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세대>가 대박친 뒤로 세대담론이 인기를 끌었다. 더 정확히는 '20대 담론'이 인기를 끌었다. 20대 담론의 요체는 "20대 한심하다"였다. 그런 담론에 반기를 든 20대의 불만스러운 목소리가 나오자 일각에서는 "20대는 한심한게 아니라 불쌍하다"라고 20대 편?을 들어줬다.

20대를 다루는 방식은 달랐지만 그 근저에 깔린 전제는 같았다. "취업, 스펙, 학점, 생존경쟁에'만' 매달리는 무뇌세대"
20대를 둘러싼 환경이 안좋아서 20대가 그런다는 입장은 '불쌍'파고 그래도 20대 너무하다는 입장은 '한심'파다.

그들(?)이 보기에 지금의 20대는 획일화된 중고등 교육과 사교육에 찌든채 대학생이 됐고(요새는 거의 다 대학생이니까), 대학생이 되어서도 학점, 스펙같은 문제에 신경쓰느라 그보다 더 중요한 '자아'를 찾지 못하고, 그러다보니 '대학생의 사회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좀비처럼 하루하루를 사는 한심 or 불쌍한 존재들이다.

촛불시위 초반에 교복입은 여고,여중생들이 시위에 나섰었다. 그런데 그날 마침 서울대 축제 때 '원더걸스'가 서울대에서 공연했는데 사람이 너무 몰려서 사고가 났었다. 그러자 의식있는 사람들은 혀를 차며 이렇게 말했다. "여중생들도 시위하는데 서울대생들이 ㅉㅉㅉ"

이런 사례는 너무 많다. 지난 대선때 이명박에 대한 지지율이 20대에서도 높게 나타나자 사람들은 20대를 한심 or 불쌍하게 봤다. 20대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이 가장 높을때에도 그랬다.  위의 촛불시위때도 그랬고, 심지어 아주 진지한 글에서
'촛불시위의 주체는 20대가 아니었다. 20대는 더이상 사회변화의 주체가 아니다. 그 이유는 20대의 부모들은 386 윗세대인데 그들은 권위주의체제가 몸에 밴 세대여서 그 자녀들도 그모양이다. 반면에 여중생들의 부모는 386세대라 자유롭고 개성넘치는 세대이다' 이런 식으로 촛불시위를 분석하기도 했다. 그럴듯한가?


그런데 어느새...suddenly
20대가 다시 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20대 표심을 완전히 놓친 한나라당이 크게 졌고 젊은 야권은 큰 승리를 거둬서인지 20대를 달리보기 시작했다. 20대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니까 20대를 잡기 위해서 진보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들 한다. 촛불시위는 2008년이었고 올해는 2010년이니까...2008년에 20대였던 28살,29살이었던 사람들이 2010년에 30대가 되었고, 2008년에 18살,19살이던 고딩들이 2010년에 20대가 되어서 갑자기 20대가 달라졌나? 20대가 한심하고 불쌍했던 이유는!!! 2007년, 2008년도에 20대 후반이었던 것들 때문이었나???


20대가 시위안하고 학생운동안하고 정치에 무관심하고 스펙이나 학점에 매달리고...맞다...맞는 말이다. 대학생이 학원다니고 부모한테서 독립 못하고, 학점 A0냐 A+냐에 신경쓰고.....민주주의와 통일에 힘쓴 세대가 보기에 자잘한거에 신경쓰는 찌질한 애들로 보일수있다.
20대는 8.15랑 5.18을 헷갈려하고 전두환이 왜 악마인지, 왜 김대중과 노무현이 대단한건지, 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응원해야 하는지, 왜 김근태가 국회의원 떨어진걸 안타까와해야하는지...이런걸 왜 20대는 모를까?라고 생각할수있다.

20대가 정말 저렇게 모지리들인지는 내가 조사해보지 않았기에 알수없고...다시 '갑자기 달라진 20대' 얘기를 하자면...

