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은 이미 죽은 사람이다. 즉, 차명계좌 사건의 몸통이 되는 사람이 이미 죽어버린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이 정치권을 달구는 빅 이슈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무현이 수사를 받을 당시를 되돌이켜 보면, 촛점은 분명 이명박 정부의 정치 보복에 맞춰졌지, 노무현이 저지른 비리가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다. 정부와 검찰로서는 깨끗한 이미지의 노무현의 비리를 캐냄으로서 노무현 개인은 물론 친노 진영에 타격을 가하고자 한것인데, 대중의 반응은 예기치 않은 것이었다. 깨끗한 이미지의 대통령이 알고 보니 비리가 있었다는 것(그리고 상당부분 사실로 밝혀졌다)에 왜 대중은 그토록 미지근하게 반응했던 것일까? 왜 대표적인 반노무현 유권자 집단이라 할수 있는 소위 "시장 아줌마' "동네 아저씨'들이 오히려 노무현의 비리를 감싸주며 이명박을 비난하기까지 했을까?

그런데 왜 노무현이 죽어버린 지금은 오히려 그의 비리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비판의 수위가 높아졌을까? 왜 죽어버린 사람에 대한 대중의 잣대가 더 날카로워 졌을까? 왜 죽은 노무현의 차명계좌를 건드는 것이 막대한 레버리지를 갖는 떡밥이 되었을까? 왜 노무현은 살아서 오욕을 겪을때보다 죽어서 더 엄격한 잣대로 재단되고 있을까?

결국, 노무현의 자살은,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가 아니었을까? 오욕을 뒤집어 쓰고 투쟁하기 보다는 죽음을 택한 노무현을, 순교자가 아닌 비겁자로 평가하는 것이 아닐까? 검찰 수사를 받을때의 노무현보다 죽어버린 노무현에 대한 잣대가 더 엄격한 이유를, 이것 외에 나는 찾을수가 없다. 국민들은 추종자들이 노무현을 순교자로 치켜세우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것 아닐까? 그래서 순교자가 되고 싶거든 그에 걸맞는 도달 불가능한 도덕성을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것 아닐까?

노무현의 죽음에 편승한 정치적 시도와 야망에 대한 채무 변제의 시기가 도래한것 아닐까?  노빠들은 노무현의 죽음을 끊임없이 숭고화하고 절대화 하며 친노 정치의 불씨를 지피려고 했다. 그리고 지금 대중은 묻고 있다. 그 죽음은 그만큼 절대적이며 숭고한가? 사건의 본질을 정치 보복에서 죽음의 숭고함으로 옮겨온 자들이야 말로 죽은 노무현을 욕보이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