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별로 자신은 없는데... 그래도 걍 심심풀이로 써봅니다.

혹시 이명박과 민주당이 손잡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요즘 이명박-박근혜는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나는 사실 전부터 이-박의 타협 가능성을 주목해왔거든요? 둘이 차기 정권을 놓고 적절한 타협안을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그거야 한나라당으로서는 가장 해피한 결말이고 선거 승부야 따져볼 필요도 없는 것이겠죠.


그런데, 둘이 한참 싸울 때는 둘의 극적인 타협 가능성에 대한 기대(라고 하면 웃기지만) 같은 게 있었는데, 막상 둘이 표면적으로 화기애매한 분위기를 유지하니깐 오히려 둘의 타협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드네요?


이-박이 차기 정권을 놓고 타협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봐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게 성립하려면 우선 이명박이 친이계들을 모두 설득해서 임기 후반은 거의 박근혜와 공동정부를 운영하는 식으로 가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겠냐구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남은 카드는 뭐가 있을까요? 우선 이명박의 입장에서 보자면, 박근혜를 떨어트려야 하는 것은 절체절명의 요구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현재는 일단 국정운영의 여유를 가져야 하고, 결정적인 시기가 올 때까지 시간을 벌자는 의도에서 박근혜를 달래는 것 같은데, 결정적인 순간이 왔을 때도 이명박이 박근혜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그렇다면 함께 손잡고 대권후보 1위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를 탈락시킬 수 있는 정치세력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누가 될 수 있을까요? 일부에서는 그래서 이회창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보더라구요. 즉, 이명박-이회창의 이-이 동맹이 성립되어 박근혜를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지요. 이회창이 현재는 형세가 미미하지만 만약 극적으로 한나라당 후보 또는 연합 후보로 뜰 수 있다면 극적인 지지율 상승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거지요.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좀 약한 것 같습니다. 우선 박근혜와 이회창은 지지율이 겹치는 부분이 많은데, 그런 경우에는 보다 중량감 있고 후보 자체의 신선도가 높은 후보가 유리합니다. 10년 전이라면 몰라도 지금 이회창의 정치적 중량감은 박근혜를 도저히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나이나 이미지로 봐도 박근혜가 훨씬 신선하구요. 무엇보다도 호남이나 대구경북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에서도 이회창의 득표력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이회창은 적어도 박근혜의 대항마로서는 거의 활용도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그리고 이런 판단은 이명박 일당도 충분히 내리고 있을 것 같구요.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은 일단 제끼렵니다. 성립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설혹 성립한다 해도 그런 연대는 아무 위력도 발휘하지 못할 테니까요.


그렇다면 남은 것은? 유시민이 있네요? 우리 유짱님...^^ 일단 가능한 얘기지요. 유시민으로선 과거 YS가 선택했던 삼당합당의 경험을 다시 되살릴 수 있고. 또, 노유빠들의 성향으로 봤을 때 일단 제휴가 이루어지면 순식간에 피켓 거꾸로 들고 "노짱의 대연정 제안이 이제 비로소 빛을 봅니다. 위대하신 노짱의 그 혜안에 경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아, 그리운 노짱, 이렇게 좋은 때 어디 가고 아니보이시나효 흑흑흑" 이럴 거라는 데 100원 걸어도 좋은데요...


문제는, 이 시나리오 역시 별로 위력적이지 못하다는 문제가 있어요. 일단 유시민이 직접 동원할 수 있는 노유빠 표라는 게 극히 제한적인데다가, 그냥 막연하게 유시민 지지하는 범노빠 성향 표들은 유시민-이명박 제휴가 이뤄지는 순간 90% 이상 떨어져나갈 것이기 때문이지요. 유시민의 고향인 경북 표를 놓고 박근혜와 대결한다는 것은 그냥 일부 유빠들의 희망사항일 뿐이구요.


