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읽으니 더 우울해지는군요. 나이가 들어서인가 전 요즘 진보 개혁 진영 분들과 대화하다보면 오히려 벽에 부딪히는 느낌입니다. 실제보다 넷에서 더 그런 듯 합니다만.



1. 피의사실 공표 금지는 인권 차원의 문제다


가령 capcold님은 이렇게 말씀하시죠.


“제 상식에는, 뇌물 줬다는 사람의 이야기가 실제 정황 증거들을 통해서 성립이 된 후 정식 기소에 들어간 후 조사를 하고, 그 단계에 이를 때 언론에 공개되야 정상루트입니다”

저도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말이죠. 지금 이걸 부르짖고 계신 분들, 참여정부때 권력 쥐고 계셨을 때는, 그래서 그 당시 이인제나 이회창, 박주선, 김민석, 박지원의 피의사실이 마구 공표되면서 그들의 인권이 짓밟히고 있었을 때는 전혀 부르짖지 않으셨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는 거죠. 오히려 이인제, 김민석, 박지원등이 정치 탄압이나 망신주기라며 반발할때마다 욕지거리 퍼붓고 법 절차부터 따라라고 윽박지르시던 주체거든요. 그런데 막상 자기들이 피의자될 처지가 되자마자 갑자기 안하던 주장을 부르짖으니 사람들에게 씨알이나 먹히겠냐는 겁니다.


제가 말하는건 아주 간단한 문제예요. 자신들이 권력쥘 때 남에게 요구하던 상식은 자신들이 야당됐을 때도 일단 지키라는 겁니다.


이 이야기 왜 하냐면요, 사실 노무현이나 한명숙 측의 태도는 참여정부 이전 비리 정치인들과 표면적으로 아주 똑같아요. 가령 국민의 정부 시절 야당쪽 비리 정치인들이 어땠냐면요,  문제 되는 순간 “이건 망신주기다, 근거도 없는 주장으로 옭아매려 한다~~‘ 우기기, 그 다음엔 검찰 소환 거부하기, 그래서 최대한 수사를 질질 끌기, 이게 일반적인 패턴이었어요. 오히려 참여정부 당시엔 정치 개혁이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이전과 달리 비리 혐의 정치인들은 조용히 검찰청에 가는게 관행으로 되었지요. 그러다 친노 계열이 다시 옛날 스탈로 나오고 계시다는...--;;;


노무현 자살 보도가 나온 순간 남상국 사장 떠올린 사람 많았습니다. 저부터 그랬어요. 그러면서 마음이 많이 착잡해지더라구요. 그리고 이틀 뒤 분향하며 속으로 이제 다 잊으라고 읊조렸습니다. 저 말고도 많은 사람이 그랬을 거예요. 당신도 잊고 남사장도 잊고 나도 잊고 우리 모두 이제 잊자...



그런데 말이죠. 이 대목에서 ‘노짱님이 방송에 나와 남사장 언급한 건 옳고 한명숙 피의 사실 공표는 잘못됐어!’라고 부르짖으면 사람들은 실소할 수 밖에요. 섭섭할 지 모르지만 세상은 냉정해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치인들은 당사자라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정의라 착각하지만 대중은 초연하기에 더 냉정한 겁니다.



2. 한명숙 건은 정치 탄압이다.

예, 전 그럴 수 있다고 봐요. 확신은 없지만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왜? 예전 보면 언제나 우연의 일치처럼 구여권 세력 구속이 잇달았으니까! 그것도 언제? 멀리 갈 것도 없이 참여정부 시절에!


대북지원으로 구속된 박지원은 후에 개인유용 무죄 선고 받았죠? 박주선은 2번인가 세 번인가 무죄로 풀려났습니다. 김민석이 정치자금 문제된 건 우연으로 보이시나요? 이인제는 또 어떤가요?


제 말이 심하게 느껴지시나요? 참여정부 시절 하필이면 구민주당 계열 정치인들 상당수가 줄줄이 감옥간 건 정의의 구현이고 후에 무죄로 풀려난건 우연의 일치이며 오로지 친노 정치인들 사례만 정치 탄압으로 보이시나요? 전 별로 그렇지 않다고 봐요. 솔직히 도찐 개찐으로 보입니다. 저만 그렇게 보는게 아니라 상당수 사람들이 그렇게 봅니다. 다만 착시가 벌어지는건 구민주당 계열은 여론상 옹호 세력이 워낙 소수예요. 즉 참여 정부 시절 그들이 감옥간건 대놓고 옹호할 언론이 적었죠. 조중동은 당연히 깨소금 맛으로 지켜봤고 한겨레나 오마이는 분열됐습니다. 전 박지원의 개인유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던 오마이의 김당기자를 노빠들이 얼마나 증오하고 미워했는지 아주 잘 압니다. (직접 술자리에서 그들의 욕 레이스를 들었거든요.^^) 그래서 덜 부각됐을 뿐이죠.


