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전자발찌 제도를 도입한지 만 2년이 된다.  전자발찌법은 도입 당시에도 인권침해 논란이 많았지만 아직도 논란은 끊어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전자발지법에 위헌 심판이 제청돼  법 시행 2주년을 맞아 다시금 논란이 재점화될 태세다. 

 

전자발찌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많이 벌어지고 있는 아동 성폭행 살인사건에 파묻힌 탓에 이미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사라진듯한  '2006년 용산 초등학생 성폭행 살인사건은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 일명 '전자발찌법'을 만든 계기가 되었다.  범죄 혐의자가 피해자의 이웃이라는 점,  피해 여자 어린이의 어린 나이,  증거 인멸을 위해 시체를 소각하는 등 잔혹하고 엽기적인 범행 내용 때문에 전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진보진영과 야당의 반대 속에 한나라당의 주도로 입안이 돼 결국 전자발찌법이 만들어지고, 2008년 9월 시행 됐다.



전자발찌법 위헌 제청된 사연 … 전자발찌 부착이 형벌이면 위헌,  보안처분이면 합헌

 

오늘(8월 31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청주지법 충주지원 형사합의1부(유헌종 지원장)는 아동을 성폭행해 수년간 복역하고 출소를 앞둔 김모(59)씨에게 전자발찌를 채우게 해달라는 검찰의 부착명령청구 사건에서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전자발찌법)' 부칙 제 2조 1항의 위헌 여부를 심판해 달라고 제청했다고 한다.  

 

제청 내용을 간단히 말하면,  전자발찌법 시행이전에 저질러진 행위에도  법을 소급해서 전자발찌를 채우도록한 조항이 위헌이라는 것이다.  위헌이 되는 근거는 우리 나라의 전자발찌법이 보안처분이라기 보다는 형벌에 가깝다고 보기 때문이다.  만약에 전자발찌법이 보안처분이라면 소급적용해서 전자발찌를 채우도록 해도 무방하지만,  그것이 형벌이라면 전자발찌를 소급적용해서 채우도록 하는 것은 헌법 제 13조 1항 형벌 불소급의 원칙, 소급입법금지의 원칙에 반해  위헌이 될 수 밖에 없다.  

 

충주지원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명쾌하다.  전자발찌 부착이 보안처분이라고 해야할지 형벌이라고 해야할지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리버태리언적 보수주의자인 필자 개인의 생각으로는 전자발찌 부착은 형벌에 가깝다고 보기에 청주지법의 위헌 제청에 동감하고 전자발찌 부착 소급을 금지 해야한다고 본다. 

 

물론 이같이 법과 원칙과 국민의 기본권 및 평등한 자유를 수호하려는 보수주의 본래의 입장에 철저한 견해는 잇단 아동 성폭행범죄가 빈발하고 있는 우리 나라의 현실에서 실용주의적 시민들과 네티즌들의 법감정과는 다소 멀어져 있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아무리 강력한 법을 시행해본들  성폭행범죄가 끊이지 않는 우리 나라의 현실에서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단말적 법제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전자발찌법 도입당시 한나라당은 전자발찌 제도가 세계적으로 10 개 국가가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들면서 이 제도가 꽤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제도인 것 처럼 여론을 몰고갔다. 그러나 이 제도를 채택하지 않은 국가가 200여 개 국가다. 그 많은 국가들에게 성범죄 문제가 없지 않다거나 그들이 성범죄 문제로 고민을 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전자발찌 제도는 절대, 보편적인 제도가 아니다. 

