구하면 당장 정권을 잡기 힘들어지고, 그러면 계속해서 보수정권이 들어설테고, 멋지고 선명한 진보야당이 소신있어 보이지만, 정작 권력이 없으면 할 수 있는게 별로 없고...그렇다고 정권잡자고 중도화하면 또 서민, 노동자 등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어찌해야할까요. 이런 상황에서 진보정당이 할 일은 무엇일까요. 진보정당은 민주당을 중도로 상정하고, 자신들을 진보로 본 후 민주당과 연대해서 공동정권을 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본데, 현실은 민주당과 더 보수적인 정치세력이 연합해서 공동정부를 구성해온 경험밖에 없죠...진보정당의 도움이 없으면 민주당, 민주세력이 이길 수 없는 것도 아니고...그렇다고 민노당이 원내 진입한 이후 진보정당이 뭔가 뚜렷한 진보적 색채를 보여준 것도 없고...오히려 무상급식같은 주제는 경기도 교육감과 민주당이 이슈화시켰고...북한 세습에 대해 민노당이 왜 입을 다무느냐는, 국민들 실생활과 희박한 실질적 관련성을 가지는 문제를 가지고 흥분해서 열정적으로 온갖 지식과 수사를 동원해서 싸우고나 있고..


앞으로 어찌될지 궁금합니다. 손학규가 어찌될지도 그렇고, 정동영이 무슨 역할을 하게 될지도 궁금하고, 이인영도 그렇고...유시민도...심상정, 노회찬은 뭘할지...


ps) 저는 유시민에게서 영남색을 별로 느끼지 못했었는데, 요즘 자기가 의도하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은근히 영남색을 드러내더군요. 한나라당은 변했다는 말, 한나라당을 호남이 지지해줘야 한다는 말, 호남이 민주당 지지를 풀어야 영남도 한나라당을 안찍는다는...가장 질낮은 말, 대구 출신이면서 롯데를 좋아한다는 말(TK에서는 표 얻을 가망이 없으니까 그나마 만만한 PK를 공략하려는 것 같습니다. PK의 노무현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자극하려는 것인지...) 등...민주화 이후 지역색을 노골적으로 대놓고 드러낸(실제 투표가 어떻게 됐는지는 별론) 정치인은 대권을 얻지 못했는데...영남개혁세력의 안식처 정도를 마련해주는 것을 자신과 참여당의 정치적 목표로 삼은게 아니라면 요즘 그의 말과 행보는 썩 현명해보이진 않습니다. 수도권 사람들, 특히 개혁성향을 띠는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대한 집착을 좀 버리는게 좋을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