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논의의 주제가 지역에서 정책과 이념으로 옮겨오는 것을 환영한다. 사실 이런 정상적 노선투쟁이 2003년에 있었어야 했다. 그래서 민주 개혁 진영이 지역이 아닌 이념의 영역에서 변화 발전했어야 한다. 자그만치 8년동안 지역을 둘러싼 투쟁을 함으로서 신민당에 뿌리를 둔 정통 보수주의가 새시대의 패러다임에 걸맞는 새로운 이념과 가치관으로 탈바꿈할 기회를 날려버린 셈이다. 이 비극을 불러온 사람들은 반드시 반성할일이다)

정동영의 부유세는 민노당의 부유세를 카피한 정책이라고 할수 있다. 표절 비난을 감수하고 부유세를 내세운 이유는 그만큼 파급효과가 큰 정책이기 때문이다. 욕을 먹든 비웃음을 사던 관심의 대상이 되는게 중요한게 현재의 정동영이다. 자극적인 그리고 표절인게 뻔한 진보 정책을 ,뻔뻔하다시피 내세우면서, 좋은 의미던 나쁜 의미던 관심을 끌어오는데 성공했다.

또한 정책과 이념 아젠다를 내세움으로서 기존의 호남 정치인 이미지를 불식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부유세를 내세운 정동영을 호남 정치인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뜬금없는 일이 될것이다. 그래서 정동영 비난은 당분간 부유세의 실현가능성이나, 정동영의 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식이 될수밖에 없다. 정동영이 만든 링위에서 싸워야 하는 셈이다.

그런데 부유세의 실현가능성을 진보 진영에서 따져 묻는건 자가 당착이다. 진보 진영은 어차피 실현가능성 보다는 옳고 그름을 중시해왔기 때문에, 부유세의 실현가능성을 가지고 정동영을 공격할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정동영의 진실성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친노에게 아킬레스 건이 될수 있다. "제가 열린우리당 시절에 잘못했습니다"라고 반성해 버리면 진보 진영은 머쓱해 하며 받아들일수 밖에 없고, 정동영은 자연스럽게 노무현 정부의 실정과 거리를 두고, 결국 남는건 친노와 진보의 대립구도 뿐이다. 어떻게 해도 정동영이 득점할수 밖에 없다.

정책 자체를 놓고 봐도 그렇다. 부유세라는 이름이 거창해서 그렇지, 사실은 세율 조정 정책이다. 민노당 주장 처럼 부자에게 대폭 세금을 늘리지 않고, 소폭 상승하는 식으로 현실적인 레벨에서 정책화할수 있다. 또 이와 함께 서민 세율을 낮춘다면 대중의 광범위한 지지도 얻을수있다. 그렇게 좌파적이지도 않으면서 의외로 대중성을 확장할수 있는 정책이다.

정책이 구현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정동영이 부유세 구현을 위해 민주당의 보수파와 싸우게 된다면 그것 자체로 이득이기 때문이다. 정동영은 민주당의 진보성을 담보하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되고, 정동영의 무게감을 고려해봤을때 민주당 좌파라는 상징자본을 독점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민주당 좌파, 486의 영역을 침범하는 셈이므로, 정동영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세 개편이 일어날수 있다. 이미 정동영의 부유세에 이인영이 합세했다. 민주당 486측으로서는 허를 찔린 기분이 아닐까? 이념과 정책 경쟁이 결여된 말뿐인 선명성 경쟁 , 단일화 논쟁을 하는 와중에, 난데없이 정동영이 진보 정책을 들고와 좌파행세를 하는데, 거기에 반대할수도 없고 오히려 말려들어갈수도 있으니...

또한 정동영 중심의 세 개편은, 반대로 손학규 중심의 세 개편을 의미한다. 정동영의 부상과 손학규의 부상이 동시에 일어나, 민주당의 세력을 진보와 보수로 양분한다면, 둘은 윈윈하면서 각자의 지분을 확대할수 있다. 벌써 손학규+정세균이 정동영+이인영의 부유세에 반대하고 있다. 손학규과 정세균이 연대한다면 무게중심은 확실히 손학규에게 쏠릴수 밖에 없다. 이념 아젠다에 손학규와 정동영이 합류할수록,  그 수혜자는 정동영과 손학규다.  혹시, 부유세 기획은, 정동영 단독 작품이 아닌것은 아닐까? ^^

정동영이 현 시점에서 "지역"이 아닌 "이념"으로 승부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부유세"라는 것은, 아주 적절한 선택이 아닐수 없다. 대중정치인으로서의 정동영의 전략적 능력을 다시 보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민주당의 볼륨 자체가 늘어날수 있다는 희망도 보인다. 이렇게 "이념"과 "정책"으로 승부하니 윈윈효과, 시너지효과가 생기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