 

또 외국의 전자발찌 제도는 범죄자를 위한 보안처분의 일종으로 실시되고 있으나 우리 나라는 중범죄 특히 성범죄자를 감시하고 낙인찍기 위해서 실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나라의 전자발찌 제도는 매우 독특-나쁜 의미에서-하다.  무엇보다도 지금 우리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전자발찌 제도는 전자발찌 본래의 취지와 내용과는 전혀 동떨어진 것이고 인권침해 요소가 다분하다.  -필자는 이같은 우리 나라의 전자발찌 제도에 대해서 외국의 보편적인 전자발찌 제도와 구별해서 지칭하기 위해서 '한국형 전자발찌 제도'라는 이름으로 다소 비꼬아 부르고 있다.-   


 

외국의 전자발찌 제도와 한국형 전자발찌 제도의 차이점 … 간접감시냐 직접감시냐

 

원래 전자발찌 제도는 교도 및 교정의 원리에 따른 행형(行刑)제도의 하나로서 제도의 본질이 '구금(拘禁)의 대체'. 즉, '가두는 대신 풀어 놓는' 제도로서  '간접감시'를 내용으로 한다. 이에 비해 지금 우리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한국형 전자팔찌 제도'는 범죄를 막는 다는 명분으로 전과자에 대한 '직접 감시'를 내용으로 하는 제도로 바뀌어져 있다. 이는 인권침해의 극단적인 경우로서 현대 전세계 그 어떤 나라도 감히 상상도 못하는 제도다. 극단적으로 반인권적이고 반문화적인 제도가 우리 나라에서 시행 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개탄스러울 정도다.


전자발찌를 도입한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등 외국 10개국의 경우,  전자팔찌 제도는 재판이 종료돼 유죄가 확정된 범죄자에게 징역형 등 형벌을 집행할 때 교도소 안에 갇혀서 교정기관의 감시를 받으며 많은 자유를 제약당하는 내용으로 집행받게 하는 대신  교도소 밖에서 일상적으로 자유롭게 생활하면서 대신 전자장치를 부착해 교정기관의 원격 감시를 통해 형집행을 받도록 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교정비용도 절약하고 교정, 교도효과도 그럭저럭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도입된 것이다. 

 

또 유무죄 확정 전 재판 진행과정에 있는 자에게도 적용되어 구치소 등에서 구금하는 대신 원격감시를 받으며 자유롭게 생활하도록 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쉽게 말해서, 전자발찌 제도는 범죄자나 미결구금자를 답답하게 교도소 안이나 구치소 안에서 상시적으로 'eye to eye'로 직접적 감시를 받으면서 생활하도록 하지 않고  교도소 밖에 풀어놓고 일정한 공간 안에서 일상생활을 하도록 하면서 간접적 감시를 통해 재사회화(再社會化=矯導)를 위한 형을 집행하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이 마저도 범죄를 저지른 자의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전자발찌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들은 수형자나 미결구금자 당사자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밖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것인지 전자발찌 없이 교도소 안에서 감시받으면 생활할 것인지 선택할 권리를 부여한다.


게다가 전자발찌 제도는 폭력 이상의 중범죄자나  미성년자 성범죄자 등에게는 전자팔찌를 통한 전자감시 대상에서 제외한다. 전자발찌를 통한 전자감시의 대상은  재범 위험성이 낮은 자로서  취업을 위한 가석방자나 소년비행자, 여성범죄자, 음주관련 범죄자,  재산범죄자, 교통법규위반자 등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자에 한정된다.  


전자발찌 대상자를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한정하고 있는 이유는 폭력범죄 성범죄 등을 저지른 강력범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하도록 하면 '전자발찌' 착용으로 인한 낙인효과가 너무 커서 (아무리 보이지 않게 부착한다고 하더라도) 수형자나 미결구금자의 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며 건강한 사회인으로 교화하는 현대 형사정책의 본질적 기능, 보안처분의 기본정신이 말살되기 때문에 폭행, 살인, 강간범 등 강력범에게는 전자발찌를 채우지 않는 것이다. 


또한 전자발찌를 통한 원격 감시는 착용자의 위치를 단속적, 혹은 계속적으로 교정기관이나 치안기관에 알려주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전자발찌로는 대상자의 구체적인 행동을 통제할 수가 없기 때문에 강력범에게 전자발찌를 채웠을 때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강력범에게 전자팔찌를 착용시킨다는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다.



