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 글들이 많이 지워졌더군요. 제 글도 그렇구요.

'민주당원'이란 분이 서프에 이 글을 올리셨던 기억이 나서 찾아보니, 서프에서 글은 지워졌는데, 저장본이 남아있더군요.

구글을 이용했습니다.

아크로에 글 올렸다가 지워지신 분들도 가급적 다시 올려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아크로에만 글 올리고 다른 곳에 저장해놓지 않기 때문에 찾기가 힘듭니다만, 다른 분들은 대개 블로그에 저장해놓으시지 않나요?



제목 : 손학규와 슬픈 노빠

서프에 갔더니 김동렬 글이 올라와 있다.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04630


원래 횡설수설하는 친구인데다 대개 너무 긴 글들이라 김동렬 글을 끝까지 읽은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이번 글은 비교적 짧고, 손학규의 민주당 대표 당선이라는 기본 팩트가 너무 뚜렷해서인지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김동렬이 결국 민주당의 문제를 김대중과 노무현의 딜의 문제로 본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손학규 당선은 도무지 딜 자체가 불가능한 놈이 된 것이기 때문에 짜증난다... 뭐 대충 그런 의미인 것 같다.


노빠 애들이 결국 자신들의 정체성과 정치적 소명을 '김대중과의 딜을 통해 민주당이 가진 정치적 자산을 뺏어오는 것'이라고 비교적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는 이번 글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딜의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지들이 김대중과 유일하게 정치적 딜이 가능한 정치세력이라고 자위하고픈 심리도 엿보이지만 뭐 그런 거야 굳이 따지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과연 노무현과 노빠들만이 김대중 즉 민주당과 정치적 딜이 가능한 유일한 정치세력일까? 엄격한 논리 및 현실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이 명제가 노빠들에게는 신성불가침의 멍제로 여겨지고, 또 노빠가 아닌 정치세력들 역시 별로 인정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시비를 걸기도 어려운 명제로 받아들여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보기에는 2002년 국민경선 특히 광주의 드라마가 그 배경에 깔려있다. 그 드라마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노무현만의 정치적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런 정치적 드라마가 쉽게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드라마 자체가 노무현이라는 독특한 캐릭터와 긴밀하게 결합돼 있어서 '노무현'이라는 브랜드가 그 드라마에 대한 지적 자산을 가진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하지만, 엄격하게 따져봤을 때 2002년 국민경선 드라마의 실제 주인은 바로 호남이다. 간단하게 말해, 당시 누가 누구를 선택했는지를 따져보면 문제가 분명히 드러난다. 호남이 노무현을 선택한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노무현이라는 정치상품의 가치가 비교적 뛰어났고, 그 가치가 당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노무현의 상품성을 인정하고 발굴해서 히트시킨 것은 바로 호남이다. 노무현은 그 정치 드라마의 주인공일 수는 있어도, 그 드라마의 지적 재산권은 호남에게 있다. 뛰어난 드라마는 시간이 지난 뒤에 리메이크되지만 주인공은 그때그때 바뀐다.


간단히 말해 지금 김동렬과 노유빠들은 호남이 기획과 집필, 연출을 도맡아 노무현이라는 신인배우를 캐스팅해서 성공시킨 2002년 정치 드라마의 지적 소유권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노무현은 그나마 주연배우라도 했지만, 노빠나 유시민 따위는 촬영 현장에서 짐 나르고 허드렛일 하던 AD 정도나 될까, 좀더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잡부 정도 했던 애들이다. 그나마 조연출이나 조명 등 비중 있는 일을 맡았던 친구들은 주로 김대중 직계, 동교동, 구 민주당 계열들이었다.


물론 평생 정치권이라는 영화판을 기웃거리며 오매불망 발을 들여놓고 싶었던 영남 노빠들에게는 2002년의 그 영광이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추억이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자신들만의 신성한 왕국일 것이다. 그 심정은 이해한다. 사실 웬만큼 강한 주관과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당시의 그 소름끼치는 정치 드라마의 위력에서 헤어나오기 힘들다. 노뽕을 맞았다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아무리 감동적인 드라마라도 결국 끝이 있다. 그리고 새로운 드라마가 시작된다.


문제는 과거의 그 드라마가 리메이크되는 경우이다. 과거의 드라마 제작에 한 발을 들여놓았던 노빠들은 "그 드라마는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우리들만의 것"이라고 외치지만, 현실은 그들을 외면한다. 주연배우는 영화판을 떠나거나 죽었고, 그 추종자들은 새로 만드는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을 역량이 도무지 안된다.


이번 손학규의 민주당 대표 당선은 노빠들이 그동안 자신들만의 고유한 자산이라고 여겼던 2002년 국민경선의 드라마가 실은 그들의 것이 아니고, 호남에게 지적자산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본다. 호남은 영남패권의 극복과 민주 개혁 진보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서 가장 적절한 인물에게 그 역할을 맡겨왔다. 중요한 것은 그 인물을 선정하는 안목과 실천능력인데, 그동안의 사례로 봤을 때 호남의 안목과 실천능력은 충분히 검증됐다고 본다.
 

대한민국의 모든 자원을 독점한 한나라당에 비해 민주당은 인재풀에 있어서도 한나라당의 10분의 1도 따라가기 어렵다. 하지만, 그렇게 빈약한 인재풀로도 민주당은 이만한 성과를 이룩해왔다. 이것이야말로 정치적 기적이라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기적을 만든 것은 바로 민주당의 역사 그리고 그 역사에 함께해온 평범한 민주당원들이다. 전라도 인민공화국이나 만들라고 개소리를 짖어대는 진중권이란 새끼가 허접한 것이 바로 이러한 역사적 가치에 대해서 가장 적대적인 안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가치에 몰이해한 놈이 지식인일 수는 없다. 그냥 딴따라일 수는 있어도. 특히 진중권이란 놈이 같잖은 것은 그 역사적 몰이해를 자신의 지식인 브랜드로 써먹는다는 점일 것이다.


아무튼 노빠들의 애통함은 이해한다. 그럴만도 하다. 과거 이 드라마의 성공에는 노무현이라는 탁월한 배우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령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소설도 유명하지만 크라크 게이블과 비비안 리라는 세기의 캐스팅 없이는 그렇게 큰 성공을 기록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여태 리메이크도, 속편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만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리메이크나 속편을 만들 경우 그 주인공으로 결코 크라크 게이블이나 비비안 리를 캐스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노빠들은 하지만 여전히 크라크 게이블과 비비안 리를 요구하고 숭배한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미래가 없다. 비록 리메이크나 속편이 오리지날에 비해 훨씬 떨어질지 몰라도 어쨌든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주연배우가 등장한다.


아마 2002년 국민경선의 드라마는 앞으로도 계속 무대에 오를 것이다. 영남패권이 살아있고, 호남의 소외가 해결되지 않고, 민주와 개혁의 가치가 죽지 않는 한 계속 그럴 것이다. 연출 솜씨와 주연배우의 역량에 따라 감동의 정도는 그때그때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 드라마를 오직 과거의 명배우 한 사람만이 독점한다는 착각은 현실에서 비참한 귀결을 맛볼 수밖에 없다.


노빠들이 슬픈 것은 이것 때문이다. 더욱 슬픈 것은, 노빠들이 이 사실을 깨닫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차라리 그들은 그 환상을 죽을 때까지 굳게 붙잡고 사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