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의 자숙을 끝내고 복귀합니다.
복귀 신고의 글로서는 뒷북치는 감이 있긴 하지만, 징계기간 동안 안철수의 민주당 합당 선언에 대해 써 놓았던 글을 늦었지만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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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끝났다


                                                                     2014.3.3


3.1절 한낮의 속보로 뜬 민주당과 새정치연합과의 합당 발표는 뜬끔없기는 했지만, 사실은 안철수의 역량이나 그릇, 정치철학으로 보아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생각한다.

안철수는 국민들이 새정치에 대한 갈구를 안철수를 수단으로 해서 표현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안철수 자기 자신이 곧 <새정치>인 줄 줄곧 착각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염증을 느낀 제3의 정치세력이나 국민이 새정치라는 software를 장착할 hardware로 안철수를 요구했고 안철수에게 그것을 시현해 줄 것을 기대했는데, 안철수는 새정치를 구현할 hardware 장치(조직, 정치이념의 구체화, 정책 개발)들을 개발하는 것을 중도에 포기하고 민주당이라는 hardware로 갈아탔다.

이번 합당 발표로 안철수는 끝난 것이며, 민주당도 더 나락으로 빠질 것이라는 것이 내 예상이다. 이런 예상의 근거를 말하기 전에 먼저 이번 합당과정에 나타난 큰 문제점을 하나 짚고 넘어가야겠다.


1. 합당 발표까지의 비민주성

126석을 가진 제1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이고 새정치를 추구한다는 안철수의 새정치연합이 합당을 하면서도 내부 논의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을 제대로 지적하는 언론이나 진보진영이 없다는 것이 놀랍다. 어떻게 각 당의 수장이나 몇몇 측근들이 합의하고 당원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원내 의원들과도 사전 협의도 없고(원내대표인 전병헌도 몰랐다 한다), 새정치를 한다면서 영입한 공동위원장(이계안, 김성식, 윤여준 등)들과도 한마디 상의 없이 최측근에게만 알리면서 합당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결정하는 그 배짱(?)이 기가 막힌다. 이것이 새정치를 추구하는 안철수식 민주주의이며, 박근혜를 불통으로 몰아붙이는 김한길의 소통방식인가? 더욱 놀라운 것은 자기 멋대로 합당을 결정한 두 사람은 그렇다 쳐도 민주당 내 의원들이나 민주당 당원들, 그리고 그렇게 민주주의를 외쳐대던 자칭 진보진영이 이번 합당방식에 꿀먹은 벙어리라는 것이다. 안철수에게 기대를 걸고 새정치를 염원했던 안철수 지지자들의 다수도 안철수의 합당에 실망을 표시하지만, 그 합당방식에는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들은 안철수에 대한 배신감이 커 그 과정의 반민주적 문제가 보이지 않아 이해되기는 하지만, 민주당 의원(일부는 과정에 반발하기는 했다)이나 민주당 당원들, 자칭 진보세력 및 자칭 진보언론들이 이에 대해 언급이 없다는 것은 신기할 따름이다.


2. 야권은 이번 지선에서 연대보다 합당이 더 불리하다

김한길이나 안철수, 언론이나 많은 사람들이 이번 합당으로 인해 6.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불리해질 것이라 말하지만 필자는 오히려 그 반대일 것이라 예상한다. 박원순(서울), 김상곤(경기), 오거돈(부산) 등 야권 지자체 후보들이 이번 합당으로 여야 양자구도가 됨에 따라 야권 표의 분산이 없어져 유리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될까? 필자는 이번 합당으로 새정치연합(안철수) 지지자 중에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등을 돌릴 것이라고 본다. 새정치연합이나 안철수를 지지한 사람들은 대의나 명분에 민감한 사람들이다. 이번 합당 발표로 이들이 안철수나 합당한 정당을 지지할 명분을 잃었고, 또 주변의 새누리당 지지자들이나 대중들에게도 면목이 없게 된다. 이 중 보수적 성향의 사람들은 새누리당으로 돌아설 것이고, 반새누리당 정서가 강한 사람들 중에도 합당한 정당에 투표하기보다 기권하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2월말 현재 민주당 지지도는 13.3%, 새정치연합 19%, 새누리당은 47%에 이른다.(리얼미터 조사) 새정치연합 지지자(19%) 중에 절반(9.5%)은 합당한 정당에 표를 주겠지만, 나머지 절반인 9.5% 중, 그 절반인 4.75%는 새누리당으로, 4.75%는 무당층의 기권표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렇게 되었을 경우 새누리당은 51.75%, 합당한 정당(민주당+새정치연합)은 22.8%가 될 것이다. (이번 주의 각 정당별 지지도를 보면 대충 내 예상이 맞는지 알게 될 것이다. 주초의 여론조사는 합당선언에 따른 반짝효과로 신당의 지지율이 내 예상보다 높게 나올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 예측에 수렴할 것이다)