보안처분이라고 할 수 없는 한국형 전자발찌 제도.


이렇게 범죄인이 교도소 안에서 구금되는 것 그 자체조차도 '낙인'찍혀 재사회화를 막는다고 보고 범죄인을 사회에 풀어주려는 입장에서 고려되는 것이 외국의 전자발찌 제도다.


이에 비해 우리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한국형 전자발찌 제도'는  징역형을 선고받은 성폭력범죄자가 그 형기를 마친 후 같은 범죄를 다시 저지르는 것을 예방하기 위하여... 성폭력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 또 부착 대상자를 '성폭력범죄를 반복하여 범하거나 상습성등이 인정되는 자'에 한정하고 있다.


원래의 전자발찌 제도가  경범죄자를 대상으로 하는 형집행의 일환(형벌)으로서 구금(拘禁)을 대체하여 범죄인의 인권과 권익을 보호하여 재사회화를 촉진시키기 위한 제도라면,  한국형 전자팔찌 제도는 중범죄자인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하는 형벌의 성격이 강한 보안처분으로서 범죄인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한 제도다.


한국형 전자발찌 제도는 정당한 보안처분이 될 수 없다.  범죄인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전자장치를 부착해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다는 것.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보안처분이란 원래 헌법과 보안처분의 내재적 원리에 따라 제한된다.   헌법상 국가안전보·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지만 본질적인 권리는 침해할 수 없다.  재범 가능성이 높다고 하여 전과자에게 전자적 장치를 부착해서 감시하고 낙인찍는 것이 기본권의 본질적인 침해가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것을 두고 본질적인 침해인가.  이렇게 개인의 기본적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해도 무방하다는 사회 분위기가  강력 성폭행 범죄자를 양산하는 토양이 되고 있는 것이다.


보안처분의 내재적 원리는 범죄인을 성실한 사회인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제도다.  보안처분이 당사자의 자유를 박탈하기도하지만 보안처분은 어디까지나 범죄자의 사회복귀를 촉진하고 범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현재 실시되고 있는 '한국형 전자발찌' 제도가 어디 그러한 부분이 있는가?  순전히 사회안전만을 생각하고 있을 뿐 범죄인을 보호하고 교화하는 측면은 전혀 없다. 따라서 이것은 헌법이 인정하는 보안처분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설사 원론적인 부분을 차치하고라도 각론적으로 들어가면, 무릇 정책이라는 것은 '적,필,상의 원칙'을 충족해야만 도입될 수 가 있는 것이다.  -적,필,상의 원칙은 어떤 자유나 권리를 제한하는 제도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적합성의 기준, 필요성의 기준, 상당성의 기준 등 세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만 도입될 수 있다는 원칙이다.-


한국형 전자발찌 제도가 어디 적,필,상의 원칙을 하나라도 충족하는가?  적합성의 기준부터 따져보자 과연 전자발찌 제도는 그 목적인 성범죄를 예방하는 데 적합한가?  아니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전자발찌는 대상자의 위치만을 교정기관이나 치안기관에 알려줄 뿐이다.  성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전자발찌 제도를 도입한 외국은 다들 강력범에게는 전자팔찌를 채우지 않고 경범죄자들에게 채울 뿐이다. 대상자의 행위를 통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전자발찌가 실용주의자들의 생각대로 성범죄를 예방하는 데 적합한 장치가 되기 위해서는 전자팔찌 등에서 영상과 음향 모니터링 시스템이 장착돼서 대상자의 일거수 일투족이 정확히 시청각적으로 파악돼야하고 범행을 저지르려는 순간 손오공 머리띠처럼 대상자에게 충격을 주는 식이 돼야한다.  사회를 왕창 피폐하게 만드는 음울한 공상과학 영화 속의 한 장면이 우리의 일상에 벌어지는 모습이다. 현재의 전자팔찌 제도는 단순히, 범행 후 범행지역 반경 내에 있어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개연성이 높은 전자팔찌 부착자의 파악을 해서 수사에 용이하도록  하는 기능 이상을 하지 못한다.