결국 이명박-유시민 제휴가 이뤄진다면 나같은 난닝구 입장에서는 매우 해피한 결과이지만(유시민의 정치 생명이 영원히 끝장난다는 점에서), 이런 선택을 할 정도로 맹박이 일당이 미련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남은 카드는? 결국 민주당뿐입니다. 일단은 도무지 상상하기 어려운 카드이기는 하죠. 하지만 과거 삼당합당의 주역이던 박철언도 원래 합당 대상으로 고려했던 것은 디제이였다고 하드만요. 사실 그럴만했던 게, 당시로서는 6공 정권에 가장 위협적인 세력이 바로 1987년 대선에서 2위를 했던 김영삼이라고 봤을 테니까요. 2인자를 꺾기 위해 넘버3를 끌어들이는 것은 원래 가장 오래된 정치 테크닉의 하나이지요.


당시 박철언의 제안은 디제이의 거부로 무산됐지만, 그 가능성조차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원래 한번 이뤄진 일은 그런 정치적 구조 즉 필요성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상 다시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에는 디제이라는 카리스마가 있어서 그런 달콤한 제안을 뿌리치면서까지 민주개혁 세력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했지만, 지금 민주당 대권주자들 가운데 그렇게 강력한 소신과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 과연 존재할까요? 좀 회의적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명박이 민주당에게 줄 과실이 무엇이냐 하는 건데, 솔직히 민주당 대선주자를 한나라당이 연합후보로 추대한다는 것은 좀 현실적이지 못한 것 같고, 결국 여기에서 분권형 대통령제 등 개헌 이슈가 나올 것 같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만일 민주당이 이런 정도까지 이명박과 합의한다면, 이명박이 대통령 후보를 민주당에게 양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즉, 실권은 한나라당이 쥐고 일종의 바지사장으로 민주당 주자를 올려주는 구도이지요.


사실, 지금 민주당 대권주자 가운데는 집권의지가 그렇게 강력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봅니다. 대통령을 하고 싶다는 의지는 있지만, 그건 그냥 정치인의 최고 정점이 대통령이니까, 마치 공무원이 자신의 경력의 종점으로서 장차관을 꿈꾸는 것처럼 그런 식으로 대통령을 하고싶어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즉, 무엇을 하고 싶어서, 대통령이 되어서 뭔가 이루고자 하는 객관적인 목표가 있어서 대통령을 하려는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이명박이 그냥 명예직 비슷한 대통령을 제안해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정세균은 말할 것도 없고, 정동영, 손학규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민주당 주자들 가운데 권력의지로 보자면 손학규가 가장 강할 것 같고, 이명박이 설득하기도 제일 어려운 인물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그게 얼마나 유의미한 차이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이미 이낙연의 경우 개헌에 대해서 상당히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나섰드만요. 그리고 한 말이 매우 의미심장하더군요. "개헌을 무작정 거부한다면 민주당은 매우 큰 기회를 잃을 것" 이런 의미로 발언을 했더라구요. 그 큰 기회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만일 이런 빅딜이 성사된다면, 다음 대선은 아마 영남 고립이라는 구도에서 치러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런 조짐은 이미 지난 대선에서도 어느 정도 나타났어요. 이명박이 비록 본선에서는 영남의 지지를 받았지만, 실제로 한나라당 경선에서는 영남보다 수도권의 지지를 받아 후보가 됐다고 봐야 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영남은 지금 이명박을 바라보는 심정이 그렇게 흔쾌하지는 않아요. 본자식이라기보다는 떨떠름하게 서자 바라보는 심정이랄까... 이명박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고.


박근혜도 이런 가능성은 충분히 염두에 두고 있을 겁니다. 분명치는 않지만 박근혜의 행보에서 호남을 의식하는 기미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전에 민주당-박근혜 제휴설이 불거지기도 했죠? 다음 대선은 영남 고립과 함께 호남의 표심 잡기가 승부의 분수령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만일 이런 상황이 됐을 경우, 내가 개인적으로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아직 결정을 못했습니다. 흔히 하는 말로 떡 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 이런 얘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내 정치적 선호와 무관하게 이런 시나리오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요즘 가끔씩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