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CAPITALISM : A LOVE STORY]를 감상했습니다. 영화의 내용이 장황하고 뒤죽박죽이어서 제가 잘 요약하기는 어렵습니다. 당장 기억나는 것은 이렇습니다. 집을 빼앗기고 쫓겨난 미국인들에 대한 인터뷰도 있고, 2008 금융위기 당시에 긴급 구제금융 7000억 달러를 받은 월가의 이야기도 있고, 자동차공장을 폐쇄당해서 실업자가 된 미시간주 플린트시의 사람들도 나옵니다.

 

GM은 플린트의 공장을 폐쇄했습니다. 그 결과 GM은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더 많이 올리게 되었고, 이는 GM의 주주들에게는 이익이 되는 '좋은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공장 폐쇄로 인해서 해고된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손해가 되는 '나쁜 일'이었습니다. 실업자가 된 플린트 노동자들은 그 뒤로 많은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살던 집에서 쫓겨나거나, 의료보험이 중단되어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거나, 소비를 마음껏 할 수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사례가 무수히 많이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알면서 그것을 '어쩔 수 없는 일'로 간주합니다. 자본주의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플린트의 GM 자동차공장에서 일하다가 해고된 노동자들은 이 '나쁜 일'이 일어난 책임을 아무에게도 물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자신의 불운을 한탄하고, 다른 살 길을 찾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본주의capitalism에서는 각자 자기 책임 아래에 자신의 이윤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몫으로 이윤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 마치 우리 손에 돈을 쥔 듯한 환상을 불러일으킵니다. 노력하기만 하면 부를 얻을 수 있다는 환상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부를 얻는 것을 보고, 주변 사람들이 부를 축적하는 것을 보면 이것은 사기꾼이 말해 주는 환상이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이윤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면서 그 반대급부로 자기 책임을 요구합니다. 우리가 부유하든 가난하든 그것은 우리 자신의 책임이라고 엄격하게 규정지어 버립니다.

 

플린트 노동자들은 GM에서 해고되었으니, 일차적으로는 GM에 당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GM은 자본주의를 내세워서 그 책임을 모면해 버립니다. GM도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 공장을 폐쇄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니 이차적으로는 자본주의에 당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하우스푸어'는 어떻습니까? 제가 순간적으로 판단하기로는 하우스푸어도 자본주의에 당한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워킹푸어는 어떻습니까? 제가 순간적으로 판단하기로는 워킹푸어도 자본주의에 당한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올드푸어(이건 제가 방금 지어낸 용어입니다.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용어인지도 모릅니다만)는 어떻습니까? 제가 순간적으로 판단하기로는 올드푸어도 자본주의에 당한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메디컬푸어(이것도 제가 방금 지어낸 용어입니다.)는 어떻습니까? 제가 순간적으로 판단하기로는 메디컬푸어도 자본주의에 당한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이윤추구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고, 그 대신 자기 책임을 강요하는 것 같습니다. 하우스푸어, 워킹푸어, 올드푸어, 메디컬푸어, 88만원세대, 빈곤국가, ....... 이들 모두가 자본주의에 당하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도박이나 과소비나 게으름 같은 행위로 자신의 부를 없앤 사람들에 대해서는 동정의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만, 하우스푸어, 워킹푸어, 올드푸어, 메디컬푸어, 88만원세대에 대해서는 동정의 여지도 있고, 책임소재를 따져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조금 전 케이블TV에서 김수행 교수의 [자본론] 강의를 조금 시청했습니다. 영국은 1948년에 모든 병원을 국유화했고, 그 결과 영국 국민은 돈 한 푼 내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김수행 교수의 설명을 따르면, 영국이 병원을 국유화한 것은 그것이 실업문제의 해결책이어서 그랬다고 합니다. 병원이 민간 기업이었다면 이윤동기 때문에 고용을 줄이고 실업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경영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병원이 국유화되고 진료비용이 없어지니까 환자가 증가하고 환자의 증가에 맞추어 병원 건축이 늘어나서 건설노동자가 늘어나고, 더 많은 의사와 간호사와 간병인의 고용이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영국에는 메디컬푸어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영국이 의료 분야를 국유화하지 않고 민간 기업으로 남겨두었다면 아마 영국에도 메디컬푸어가 생겼을 겁니다. 미국에는 병원비 때문에 파산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하더군요.

 

자본주의 아래에서 풍부한 물자생활을 누리는 성공자들은 자본주의에 대해서 무작정 고마워하기만 하면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에 당해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라면, 자본주의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더 이상 당하지 않도록 해결책을 찾아내려 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대다수의 실패자들은 자신의 탓으로 책임을 돌리고 근근이 살 길을 찾는데만 골몰할 테지만요....

 

저는 경제에 대해서 문외한입니다. 중고등학교에서 대충 들은 풍월이 아는 것의 전부고,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을 대충 한 번 읽어 봤다는 게 읽은 것의 전부입니다. 그러니 뭔가 아는 게 있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남들은 간과하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 뿐입니다.

 

저는 네오경제를 궁리하고 있습니다. 화폐교환경제라는 매트릭스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네오경제의 궁극적인 형태는 자급자족기업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단 한 개의 자급자족기업이 만들어진다면, 곧 수많은 자급자족기업을 복제해 낼 수 있을 것이고, 그 결과 네오경제가 이루어진다는 추측입니다. 이 추측은 별다른 근거는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자급자족기업을 만들고, 운영하는 원리에 대해서 궁리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