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진보자유주의는 얼핏 봐서는 노무현의 좌파 신자유주의와 비슷하게 들리는, 진성 좌파와는 구별되면서도 진보적 색채를 띄는 성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간에 좀 어려운 얘기임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유시민이 철학 논쟁을 하고 싶어 진보자유주의라는 어려운 얘기를 꺼낸것일까? 진보자유주의의 정치사적 의의, 정치철학적 배경, 그런것들이 유시민의 관심사일까? 그럴리는 없다.

"진보+자유주의"라는 복합에서 알수 있듯이, 결국 이는 진보 좌파진영과 민주 개혁 진영을 동시에 대표하겠다는 권력의지의 표현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반mb연대의 이념판(版)인셈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결국 파급효과다.

일단 진보 진영에게 이는 노무현 시절의 진보와 개혁의 대립을 연상시키는 조어다. 거의 반사적으로 비판이 터져나올수밖에 없다. 거의 떡밥을 던져준 셈이다. 심지어 난닝구로부터 진보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걸 보면 진보진영과의 대립은 피할수 없어 보인다. 심상정 조차도 이 떡밥을 그냥 지나치는 것은 그나마 남아있는 신뢰를 깎아먹는 일이 될것이므로 꾸역꾸역 반론에 나설것이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진보연 한다는 사람들은 모두 달라들어 노무현 정부 시절에 신자유주의와 싸우던 심정으로 까댈것이 확실하다.

그래서 유시민이 얻는 효과는? 이익은? 별로 있는것 같지는 않다. 어차피 유시민은 진보진영에도 한발을 걸치고 상당한 존재감을 피력하고 있으므로, 논쟁의 대상이 되어서 추가로 얻는 이득은 없다. 오히려 진보쪽으로 기울던 이미지가 다시 보수쪽으로 선회하는 계기가 되어, 좌파들의 지지를 잃을수도 있다.


........그러나 유시민이 그렇게 멍청한 사람일까? 야비하긴 해도 멍청하지는 않다는 것이 나의 유시민에 대한 판단이다. 유시민이 이렇게 단순한 계산으로 진보자유주의를 말하는 것일까?

유시민이 이익을 얻는 경우의 수가 딱 하나 있다. 진보 자유주의를 가지고 기존 진보진영을 설득하는 것이다. 즉, 진보자유주의 패키지를 가지고 진보 진영과 타협해서 새로운 중도 노선을 관철해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시민은 좌파 진영을 재정비 해버리는 셈으로서, 거의 실질적으로는 진보 진영의 대표주자가 된다. 이로인해 유시민이 얻는 이익은 엄청나다. 당권은 진보인사에게 나눠준다 할지라도, 진보와 개혁의 상징자본을 동시에 갖게되고, 차기 주자로서의 지분을 독점하는게 가능하다.

자칭 "영남 개혁세력"에 한발을 걸치고, 좌파진보 진영에 한발을 걸친 유시민이, 좌파진보 진영을 재정비한다면? 유시민에 반대하는 진보진영이 떨어져 나가고, 영남 개혁세력과 유시민에 합류한 진보 진영과의 결합이 가능해진다. 이정도면 민주당과도 맞설수 있는 강력한 제3세력이다. 이 3세력이 대권 단일화를 가지고 민주당과 딜을 해서 유시민을 선출한다면?

나는 유시민을 싫어하지만, 유시민이 이 수준까지 일을 진행시킬수 있다면, 그 자체로 통을 먹을 자격이 있다. 그러므로 유시민의 미래는 유시민이 결정하는 것이다. "진보자유주의"라는 구심력으로 진보와 개혁을 통합하는 짱을 먹을것인가, 아니면 또 호남 기득권 타령이나 하며 분열을 부를것인가? 본인이 선택하고, 그 결과를 책임질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