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드는 생존경쟁이라는 적응과정을 약육강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씨앗을 주었다는 점에서 윌슨을 대단히 비판했습니다. (찰스 다윈, 한국의 학자를 만나다, 120, 최종덕)

 

윌슨은 친족 선택, 상호적 이타성, 집단 선택 등으로 동물의 이타적 행위를 설명하려고 했다. 약육강식의 측면만 부각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게다가 나는 굴드가 그런 식으로 윌슨을 공격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진화 생물학에 대한 최종덕의 무지를 고려해 보았을 때 최종덕이 전하는 이야기를 신뢰할 수 없다.

 

 

 

생물학으로 인간사회를 설명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인간이 갖는 자만 중에서 가장 심각한 자만에 해당한다는 것이 굴드의 생각이었어요. (찰스 다윈, 한국의 학자를 만나다, 120, 전방욱)

 

굴드는 사회생물학이 적응론(adaptationism)이라고 비판했다. 굴드는 적응론이라는 개념을 적응만능론이라는 의미로 썼다. 굴드가 생물학을 인간학에 적용하려는 시도 자체를 자만이라고 본 것은 아니다. 굴드는 사회생물학자들이 진화 생물학을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진화 생물학을 인간 사회에 잘못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을 뿐이다. 물론 굴드의 이런 비판은 대부분 헛소리다. 전방욱은 그 헛소리마저도 잘못 전달해주고 있다.

 

 

 

아까 굴드와 윌슨 사이의 논쟁, 진화를 보는 차이점을 간단히 이야기했죠. 자세히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전문적이라서 이런 자리에는 맞지 않을 것 같아서였는데, 그래도 중요한 문제인 만큼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듯해요.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이 굴드의 입장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인간이라는 종이 진화의 꼭대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찰스 다윈, 한국의 학자를 만나다, 149, 최종덕)

 

모든 생명은 장구한 생명의 시간 속에서 뻗어나간 진화의 가지에서 자기 몫을 각기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굴드의 기본 입장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인간만 잘난 게 아니라 모든 생명종이 동등하게 공존할 수 있고, 공존해야 한다는 거죠. (찰스 다윈, 한국의 학자를 만나다, 152, 최종덕)

 

앞에서 굴드와 윌슨 사이의 논쟁을 언급함으로써 마치 윌슨이 인간이라는 종이 진화의 꼭대기에 있다고 주장한 것처럼 암시하고 있다. 물론 굴드가 인간도 계통나무(phylogenetic tree)의 한 잔가지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것은 맞다. 하지만 윌슨도, 도킨스도, 이덕하도 그것에 동의한다. 현대 진화 생물학자들이나 진화 심리학자들 중에 그런 뻔한 이야기에 반대하는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그런 이야기는 창조론자에게나 들려주어야 할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덕은 사회생물학자들이 그런 황당한 이야기를 믿기라도 하는 듯한 암시를 주고 있다.

 

최종덕그렇기 때문에 인간만 잘난 게 아니라 모든 생명종이 동등하게 공존할 수 있고, 공존해야 한다는 거죠라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이것은 자연주의적 오류다. 인간 진화의 역사에 대한 과학적 사실로부터 다른 생물들과 공존해야 한다는 규범을 이끌어내는 것이 오류라는 말이다. 굴드 자신이 교권이라는 용어까지 쓰면서 이런 자연주의적 오류를 경계했다. 굴드의 표현대로 하자면 과학의 교권과 도덕의 교권을 마구 뒤섞으면 안 된다. 그런데 굴드를 높이 평가한다는 최종덕이 굴드를 인용하면서 그런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주류의 진화론은 자연선택의 메커니즘이 적응이라고 하는 데 반해 굴드와 같은 주장은 적응 외에 적응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생명종 존재의 발생학적 구조가 있다는 겁니다. (찰스 다윈, 한국의 학자를 만나다, 121, 전방욱)

 

자연선택의 메커니즘이 적응이라고 하는 데라는 구절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상한 표현을 즐겨 쓰는 전방욱이 하고자 하는 말은 사회생물학자들을 포함한 주류 진화론자들이 자연선택이 진화의 전부인줄 알지만 굴드가 다른 메커니즘도 있다고 지적했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실제로 굴드는 사회생물학자들이 적응만능주의에 빠졌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이것은 말도 안 되는 비판이다. 진지한 진화 생물학자들 중에 오직 자연 선택!을 외치는 사람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부산물, 잡음, 유전적 부동 등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저명한 진화론자가 누가 있나?

 

 

 

2010-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