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삼성의 유착관계를 언급하니까, 자꾸 국민의 정부와 김대중을 끌고와 물타기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좀 이해가 안됩니다. 왜냐하면 국민의 정부가 특정 기업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거나 유착을 한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말하는 삼성과의 유착이라는게 일반적 의미에서의 정치자금 헌납이나 비리는 아니지 않습니까? 기업에서 돈 받아먹는 식의 단순한 비리사건이 아니라, 국가 아젠다 세팅 과정을 특정 기업에게 맡겨버리고, 대통령이 나서 비리를 옹호하는, 국민이 개혁하라고 뽑은 참여 정부가 우리 사회 기득권의 대표 주자라고 할수 있는 삼성에 앵겨붙어버린 일이기 때문에, 친노 진영은 물론 진보 개혁 진영의 정체성 자체에 심대한 타격을 가해버린 일이 되는 겁니다. 이 사건이 정말 대통령 아들이 돈 받아 먹은 거랑 질적으로 양적으로 같은 사건으로 보시는 지요? 차라리 노무현이 이건희한테 백억, 천억 받아먹은 사건이었으면 욕 몇번하고 끝내버렸을 겁니다.

재벌 세력이 금권을 동원해 국민이 뽑은 행정부를 장악하고, 정책을 좌지우지 하고, 관료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고, 급기야는 사법부까지 장악하는, 이런 심각한 금권 지배의 현상이 삼성을 통해 구현되었는데, 개혁하고 민주하라고 뽑은 노무현 정부가 거기에 저항하기는 커녕, 오히려 적극적으로 유착하고 동조해버렸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겁니다. 배신도 이런 배신이 없는 겁니다. 이건 김대중이도 전두환 박정희 못지 않게 해쳐먹었다, 민주당도 지역주의다, 요런거하고는 아예 차원이 다릅니다.

그러니까, 김대중도 돈 받아 먹었다는 얘기 해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그런 얘기는 "노무현이 돈 받아 먹었다"는 얘기에 대한 반론은 되지만, "노무현이 삼성에 붙어먹었다"라는 얘기하고는 상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국민의 정부도 삼성한테 돈 받아 먹었다"는 얘기 역시 "참여 정부가 삼성한테 받아먹었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이지, "참여 정부가 삼성과 유착했다'는 주장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김대중과 국민의 정부로 물타기를 하려면, 그냥 일반적인 비리나 정치 자금 사건이 아니라, 국민의 정부가 삼성을 비호하고, 국민의 정부 실세가 삼성 사람을 적극 기용하려 하고, 국민의 정부가 삼성의 도움을 받아 아젠다를 세팅하고 정책을 마련한, 그런 사례들을 가져와야 합니다. 즉, 국민의 정부 운용에 있어서 삼성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증거를 가져와야 합니다. 그런 얘기 외에 다른 얘기는 그냥 물타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