역시 20대 담론이 20대를 주목했던 이유는 '선거'때문이었다. 20대가 한나라당을 지지하니까 "어라 20대가 왜저띠위지"(이하 20대 병신론) 혹은 조중동 등은 "20대가 달라졌다(긍정적으로)"..."20대가 왜저따위"라는 입장에서 20대의 일상을 살펴보니...아놔 20대 요놈들 영어공부만 하네..학점의 노예...뭔 쓰잘데기없는 공모전 준비에...어학연수에 워크캠프에...이젠 해외여행도 스펙이네? 특이한 나라 여행해서 스펙쌓네? 교환학생은 왜하는데? 아니..저런 개인적인 일에만 몰두하느라 사회가 이모양 요꼴인거엔 관심이 요만큼도 없어...헐....ㅋㅋ 그래봤자 니들 사회 나와서 태반이 비정규직에 실업자될텐데 멍청한것들 ㅉㅉㅉ 판을 바꿀 생각을 해야지 찌질하게...우리(?)는 민주주의를 일궈냈다고!! 판을 바꿨어!!!

그에 반에 조중동 등의 20대 담론은 김연아, 박태환의 선전에 힘입어 "쾌속세대"라는 긍정적인 담론이 주류였다.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거침없이 하고픈거 맘껏 해서 결과도 좋은 멋진 신세대!! 세계와의 경쟁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고 엄청나게 노력해서 당당하게 경쟁에서 승리하는 멋진 승리자!!(그에 반해 경쟁에서 밀려놓고 불만만 많은 너희(?)들은 루저-요게 숨어있었겠지?)

이랬는데 지방선거 이후로 20대는 갑자기 조중동 등의 쾌속세대 식으로 20대 병신론도 진화됐다. 20대가 유시민 전 장관을 가장 좋아한다니까 "왜 20대는 유시민에 열광하나"라는 기사도 쓰고, 거기서 이명박의 소통불능을 까고(바로 몇년전에 이명박을 제일 많이 찍은 20대인데?), 20대의 소통중시, 창의성, 재기발랄함, 쿨함을 논한다. 더 나가서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의 20대 정치인을 모셔다가 20대의 정치를 말한다. 마치 "병신인줄 알았더니 상병신은 아니네...니들이 사실 그러고 싶어서 그러겠어...잘해줄게"식이다.



고령사회가 되면서 예전의 20대와 지금의 20대가 다르고 예전의 40대와 지금의 40대가 다르다. 4.19때 민주주의를 위해 국가를 위해 일어섰던 고등학생들과 지금의 고등학생들도 다르다.

지금의 20대는 이 사회에서 사회 구성원으로 서기 위해 이전 20대들이 그랬던 것과는 다른 방식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대학에서 학생운동이 쇠퇴하고 대신에 공부에 더 신경쓰고...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그럼에도 나름 운동하겠다는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알아서 열심이다. 이명박이 자꾸 짜증나게 구니까 야당 밀어주기도 하고...각자 알아서 잘 살고 있다.

386과의 연대니, <88만원세대>가 말한것처럼 짱돌을 들고 저항이니...다 불쉣이다. 20대가 자기들보다 한참 위...사회나가서 아부떨어야하는 상사들과 무슨 연대? 그리고 20대가 바본가? 짱돌을 들고 저항해서 뭘 어쩌자는? 20대가 짱돌들고 저항하면 없는 직장이 짠~하고 만들어지고 고연봉을 보장해주나?


20대가 자기(?)들이 원하는 정치세력에게 표 던지지 않는것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된(혹은 반대로 원하는 정치세력에게 표 던지는 것에 대한 기쁨에서 시작된), 삐딱한 20대론은 허접하다. 게다가 20대면서, 저런 20대 담론에 심취해서 20대라는 '세대'로서 뭘 해보겠다는 애들도 미안하지만 진짜 모지리같다. 20대가 아이돌 가수에만 열광한다고 욕하던 30대들도 똑같이 '삼촌팬'이 되서 소녀시대 다리보고 헥헥대고, 386부모를 둬서 깨어있다는 10대들은 여전히 아이돌 가수들의 충실한 빠순이들이다.

20대에게 어떤 정체성을 자꾸 부여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