사람들에게 ‘한명숙은 정치 탄압이다.’라고 말하면 상당수가 고개를 끄덕일 겁니다. 그렇지만 고개를 끄덕이던 사람들은 별로 분노하지도 않고 ‘원래 세상이 그런거 아냐?’할 겁니다. 왜냐? 진짜로 세상이 그러니까.--;;;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대중은 본질적으로 리얼리스트라고. 리얼리스트는 선의나 도덕 관념보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에 익숙한 존재입니다.


3. 5만불이란 금액이 이상하지 않냐?


전 별로 이상하지 않다고 봐요. 혹시 안희정의 향토 장학금 사건 기억나세요? 그때 안희정이 그 정도는 큰 문제 아닌줄 알았다고 했어요. 3억원 정도는 대가성이 뚜렷치 않으면 예전엔 관례적으로 문제 삼지 않았다는 거죠.


참여정부 거치며 정치인들의 비리금액 정도는 끝없이 떨어져 왔어요. 이건 개혁진영만 그런게 아니고 한나라당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령 이명박 무슨 친척이 사기친 정도와 과거 전두환 정권시절 전경환 쪽 비교해보세요. 이명박 친척은 명함도 못내밉니다.
--;; 최근 문제된 한나라당 의원도 겨우 1억이더군요. --;;;; 이거 참여정부의 업적입니다.


제 생각에-제발 아니길 바라지만-만약 한명숙 측이 5만불을 받았다면, 그건 대가성 전혀 없이 걍 기부금(?) 정도로 알고 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 사장 임명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을 테니까.(라고 정말로 믿습니다) 그런데 말이죠...로비는요, 받는 쪽보다 주는 쪽이 훨씬 더 치밀해요. 실제 영향을 미칠 쪽엔 확실히 뿌린 뒤에 한명숙 쪽은 걍 보험금 정도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커요. 줄 때도 무슨 남동 발전 이런 건 ‘ㄴ’자도 입에 올리지 않고 다른 명분을 들어 줬겠죠. 그러면 사장 임명엔 전혀 도움안될 사람에게 왜 주냐? 도움을 받으려고 주는게 아니라 나중에 문제될 때 발목 잡으려고 주는 겁니다. 그래서 말씀드렸죠? 보험금이라고. 이거... 실제로 물정 어두운 고관들이(?) 가끔 당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전 솔직히 ‘남동발전 규모가 어딘데 겨우 5만불이란건 어처구니가 없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은 좀 이 바닥의 무서움을 모르신다는 생각부터 들더라는...(죄송함다.^^)



4. 전 진중권이 무식해서 싫어요.


이 말이 안믿겨지실지 모르겠는데 전 정말로 진중권이 무식해서 싫어요. 그리고 무식한 진중권을 그저 인기있다는 이유만으로 대표논객으로 내세우는 진보진영이 점점 더 천박하게 느껴져요. 제 말이 심한가요? 기왕 말 나온 김에 솔직하게 하는 말입니다.


진중권이 무식하지 않은 것 같으세요? 아, 물론 진중권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무식한 사람과는 다릅니다. 그는 그래도 박사 코스까지 밟았고 좋은 대학 나왔고 외국어도 잘해요. 그런데요? 현대가 좋은 대학에서 박사 받았으면 낄데 안낄데 없이 나와도 좋을 만큼 만만한 시대로 보이시나요?


얼마 전에 대학 친구들 만났다가 재밌는 말을 들었습니다. 과거 노동운동하며 용접으로 먹고 살았던 친구가 그러더군요. 자긴 지금까지 신문 기사보면서 용접에 대해 제대로 쓴 기사 한번도 못봤데요. 실제로는 절단인데 그걸 용접이라 쓴다는 거죠.


무슨 말이냐? 대졸자 99프로는 용접에 대해 무식합니다. 이것부터 인정하는게 전 대학에서  배운 사람의 태도라고 봐요. 왜냐? 고등학교 때까진 배우는게 비슷비슷합니다. 수학 잘 한 애는 대체로 다른 과목도 잘해요. 서울대 공대 간 애의 국어 성적이 3류 대학 국문과 간 애보다 더 좋을 거예요.


