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두 편의 영화와 그 안의 정치성 1


- <포레스트 검프>와 <아이앰 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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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레스트 검프>의 포스터. 의자에 앉은 포레스트에게 깃털이 날아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1. 최고의 상업 영화를 뽑아보라면......

예전에 어떤 영화학과 교수님이 최고의 상업영화 시나리오의 교본으로 픽사(pixar)d의 작품을 꼽는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사실 그렇다. 픽사의 경쟁우위는 바로 생생한 캐릭터라이징과 스토리텔링이다. 상업영화에서 최고의 경쟁력은 서사물로서의 특장점을 살리는 것이라는 것을 픽사는 결코 잊지 않는다.


하지만 내게 만일 최고의 상업영화를 골라보라고 한다면 얼른 <포레스트검프>를 뽑을 것이다. <포레스트 검프>는 웰 메이드 상업영화가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갖춘 영화다. 훌륭한 각본, 감칠 맛 나는 대사, 뛰어난 연기, 멋진 카메라 워크.......


<포레스트 검프>의 가장 영리한 전략은 이 영화가 실상은 로맨스 영화라는 것이다. 한 여인과 한 남자의 영원한 사랑. 이 속물들의 세계에서 심금을 울리는 순박한 사랑을 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잘생기고 똑똑하고 부자면서 여자만을 줄곧 사랑하는 순박한 미국 남부 청년과 그 청년의 사랑을 받으면서 방황하는 한 여인? 오 마이 갓! 요즘 시대에 이런 이야기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소한의 리얼리즘조차 확보하지 못하면서 어찌 관객을 몰입시키랴.


그러나 걱정 마시라. <포레스트 검프>는 남자 주인공을 ‘바보’로 설정함으로써 훌륭하게 설득력을 얻는다. 그는 전쟁영웅이면서 성공적인 사업가이면서 동시에 일평생 순정을 간직한 남자다. 관객들은 이 설정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2. 내 안에 너 있다?

<포레스트 검프>는 명대사들로 가득하다. 그 중에서 내 기억에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대사를 말해보자면 단 두 단어. 포레스트의 “You were."


병상에 누운 제니에게 포레스트는 자신이 미국 대륙을 뛰면서 본 아름다운 풍경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하늘이 비치는 호수, 붉은 놀이 지는 평원......

“어디에서 하늘이 끝나고 어디에서 땅이 시작되는지 알 수가 없었어. 너무나 아름다웠어. I couldn't tell where heavens stopped and the earth began. It was so beauti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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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프가 말하는 하늘과 땅의 경계를 알수 없는 풍경....>

그러자 제니는 말한다.

“너랑 함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I wish I could have been there with you.”

포레스트는 조용히 말한다. “넌 함께 있었어. You w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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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함께 있었어... 라는 포레스트의 말을 듣고 제니는 조용히 그를 바라본다>

이 대사를 떠올릴 때마다 한국 드라마에서 유행시킨 “내안에 너 있다.”라는 대사의 유치함이 함께 떠오른다. 그렇게 직설적으로 내 뱉을 수 밖에 없었나. 일생을 건 사랑을 묘사하는 대사는 그 밖에도 많다. 바보도 그 보다 낭만적으로 말할 줄 안다네.


3. 깃털을 줍는 남자, 포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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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되면 피아노선율과 함께 날려오는 깃털>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포스터에는 깃털이 나온다. 영화가 시작되면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을 타고 깃털이 미풍에 날려 온다. 깃털은 하늘에서 내려와 교회의 첨탑아래를 지나 지나가는 한 남자의 어깨에 살짝 닿았다가 멈춘 자동차의 본네트를 어루만지고 포레스트의 발밑에 내려 앉는다. 포레스트는 허리를 숙여 깃털을 줍고 조용히 바라보다가 그림 책 속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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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숙여 깃털을 줍는 포레스트. 아무도 하늘에서 내려오는 깃털을 보지 않지만 그는 그것을 줍기 위해 허리를 숙인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포레스트는 자신의 아들을 버스에 태운다. 그 때 깃털은 떨어져 미풍을 타고 천천히 하늘로 날려가며 영화는 끝난다.


이 깃털은 뭘 의미하는 것일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인연의 힘, 혹은 사랑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비록 깨닫지 못한다고 해도 우리를 감싸는 부드러운 미풍과 같은 사랑의 힘이 존재하고 있다고. 그래서 바람이 불면 살짝 우리의 어깨를 스쳐가며 세계를 이어주고 있는 보드라운 깃털 같은 그 섭리를 느껴 보라고. 혹은 포레스트처럼 땅에 떨어진 그 깃털을 주어 보라고. 영리하고 바쁜 일반인들은 이 부드러운 바람과 깃털을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포레스트는 허리를 숙여 그 깃털을 줍고 그것이 그의 성공과 행복의 비결이라고.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그래서 깃털은 하늘에서부터 교회의 첨탑을 거쳐 바닥까지 내려 온 것 아닐까?


포레스트는 말한다. “모든 것에는 운명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바람에 날리는 것처럼 모두 떠다니는 것일까? 두 가지 다 맞다고 생각해. 두 가지가 다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 인생인 것 같아.”


이 말은 삶의 불가해성에 대한 멋진 아포리즘이다. 삶은 운명인 동시에 우연성의 집합이다. 빛이 입자인 동시에 파동인 것처럼 영원히 해결 불가능한 모순이 현재라는 영원과 순간의 접합점에서 통일되는 현상, 그것이 바로 삶 아닐까?


4. <아이앰 샘>, <포레스트 검프> 속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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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앰 샘 I am Sam>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정확하게 <포레스트 검프>의 속편이다. 버스가 떠나고 깃털이 포레스트를 떠난지 약 2년 후의 세상을 그리는 영화다. 그 사이에 조엘 할리 오귀먼트가 맡은 역할을 또 한명의 천재 아역 다코다 패닝이 맡았다는 것이 차이랄까. 조엘 할리 오귀컨트는 너무 자라 버렸고 <식스센스>를 찍고 난 후 밀려드는 시나리오에 정신이 없기도 했을게다. 어쨌든 덕분에 아이의 성(sex)이 바뀌었다.

속편답게 두 영화의 메시지는 같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능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 아무리 똑똑하고 유능해도 사랑에는 무능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랑만이 삶을 행복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

포레스트와 마찬가지로 샘은 세상의 헛 똑똑이들보다 사랑을 나누는 것에는 훨씬 유능하다. 그래서 포레스트와 마찬가지로 세상의 똑똑이에게 오히려 가르침을 베풀고 자신의 사랑을 지키는 데에 성공한다. 똑똑한 변호사 리타 해리슨(미셜 파이퍼 분)도 루시를 키우고자 했던 ‘정상적인’ 양부모도 샘의 사랑에 눈물을 흘리며 굴복하는 것이다. 비틀즈의 멋진 음악과 괜찮은 조화를 만들어서 관객에게 동의의 끄덕임을 얻는데 성공한다.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