만약 3.1의 합당 발표가 없었다고 하고, 새정치연합이 독자적으로 6.4지선에 임하되,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연대한다고 했을 때는 어떨까? 물론 연대에 대해 국민들이 식상해 해 그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겠지만, 명분과 대의는 살아 있어 적어도 새정치연합(안철수) 지지자들이 새누리당으로 발길을 돌리거나 무당층 기권표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새누리당 47%, 민주당+새정치연합 32.3%로 야권 단일후보로 내는 인물이 경쟁력만 있다면 새누리당 후보와 경쟁해 볼만한 구도가 된다. 하지만 합당 후의 예상되는 지지도를 보면 새누리당이 합당한 정당보다 두 배 이상 앞서는 상황에서 6.4 지방선거에서 합당한 정당이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까? 이번 6.4지선에서 야권에게는 합당이 연대보다 오히려 불리하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3. 새누리당에게 먹이감을 던져주었다

통상 지선이나 총선은 현정권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하며 역대 지선, 총선이 그런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물론 이번 지선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워낙 높아(60%) 정권심판론이 잘 먹히지 않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야권이 여권을 공격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합당으로 인해 여권(새누리당)은 야권을 <새정치 사망과 야합>으로 공격할 명분을 얻었고 이 프레임을 이번 지선에서 밀고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야권이 여권과 현정권을 비판할 공간을 주지 않게 될 것이며, 어지간한 여권의 실수도 이 프레임에 갇혀 희석되고 말 것이다.

이러한 여권의 공격은 당연히 예상되는 것이지만, 합당한 정당 내의 불협화음도 여권 공격 못지 않게 야권을 힘들게 할 것이다. 당장 민주당을 비난하면서 탈당하여 새정치연합으로 옮긴 전 민주당 당원이나 6.4 지선 출마를 꿈꾸었던 사람들은 친정으로 돌아갈 명분도 없을 뿐아니라, 설사 돌아간다 한들 기존 민주당 사람들과의 관계 회복도 어려울 것이고, 기존 민주당 사람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당의 지분싸움이 본격화되면 어떤 돌발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4. 합당의 명분이 된 기초 선거 공천 폐지의 효과는?

김한길과 안철수가 합당의 명분으로 삼은 것이 기초의회 의원과 기초단체장의 공천 폐지 합의이다. 새누리당이나 박근혜도 약속한 것임으로 일단 약속 이행을 하지 않은 새누리당과 박근혜는 당연히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공천 폐지를 이행하는 민주당이나 새정치연합이 명분을 획득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안철수가 민주당의 구태를 비난하고 연대는 없다고 누누이 강조한 것에 비해 합당의 명분으로 삼은 기초선거 공천 폐지 합의는 좀 궁색해 보이지 않은가?

그런데 국민들은 기초선거의 공천 폐지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있어 하고 공천폐지에 공감을 할까? 공천을 폐지하면 정치신인의 등장이 쉬워지기는 하겠지만 우리나라 지방의 현실에서 공천할 때와 비교해 나아질 수 있는 것이 있을지 의문이다. 무공천한다고 해서 호남지방에서 새누리 성향의 인물이, 영남지방에서 민주당 성향의 인물이 나올 확률이 얼마나 높아질까? 물론 공천시보다는 그 확률이 높아지겠지만 현재의 기초의회나 기초 자치단체가 갖고 있는 문제점이 해결될까? 지금 지방의 기초단체나 의회는 지역 유지들에 의한 짬짜미가 가장 큰 문제다. 지금 국민들은 기초의회에 대해 회의적이다. 지방이나 시도를 가면 쓸데없이 의회건물을 삐까번쩍하게 신축해 놓고 몇 되지도 않는 의원들을 위해 호화스런 공간을 제공하고 세비 뿐아니라 출장 등의 활동비도 지방 주민들의 세금으로 지급한다. 그들의 활동이란 지자체의 감시보다는 지자체장과의 음흉한 상부상조에 이용되고 있다. 그래서 대다수 국민들은 기초의회의 공천을 떠나 아예 기초의회 자체를 없애버렸으면 한다. 대신 광역의회와 기초의회를 통합해서 광역의원이 기초의원 역할을 함께 하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된다. 저는 새누리당이 제안했던 정당 공천은 그대로 하되, 서울시를 포함한 광역시의 경우는 구의회를 없애고 시의회를 강화하는 방안에 찬성하는 편이다. 이렇게 광역시 단위에서 시작하고 그 효과여부를 점검하여 차츰  도단위의 기초의회도 없애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기초선거 공천폐지를 할 경우, 현재 여야의 정당원으로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정당을 탈퇴해야 하는 번거러움만 생길 뿐, 설사 정당을 탈퇴하더라도 그 사람들의 성향이나 전 소속 정당에 대한 애정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실제적으로 정당 공천하는 것과 다를 바도 없다. 이들이 당선더라도 어차피 그 성향에 따라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회 활동을 할 것임으로 예전과 달라지는 것은 없으면서 오히려 정당의 책임정치만 실종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렇게 기초의회나 기초자치단체장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기초선거 공천 폐지 이행에 대한 평가가 어떨지는 모르겠다. 물론 기초선거 공천 폐지의 실효성을 떠나 약속을 이행한다는 측면에서 김한길이나 안철수가 평가받아야 하겠지만, 이것도 자기 당의 지지율이 여당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에 있는 민주당이나 인물난을 겪고 있는 새정치연합에서 강조하는 것이라 이들의 이해득실을 계산한 수라고 볼 수 있어 그 가치가 퇴색하는 것도 사실이다. 기초선거 공천을 하지 않을 경우, 지지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인물이 풍부한 새누리당은 불리하고, 그렇지 못한 민주당이나 새정치연합은 유리하기 때문이다. 김한길이나 안철수의 기초선거 공천폐지가 지금과 반대 상황에서 이루어졌더라면 명분이 지금보다 훨씬 살았을 것이다.