그렇지만 대학부턴 배우는게 달라집니다. 서울 공대 간 애는 이제 3류대학 국문과 애보다 맞춤법을 모르기 시작하죠. 아무리 고등학교때까진 공부를 더 잘했어도 전공이 다르면 그 전공에 관한한 상대를 인정하는 태도가 전 정말로 대졸자라면 당연히 갖춰야할 자세라고 봅니다.


그런데 진중권 보세요. 미학 전문가가 영화 평론도 쓰고 경제 토론에도 나오고 심지어 광우병 같은 과학 토론에도 나옵니다. 그뿐만이 아니예요. 자신과 다른 전공자를 존중하긴 커녕 함부로 비웃고 경멸해요.


여러분은 이게 통쾌하고 마냥 좋은 것 같으세요? 그가 진보라는 이유만으로요?


전 그런데 그가 정말 무식하게 느껴지거든요? 그의 영화평론 읽어봤어요. 솔직히 말해서 제 눈엔 대학 영화 개론 수업들은 명문대 학생 리포트 수준으로 보이더군요. 자신의 평소 미학관과는 맞지도 않은 필름 아트 부지런히 인용하는 것부터 웃겼습니다. 그리고 디 워에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 들이댄 거. 그것도 사실 무식한 짓이예요.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리얼리즘의 틀이지 스토리 일반의 기준은 아닙니다. 디 워는 애시당초 리얼리즘과는 담쌓은 장르니 거기에 맞는 틀을 갖고 비판해야죠. 가령, ‘허드서커 대리인’이나 ‘인생의 의미’같은 걸작 영화도 마음껏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비웃습니다. 



물론, 상대 변희재는 더 큰 뻘짓을 했기에 진중권은 문제되지 않고 넘어갔습니다만...(이런거 보면 누가 더 뻘짓 안하나로 승부가 갈리는건 정치판만 아니라는.--;;;;)


그 뿐인가요? 예전의 경제 토론에서도 전 웃었어요. 누가봐도 진중권은 장하준의 상대가 되지 않죠. 이건 진중권이 무식하고 아니고가 아니라 전공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거예요. 그런데 진중권은 무조건 장하준을 깎아내리고 조롱 못해 안달이더군요. 그런데...그 뒤에도 무슨 인터뷰 말미에 장하준 공격하는거 보고 정말 씁쓸하더군요.


광우병때도...여러번 말씀드렸지만 ‘99.9프로 안전하다는데 그러면 4천 5백만명이 먹으면 4만 5천명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심각하지 않다는 거냐?’라고 이야기하는데 정말 돌아버리는줄 알았습니다. ‘이 사람, 과학 철학 개론도 안읽었거나 읽었어도 이해 자체를 못하는 돌대가리 아닐까?’했어요.


도시계획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알기로 청계천도 그렇고 광화문 광장도 그렇고 비판하는 사람은 많지만 전문가 중에 그렇게 함부로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래서 혹시나 싶어 바람계곡님의 멘트를 끌어냈다는.^^;;;) 그건 그럴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왜냐? 사실 둘 다 진보 진영쪽에서 먼저 이야기했던 거거든요.--;;;;


어느 분은 이렇게 말씀하시는데요...


“계획도 철학도, 심지어는 절차도 없이 무작정 삽질하고 보는거에 대해 비난하지 않을 정도로 무덤덤해지는 것”


정말로 저쪽이 계획도, 철학도, 절차도 없이 무작정 삽질한다고 보세요? 전 별로 그렇지 않다고 보거든요. 아니,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노무현이나 열우당도 그런 측면에서 별로 자유롭지 않다고 보거든요?


아닌 것 같으세요?


한번 행수 이전과 비교해볼까요?


행수 이전, 제일 처음엔 대선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노무현 후보가 제안했죠. 이때까진 별로 문제가 없었어요. 왜냐면 그 이전에도 공약으로 많이 나왔고 심지어 박정희도 계획했었으니까....


그런데 그 뒤에 어떻게 수도 이전으로 비약했죠? 애써 지우지 않았다면 다 기억하실 겁니다. “국회의사당 뭐 이런 나쁜건 다 충청도로 보내버립시다!”