필요성의 원칙은 어떤가?  전자발찌 제도가 과연 대상자의 자유 침해를 최소한으로 하는,  필요불가결한 수단인가? 대상자의 일거수 일투족이 감시되는 것은 이미 침해의 최소한을 넘어선 것이고 프라이버시가 전면적으로 부정되어 인권의 본질적인 부분의 침해가 된다. 필요불가결한 수단이 될 수도 없다.  정통 보수주의자의 입장에서는 이같은 기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는 상황을 묵과할 수가 없다.


상당성의 원칙은 어떤가?  침해의 중대성과 얻을 수 있는 결과 사이는 서로 상당한 관계인가? 얻을 수 있는 결과(성범죄 예방)가 나오는 것이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인데 무슨 상당성을 따질 여지라도 있는가?



전자발찌법 소급적용은 위헌,  대안은?


결론적으로 한국형 전자발찌 제도는  보안처분이라고 하기에는 법논리적으로 너무나 무리가 많다.  따라서 전자발찌법상 전자발찌를 채우도록 하는 것은 보안처분이 될 수 없기에  소급적용이 금지된다.  당연한 귀결로서 소급적용토록 한 전자발찌법은 위헌이 돼야 한다.


전자발찌 제도의 대안, 즉 범죄를 줄이고 사회를 보다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은 초중등교과 과정에서 부터 인권의식 교육을 강화하고 치안력을 강화하는 것 뿐이다.  사회공공성 강화를 외면하고, 공공재로서의 치안에 대한 투자를 줄여 적은 경찰인력과 모자라는 치안예산을 가지고 인권침해가 되는 가혹한 엄벌로 공포스런 집행을 하는 것은 결국 사회의 인권 의식 수준을 약화시켜서  제2의 용산 초등학생 성폭행 살인사건을 계속 발생시킨다.  2010년 현재가 이를 보여준다. 초등학교 안에 들어가서 까지 성폭행을 저지르는 수준이다. CCTV를 더 늘리면 해결될까? 더 엄중히 처벌하면 해결될까? 

가혹한 엄벌, 공포스런 형집행은 범죄를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은 오히려 범죄를 늘어나게 한다는 것을 형사정책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최근에도 미국에서 1980년대부터 시작한 보수적 형사 제도가 증명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가혹한 형벌제도는 우리들의 심성, 사회를 더욱 피폐하게 만들 뿐이다. 인권이 무시되는 살벌한 사회는 범죄적 환경에 더욱 친하게 만들 뿐이다. 후진적이고 치안이 불안한 나라일 수록 인권 수준이 낮은 것은 그 때문이다. 인권운동가들이 범죄인들을 좋아해서 운동하는 것이라고 착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전자발찌법 자체를 폐지하자고 하는 의견이 지금도 진보진영에서 계속 나오고 있으나  원래 그 주장은  법과 원칙과 질서를 수호하는 데 최선의 가치를 두고 있는  보수진영에서 나와야할 주장이다.  최선의 대안을 말하자면 성범죄 기타 강력범을 줄이려면 경찰 인력과 예산을 늘려서 검거율을 높이는 게 최선이다. 이것은 형사정책에서의 상식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사이비 보수주의자들은 보수주의자들의 덕목인 법과 원칙과 질서를 내팽겨치고 오직 자신의 기득권 수호에만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사회 복지 치안 예산을 증액하지 않는다. 결국엔 국민들이 피해를 볼 뿐이다.  사이비 보수주의자들에게 투표하고 전자발찌법에 찬성한 실용주의적 국민들의 자업자득인 셈이다. 


이미 전자발찌법이 시행되고 있는 마당에 폐지를 논하는 것은 실용주의적 정신으로 물든 우리 나라 국민들에게는 너무나 괴리된 이야기 겠지만 전자발찌법 제도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인권과 법과 원칙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면 청주지법의 전자발찌 소급적용 위헌 제청이 설사 헌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사건이 될 것이다.