기초선거 공천폐지를 선언한 민주당이나 안철수가 신당으로 창당한 뒤에 기초의원 비례대표에 대해서는 공천할지 궁금하다. 비례대표 공천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았는데, 만약 비례대표는 공천을 한다고 하면 이것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취지에 부합하는 것일까? 기초선거 공천폐지를 실행하려면 먼저 선거법을 개정하여 기초의원 비례대표를 없애는 것이 우선 아닐까? 비례대표는 여성, 소수자를 대변할 기회가 되고, 군소정당의 기초의회 진입기회도 되는 긍정적 기능이 있는데 없애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모르겠다.


5. 안철수는 끝났다

필자는 이번 합당발표를 결과적으로 환영하는 바다. 거품만 끼었고, 정치철학도 빈곤하여 자칫 우리 정치계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안철수 변수가 이번 합당발표로 사라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안철수는 끝났다.

안철수가 민주당과 합당한다고 한들 거기에서 자기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까? 지역 기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믿을 것은 새정치를 갈구한 지지자였는데 그들이 무슨 명분으로 신당 내의 안철수를 밀어주고 힘이 되어 줄 수 있을까? 안철수 믿고 민주당과 새누리당 탈당하고 새정치연합에 들어갔는데 아무런 상의도 없이 뒷통수 치는 안철수에 대한 믿음이 이들에게 있을까? 안철수의 행보를 지켜본 민주당 사람들도 언제 뒷통수 칠지 모르고 입장 바꿀지 모르는  안철수를 지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친노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진보 성향이 강한 사람들도 안철수를 밀기 힘들텐데 합당한 정당에서 안철수가 얼마나 세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 보는가? 6.4 지선에서 패해도 민주당이야 안철수 변수를 잠재운 것으로 나름 소득이 있어 밑져야 본전이겠지만, 안철수는 그것으로 끝나고 합당한 정당에서도 용도 폐기되는 수순만 남을 것이다.


6. 안철수는 왜 합당에 동의했을까

필자는 안철수가 이번 합당에 동의한 것은 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인재는 모이지 않아 돌파구를 찾은 것이라고 보지만, 안철수가 자기 자신을 내던질 의지나 각오만 있었다면 긴 호흡으로 새정치를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 새정치를 갈구하는 제3세력의 지지는 여전했다. 그런데 안철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물론 예상된 일이긴 하지만. 안철수의 성향이나 성격, 정치철학(정치철학이라고 할 건 없지만)으로 볼 때 자기를 내어 놓거나 손해를 보는 것을 두려워 한다. 손익계산의 두뇌 회전은 빠르지만 정치는 도박이 필요할 정도로 결단을 요구하는데 안철수는 얻을 이득과 투자할 비용을 두드려 보고 새정치연합을 창당하는 것보다 민주당으로 들어감으로써 자기가 들여 할 비용을 아낀 것이다. 한마디로 자기 돈이 들어갈 창당이 성공할 가능성보다 Risk가 크다고 생각한 것이다. 지금까지 안철수는 얻은 것만 있지 잃은 것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얻을 것보다는 비용 등의 잃을 것은 훨씬 많다는 것을 인지한 안철수가 방향을 튼 것이라 본다. 지지자들이야 낙동강 오리알이 되든 말든.....

안철수는 앞으로 닥칠 자신의 운명에 대해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계산한 후에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 이행이라는 명분을 삼아 이름 그대로 철수할 타이밍을 지금 잡은 것이라고 본다. 의사 철수, CEO 철수, 교수 철수, 서울시장 철수, 대선후보 철수, 새정치(연합) 철수라는 철수 붙이기 놀이가 세간에 회자된다고 한다. 이번 합당이 결국은 이름 그대로 <철수의 철수>의 대미를 장식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