유세 중에 행정수도가 갑자기 수도 이전으로 바뀐 겁니다. 국민적 논의 거쳤나요? 어떤 절차 거쳤죠? 아하, 대선에서 노무현이 이겼으니까 국민들이 동의해준 겁니까?


그러면 이명박도 대선 이겼으니까 대운하는 국민들이 동의해준 거라고 봐야 하나요?


그리고 이명박을 토건족이라고 비판하는 거, 저 사실 이 것도 좀 갸웃해요. 아니라는게 아니예요. 제가 갸웃하는건 그러면 그 어마어마한 규모의 수도 이전이나 혁신 도시 등은 뭐냐는 거죠.


아시나요? 저 두 사업으로 뿌려진 토지 보상금만-노무현 스스로 밝힌게-110조입니다. 반면 이명박이 추진하는 4대강이나 기타는 아마 보상금이 40조에 불과할걸요?


심지어 노무현 스스로 과다한 토목건설이라는 비난에 대해 ‘발상을 바꿔봐라. 건설이 바로 우리의 차세대 성장엔진이다~’라는 식의 발언까지 했었죠. 프레시안은 노무현 정부때도 이 점을 들어 토건족이라 비판했으니 지금 프레시안이 이명박 정부를 토건족이라 비판하는건 이해가 되요. 그렇지만 한겨레나 오마이는 뭐냐는 거죠.


자신들이 동의하는 명분하의 건설 사업은 토건족과 관계없고 싫은 놈 건설사업만 토건족에 해당되나요?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고 띄엄띄엄 하던가요?


제가 바람계곡님과 서울시 도시계획에 대해 잠깐 토론한 적이 있어요. 뭐 토론이 아니라 제가 범생처럼 묻고 계곡님이 친절한 교수님처럼 강의하는 식이었죠. 전 계곡님의 쉽고 친절한 설명을 듣다보니 지금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서울시 개발 프로젝트가 절대로 만만치 않다고 느껴지던데요? 지금 이명박과 오세훈 정부의 서울시 개발을 비판하는 분들은 최소한 바람계곡님 이상으로 공공 디잔이나 도시 계발에 대해 알고 비판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한나라당이 하는 일이니까 절대로 그런 게 있을리 없어’라는 선입견이나 아니면 ‘유럽이나 미국은 몰라도 한국은 후진국가니까 절대로 그럴 리 없어’라는 관념으로 그러시는 건가요?


이야기가 마구 새는데 진중권 같은 사람이 전공불문하고 이 세상 모든 일의 전문가로 행세하는 좌파 진보 개혁 세상은, 전 보고 싶지 않아요. 왜냐구요? 망할 거니까. 그런데 볼 일 체가 없을 거예요 왜냐면 대중은 진중권보다 훨씬 똑똑하거든요. 노무현 정부 당시 꽤 인기있던 진보진영이 괜히 쪼그라든게 아닙니다. 기회를 줬건만 더 좋은 도시계획을 내놓을 생각은 않고 허구헌날 남 비웃고 낄데 안낄데 가리지 않고 자기가 만물박사인양 잘난 척이나 해대니 돌아선 겁니다.


ps 1 - 이벤트는 이벤트가 벌어졌을 때 판단해야죠. 제 생각에 스키 점프대, 막상 이벤트 벌어지는 순간 비웃던 사람들이 거꾸로 상상력 부족이란 비판에 놓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봅니다. 왜냐구요? 사실 그런 이벤트, 유럽에서 많이 했고 어느 정도 검증된 방식이거든요.^^


2. 전 예전에 ‘일본은 어떤데 말이야, 이놈이 조선 놈들은...’ 떠드는 노인 세대가 싫었고 ‘미국은 선진국인데 말야, 한국은...’ 떠드는 아버지 세대도 짜증났는데 요즘 ‘유럽은 문명국가라서 이런데 말야, 한국은 야만국가라서...’ 떠드는 우리 세대도 참 같잖습니다.


3. 심지어 4대강도 원래는 젊은 학자들 사이에서 물부족 해결을 위해 제기됐던 안이 원안이라는 설이 있더군요. 전 저쪽 진영의 학습능력이 놀랍고 무서워요. 그런데 이쪽 진영은 뭘 믿고 허구헌날 조롱과 비웃음, 대중에 대한 경멸만 내놓으며 게으픔 피우는건가요? 한국 사회는 야만이네, 먹고 살기도 힘드네 개탄하지만 실제로는 먹고 살만하거나 배부르게 그런 거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