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농담이 정치권 화제였다. '경상도 할머니와 외국인이 버스정류장에서 만남. 버스가 도착하자 할머니가 '왔데이('왔다'의 경상도 사투리)'라고 했고, 'What day'로 알아들은 외국인은 'Monday(월요일)'라고 답함. 할머니는 이를 '뭔데'라고 이해하고 '버스데이'라고 했함. 외국인은 할머니의 생일이라는 줄 알고 '해피 버스데이'라며 축하함, 할머니는 '시내버스데이'라고 대꾸함.'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3' '함께 춤을 추시겠습니까'를 충청도 사투리로 말하면 '출껴'' 등등 어느정도 '보편화'된 진부한 농담을 구사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은 박근혜의 이러한 농담을 크게 다루었고, 거기에 많은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달라진 박근혜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바로 저 농담이었다는 것이다. 차가운 원칙주의자 얼음공주라는 이미지에서 부드럽고 온화한 국모의 미소를 지닌 정치인으로 돌아왔다고 한 친박계 의원이 말했다고도 한다. 언론과 정치권의 호의적인 평가때문인지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과 '농담'이후 박근혜의 지지율이 다시 상승세를 타며 30%까지 상승했다고 한다.

정치인의 말과 몸짓, 의상, 헤어 스타일 등 정치인의 모든 것에는 정치적인 의미가 담겨있다고 하듯, 썰렁하고 재미없는 농담도 박근혜라는 거물 정치인, 보수정치인의 대표격인 그녀가 하니 온갖 의미가 부여되고 실제로 여론도 그녀의 농담에 반응(긍정적으로)한다.


이렇듯 정치인의 농담은 농담을 한 정치인의 실제 의도가 어쨌는지와는 상관없이 정치적인 의미를 띠게 된다. 정치인의 의도가 어찌되었든, 박근혜 정도의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농담이 어떠한 정치적인 의미를 띠게 될 것인지를 미리 예측했을 수도 있고, 그렇게 예측했으면서도 그저 여성 정치인들과의 모임에서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보려고 그냥 그 당시에는 아무런 의도없이 농담을 했을수도 있다. 만약 박근혜의 농담이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오게 됐다면 그 농담에 우리가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게 될까? 거물 정치인 박근혜 스스로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정치적인 의미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기에 그녀의 모든 것, 심지어 그저 웃겨보려고 한 농담에 우리가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그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일단 우리가 그녀의 농담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고 가정해보면, 그럼에도(그녀의 농담에 의미를 부여하는 우리의 행위가 별 의미가 없다해도) 박근혜의 지지율이, 그녀의 mb와의 회동과 농담이 맞물려 상승세를 띠는 것, 여론이 반응하는 것은 어떻게 된 것일까.


"트로츠키 만세"라는 문구는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별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농담도 아니고, 선동적인 의미도 가지지 못한다. 그러나 저 "트로츠키 만세"라는 문구가 어떤 의미를 가지던  공산체제하의 체코를 배경으로 한 밀란 쿤데라의 <농담> 에서 "트로츠키 만세"를 장난스럽게 '농담'으로 한 루드빅은 그 시대의 정신에 반하는 불온한 농담을 했다는 이유로 숙청당한다. 이렇듯 어떤 발언이 농담이 되고 안되고도 그 발언이 어떤 맥락에서, 어떤 사회적 콘텍스트 하에서 나왔는지에 의해 결정되고, 그 농담이 어떤 의미를 사회적으로 띠게 되는지도 그 사회의 정신, 분위기에 의해 결정되나보다.

"트로츠키 만세"는 공산체제 하에서 진지하지 않고 장난스럽게 말하면 농담이 되었고, 그 사회는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불온하고 위험한 사상의 표현으로 보아 발화자를 숙청해버렸다. 박근혜의 '썰렁 농담'은 박근혜에게 온건,온화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부여했고 그로 인하여 대중들의 지지를 일정부분 회복하는데 기여했다.


박근혜의 농담은 그 자체로는 어떤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트로츠키와 같은 상징성을 띤 농담도 아니었으며 농담을 한 상황 속에서 그 농담이 어떤 상황맥락 속에서 재치있었다고 평가할 만한 무언가가 있는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박근혜의 이번 농담은 박근혜의 '농담'이 아니라 '박근혜의 농담'이기 때문에 이토록 큰(농담치고) 정치성을 획득한 것일까. 혹시 경상도와 충청도, 그리고 전라도(자신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과 전라도 사투리로 농담을 자주 한단다) 등의 사투리를 사용한 농담으로 지역화합의 정신을 표출하려는 고(저)도의 전략이었을까. 이래저래 박근혜는 농담 몇개로 큰 정치적 성과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